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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법륜스님 즉문즉설 “남편과 다투고 바로 이혼 서류를 꺼냈습니다”

오늘 강연장에서는 두 아들을 키우며 남편과 함께 15년 가까이 도자기 일을 해온 한 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남편의 불만이 쌓였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는 성향 탓에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아들과의 사소한 언쟁 끝에 남편과 다투게 되었고, 그날 바로 이혼 서류를 꺼내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남편의 사인을 기다리며 정리하기 전에 자신의 선택을 점검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흔들리거나 후회될까 걱정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중학교 3학년과 1학년 아들 둘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편에게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해 달라며 기다리는 중입니다. 남편은 도자기 일을 하며 차 도구를 만들고, 저도 15년 가까이 함께 일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남편의 불만이 쌓였고, 불만을 말로 표현하는 성향이 아니어서 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다 2주 전, 아들과 사소한 일로 언쟁하다가 욱하는 바람에 남편과도 다투게 되었습니다. 그날 바로 이혼 서류를 떼왔더니 남편이 놀라더군요. 지금도 후회는 없지만, 정리하기 전에 스님께 점검받고 싶어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평소 남편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네요. 그렇다고 해도 이번 일이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2주 전 상황을 말씀드리면, 아침에 큰아들을 깨우니 짜증을 냈습니다. 제가 짜증 낸다고 나무라자, 아들은 짜증 낸 적 없다며 말대꾸를 했습니다. 말이 안 통해 답답했던지 저에게 욕까지 했습니다. 그 일을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은 아이를 꾸짖기는커녕 ‘네가 화를 내니까 애가 저러지.’라며 오히려 저를 탓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무슨 욕을 했는지 말해보라고 하니 다시 욕을 했습니다. 순간 정신 차리라고 뺨을 한 대 때렸는데, 아들이 주먹으로 제 얼굴을 때렸습니다. 남편은 그걸 보고도 아들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저에게 쌓였던 불만을 퍼부었습니다.

어제 남편에게 서류에 사인했냐고 묻자, 정리되면 주겠다고 하며 기다리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이 제가 다른 일을 시작한 탓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덩달아 생활비를 제대로 안 준 남편 탓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사실 생활고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화병이 생겨 머리가 아파서 잠도 못 잘 정도였는데, 다행히 행복학교를 만나 조금은 사람답게 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이혼을 결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남편을 고쳐보려고 화를 많이 내다가 이혼 직전까지 갔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마음공부를 하면서는 ‘내 탓이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터져 나온 겁니다. 차라리 숙제처럼 해치워 버리자는 마음도 있고, 뒷배가 든든하다 생각하니 두렵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는데, 나가서 못 살겠나 싶어 크게 걱정은 안 됩니다.”

“지금 질문자는 속으로는 불안해하고 있어요. 남편이 정말로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해주면 어쩌나 겁나죠?”

“맞습니다. ‘이혼하면 어디로 가지?’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

“당당한 자세는 좋습니다. 그러나 질문자와 같은 사람과 함께 사는 남자가 좀 힘들겠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남편이 명대로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사춘기 아이들은 원래 부모의 말을 잘 안 듣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걸 문제로 삼으면 안 됩니다. 아이가 늦게 일어나면 화를 내기보다 차라리 지각하게 두는 게 나아요. 억지로 건드리면 반발심만 커집니다. 욕하거나 주먹을 쓰는 건 심리가 억압되어 왔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부터 부당한 상황을 계속 겪다 보니, 이제는 말과 행동으로 맞서는 단계에 온 겁니다.

괘씸하게 보면 한없이 괘씸하고 나쁜 놈 같지만, 오히려 ‘아이가 그동안 억눌려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겁낼 필요도 없고, 두둔할 필요도 없어요. 오히려 강압적으로 대응하면 더 꼴사나워집니다. 엄마가 분풀이로 애를 때리면, 아이는 한 대 맞아도 큰 상처가 안 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부모가 자식에게 맞으면 더 큰 상처가 생깁니다. 그러니 차라리 안 건드리는 게 낫습니다.

남편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사실이지만, 이혼할 만한 사유는 아닙니다. 합의가 되면 이혼할 수 있지만, 한쪽이 원치 않으면 법원에서도 돌려보냅니다. 바람을 피웠다든지, 재산상 손실을 입혔다든지, 폭행했다든지, 부부생활에 책임을 안 졌다든지 하는 결격 사유가 있어야 이혼 판결이 나옵니다. 질문자 같은 경우는 이혼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요. 남편이 서류에 사인하지 않는 건 이혼하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질문자는 정말 이혼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이혼하자고 압박해서 남편으로부터 ‘내가 잘못했다. 다시는 안 그럴게.’라는 항복을 받고 싶은 겁니다. 이혼이라는 큰 카드를 내밀어 남편을 무릎 꿇게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남편도 괘씸해서 홧김에 사인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때 가서 무르려면 자존심이 상합니다. 이렇게 꼭 이혼해야 할 사유가 아닌데 홧김에 이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부터는 이혼 서류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말고, 잊어버린 듯 사세요. 남편이 사인을 해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습니다. 같이 살려면 질문자가 무릎을 꿇어야 하고,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 싶으면 이혼하면 됩니다. 그렇게 헤어져 살아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합하면 되고요. 남편이 지금 이혼 서류에 사인을 안 하는 건 이혼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아내에게 무릎을 꿇기도 싫은 거죠. 그 정도에서 무승부로 마무리를 하세요.


이혼 서류는 묻지 말고 그냥 사는 게 좋습니다. 지금은 선택권이 남편한테 넘어갔습니다. 만약 남편이 사인해 주면, 집을 놔두고 보따리를 싸서 나오면 됩니다. 아이들 걱정은 할 필요 없어요. ‘아버지와 잘 살아라.’ 하고 내버려 두면 됩니다. 다른 남자를 만나려고 할 때 아이들이 있으면 복잡해집니다. 재혼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없는 게 훨씬 낫습니다. 아이들이 질문자를 따라오면 같이 살면 되고요. ‘여기가 좋으면 여기서 살아라. 너 좋을 대로 해라.’ 하고 냉정하게 구는 게 낫습니다. 질문자처럼 남의 눈치를 안 보고 사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마세요. 남편이 사인을 안 해 주면 더 이상 묻지 말고 그냥 사세요.”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