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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직장 때문에 아기를 시어머니가 돌봐요, 괜찮을까요?


법륜 스님은 그동안 즉문즉설에서 세살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야 아이의 정신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강조해 왔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엄마가 직접 아이를 키우지 못하고 할머니나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겨 키운 분들은 죄책감을 많이 갖게 되었나 봅니다. 한 어머니가 비슷한 상황에서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이럴 땐 또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주어진 상황에서 더 나은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21개월 된 딸 아이가 있는데, 시어머니가 아이를 다 봐주었고 저는 직장에 다녔어요. 최근 직장을 그만 두고 싶어서 남편에게 이야기 했는데 시어머니와 남편은 계속 다니라고 합니다. 아이를 볼 때면 제가 직접 키우지 않았다는 죄의식 때문에 항상 눈물이 납니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게 좋다는 스님의 말씀을 계속 들으니 제가 아이를 키우고 싶은데요. 이제라도 직장을 그만 두는 게 좋을까요? 직장을 그만둘 결심을 계속 못하고 있어요."  


- 법륜 스님 : "저는 세 살까지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원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 경우는 제가 오히려 여러분들에게 고민을 준 것 같네요. 


만약 할머니가 아이를 키워주었다면 할머니한테 고마워하는 마음을 내어야 아이한테 좋아요. '제가 키웠어야 하는데 어머니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요. 그래야 아이의 정서가 좋아집니다. 만약 할머니를 나쁘게 생각하면 아이를 나쁘게 생각하는 것과 동격이 되는 거예요. 이해가 되세요? 


아이의 모체가 할머니이기 때문에 할머니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아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아진다는 겁니다. 이미 할머니가 아이에게 중요한 모체가 되었기 때문에 내가 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건 할머니에 대해서 굉장히 마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아이가 커서 문제가 생겼을 때 '쟤는 할머니가 키워서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아이가 어떻게 되든 할머니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해야 돼요. 


부족한 것은 나지 할머니가 아니에요. 내가 할머니한테 아이를 맡겼잖아요. 그러니까 할머니에 대해선 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아이의 엄마인 할머니에 대해서 늘 고맙게 생각하니까 아이도 나에 대해서 좋은 정서를 갖게 되는 겁니다. 늘 할머니에 대해서 '할머니(어머니) 저 대신 아이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해 해야 됩니다. 


아이가 크면서 나보다 할머니를 더 찾는다 해도 그걸 섭섭해 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항상 할머니한테 가려고 하면 '그래, 할머니한테 가라' 이렇게 얘기해주고, 마음속으로 항상 아이 엄마는 할머니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늘 아이가 할머니와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섭섭해 하면 안돼요. 그래야 아이가 정신적으로 혼란이 없이 자랍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중요하지 나와 친하냐 안 친하냐는 중요하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은 항상 아이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지 않고 늘 자기를 중심에 놓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겼다고) 죄의식도 갖지 마세요.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아이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절을 하면서 '아이고 내가 제대로 엄마 노릇 못했는데도 네가 그래도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큰 문제없어요. 내가 못한 것에 비해서 잘 자라줘서 고맙다, 늘 이런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세요. 어떤 일이 있어도 이제는 엄마 마음으로 대해야 돼요. 


옆에서 시어머니와 남편은 아기 엄마가 마음이 편해지도록 도와 줘야 돼요. 아기 엄마의 심리를 불안하게 하면 그만큼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기 엄마는 아기에 대한 자기 희생이 필요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기 엄마에게 잘 하라는 것이고, 시어머니도 며느리에게 잘하라는 게 아니라 아기 엄마한테 잘해야 된다는 겁니다. 우리는 전부 중심을 아기에게 맞추고 아기가 안정되게 자라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1차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게 아기 엄마이기 때문에 아기 엄마 스스로도 잘해야 되지만 우리 주위에서도 아기 엄마가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된다는 겁니다. 


사회적으로도 도와야 합니다. 아기를 어디에 맡기면 지원해주는 그런 제도는 잘못된 거예요. 아기 엄마든 그게 누구든 아기를 키우는 사람한테 지원을 해야 되는 거예요. 가능하면 자기가 자기 아기를 키우도록 해야 하고, 아기를 키우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앞으로 사람들의 심리가 안정이 되고 정신질환이 덜 나타나게 됩니다.  


걱정 말고 시어머니한테 감사해 하고, 항상 아이한테 '그렇게라도 자라줘서 고맙다' 이런 마음을 내야 해요. 자꾸 아이한테 시비를 하면 안돼요. 어쩌면 이런 사람이 이걸 깨달으면 좋은 면도 있어요. 


그동안 엄마 노릇 못했지만 앞으로 엄마 노릇을 잘한다는 것은 이런 겁니다. 아이를 잘 입히고 잘 먹이는 게 엄마 노릇 잘하는 게 아니라, 항상 아이에게 '아이고 내가 부족했다. 그런데도 네가 그 정도여서 다행이다' 이렇게 품어주는 것이 엄마 노릇을 잘 하는 겁니다. 이것만 분명하면 어쩌면 엄마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데, 아이만 보면 죄의식 때문에 운다 하면 그건 엄마로써 빵점이에요. 엄마가 슬프면 아이도 슬픔을 가슴에 안게 되거든요. ‘내가 제대로 노력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네가 제대로 잘 자라 주는구나' 이렇게 항상 아이를 좋게 바라봐야 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야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내가 늘 밝은 정신을 갖게 됩니다.


아기 키우는 걸 힘들게 생각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아기 키우는 걸 힘들어하는 게 아기에게 가장 잘못하는 겁니다. 아기 키우는 걸 기쁨으로 여겨야 아기가 엄마로부터 사랑받는 거예요. 엄마가 아기 키우는 걸 힘들어하면 아기는 엄마에게 내침을 받는 존재가 되잖아요. 엄마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요. 엄마로부터도 천대 받는데 애가 어디 가서 귀여움을 받겠어요?


엄마가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이 아이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매사에 스트레스가 없으면 아이는 저절로 행복해요. 엄마가 늘 울고 화내고 걱정하면,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에게 무엇을 사주고 무엇을 입힌들 어떻게 아이가 행복하겠어요? 아이는 여러분의 분신과 다름없습니다. 여러분들을 그대로 이어받아요. 그러니까 아이를 위해서 여러분들이 행복하셔야 된다.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라는 게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여러분들이 행복하셔야 된다. 그럴 때 우리 아이가 가장 건강하게 자란다. 이렇게만 이해하시면 아이 키우는 게 그렇게 힘든 게 아니에요. 


아이가 있음으로 해서 여러분 생활에 더 활력이 되고 직장 생활도 더 활력이 되어야지, 아이 때문에 직장 생활하기 어렵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돼요. 부부가 화목하면 이사를 열두 번 다녀도 아이한테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사를 다니면서 엄마가 힘들어하면 아이는 적응을 못해요. 여러분들의 삶이 즐겁고 괴롭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이런 말씀을 꼭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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