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연장에서 한 질문자는 결혼 25년 차에 겪은 충격적인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오랫동안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왔다고 믿었지만, 불과 2주 전 남편이 해외에서 다른 여성과 인공 수정으로 쌍둥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이제 겨우 한 살이었고, 남편은 지난 3년 동안 거액의 돈을 그 가족에게 보내면서도 아무 일 없는 듯 지내왔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진실을 부인했고,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질문자는 깊은 배신감과 분노 속에서 조용히 이혼 변호사를 찾으면서도, 이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결혼 생활의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순간, 과연 어떤 태도로 이 상황을 바라봐야 할까요?

“저는 결혼 25년 차입니다.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잘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2주 전 남편이 해외에 다른 여성과 인공 수정으로 낳은 쌍둥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들은 한 살이고, 남편이 큰돈을 본국으로 보내는 서류도 발견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이 사실을 안다는 걸 모릅니다. 현재 조용히 이혼 변호사를 찾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제가 꼭 배워야 할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습니까?”
“예, 없습니다. 2013년에 인공 수정을 세 번 시도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말고 남편에게 불만이나 함께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나요?”
“아니요. 완벽한 남편은 아니었지만, 그런 생각은 없었습니다.”
“완벽한 남편이라는 건 없어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면, 완벽한 남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이번 일에서 보듯이 남편이 자기 닮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게 부도덕한 일인가요?”
“아이는 갖고 싶을 수 있지만 저에게 3년이나 숨긴 것은 부도덕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솔직히 말했다면 질문자가 허락했을까요?”
“저는 남편을 많이 좋아해요. 아빠가 되고 싶으니 다른 방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면 기꺼이 보내 줬을 거예요.”
“허락해 주면 될 일을 왜 보내 주겠다고 이야기해요?”
“헤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왜 헤어져요? 부부가 헤어지는 건 함께 사는 게 힘들고 괴로울 때 하는 거죠. 아이 문제라면 서로 의논해서 해결할 수도 있는 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서로 의논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솔직했다면 기꺼이 헤어져 주었을 것이라는 말이잖아요. 그러니 남편 입장에서는 질문자에게 말하면 이혼하자고 할까 봐 걱정되었던 겁니다. 아이는 갖고 싶지만 그렇다고 질문자와 헤어지기는 싫어서 말을 안 한 겁니다.”
“그게 거짓말 아닌가요?”
“거짓말은 질문자가 ‘당신, 나 모르게 아이 낳았지?’라고 물었을 때 ‘아니야.’라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그냥 말을 안 한 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남편이 그 여자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았습니다. ‘이게 뭐냐?’ 하고 물었더니 남편이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라고만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약 아빠가 되고 싶거나 다른 여자와 살고 싶다면 말해라.’ 이렇게 말했을 때, 남편은 ‘그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남편은 아기를 갖고 싶어서 그랬지, 다른 여자와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남편은 질문자와 이혼할 마음은 전혀 없는데, 아이를 너무 갖고 싶어서 아내에게 충격을 덜 주는 방법을 고민한 겁니다. 대리모를 통해 인공 수정으로 아이를 얻은 거예요. 다른 여자를 사랑한 게 아니라 아이가 목적이었던 거죠. 물론 아내 몰래 진행한 것은 잘못이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질문자에게 양해를 구해 데려올 생각이었는지도 모르죠. 자기 나름대로 궁리를 했을 겁니다.
만약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게 핵심이고, 그러다 아이까지 생겼다면 바람을 피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그 여자가 더 좋으면 가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이죠. 그런데 이번 경우는 여자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대리모를 통한 출산에 해당합니다. 질문자가 말했듯이 25년 동안 함께 살았는데, 이런 중대한 일을 상의 없이 혼자 결정한 점에서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이혼 사유로 반드시 이어질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두 사람이 연인인지, 대리모인지 그건 저도 아직 몰라요.”
“그러니 성급히 결정하지 말고 상황을 더 살펴보라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남편이 다른 여자를 좋아해서 가정을 버린 게 아니라 아이를 원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같거든요.”
“남편이 욕심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요. 스님을 너무 존경하지만, 지금 말씀은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이건 둘 다 선택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저는 하나만 선택하고 싶습니다.”
“질문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은 자유예요.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반적인 불륜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거예요.”
“남편이 아주 많은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우리 부부의 공동 재산이에요. 제 돈으로 저도 모르게 세컨드 가족을 후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감정이 격해져서 ‘네가 나를 속였으니 함께 못 살겠다.’라고 결정하려는 겁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실제 상황과 경제적 손실을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사건을 제외하면 남편에게 어떤 불만이 있었느냐?’고 가장 먼저 물어본 거예요. 원래 남편과 이혼하고 싶었다면 이번 사건은 좋은 명분이 될 수 있어요. 이혼 사유가 충분하고 재산 분할에도 유리하죠. 그러나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 사건 하나 때문에 감정적으로 결정한다면, 시간이 지나 후회할 가능성이 큽니다. 남편이 잘못한 것이 이 사건뿐이라면 남편의 나머지 장점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을 두둔하자는 게 아니라 미래의 후회를 막기 위해 신중히 접근하라는 겁니다. 이 사건만 해결하면 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이혼까지 갈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요즘은 혈연관계가 아닌 아이를 입양하는 가정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부부 양쪽과 생물학적 관계가 없는 아이를 입양하는 것과, 남편의 친자(親子)이지만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나을까요? 대리모와 합의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친자 관계 확인 절차를 거치면 남편이 법적 친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남편과 아이의 혈연관계가 명확하므로, 혈연관계가 아닌 아이를 입양하는 것보다 법적 절차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대리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자를 고려해서 하는 말이에요. 혹시 제 말이 남편을 돕자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질문자가 손해 보지 않게 하려는 겁니다.
남편과 먼저 의논해 보세요. 남편이 이혼할 생각이 없다면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느냐?’ 하고 물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재정 지원을 하고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한다면 질문자가 스스로 판단하면 돼요. 재산이 백만 불이라면, 십만 불을 대리모에게 주고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재산을 나눠 각자 사는 것이 나을지, 먼저 계산을 해보라는 겁니다.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손익을 따져서 선택하세요. 이 일은 남편이 바람을 피운 부도덕한 문제와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편이 저에게 거짓말을 했잖아요.”
“질문자의 기준에서 보면 그렇죠. 그러나 제삼자가 보기에는 사정이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와 함께 인공 수정을 시도했지만 잘 안되자,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에 다른 방법을 찾은 거예요. 아내에게 알렸을 때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괜히 욕만 먹고 얻는 것도 없으니, 혼자 계획을 세워 추진했을 겁니다. 아이가 실제로 생길지, 혹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3년이 흘렀을 수도 있죠.
제가 남편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에요. 처음부터 거짓말하려는 게 아니라 일을 벌여 놓고 차마 말 못 하다가 들켜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자가 조금 더 신중해졌으면 합니다. 25년을 함께 산 남편이라면 ‘여보,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서 대화를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3년 동안 나를 속였다는 점만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며칠 전 한일 회담이 있었습니다.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침략과 위안부 문제, 징용 문제, 명성황후 시해 같은 사건을 떠올리면 이가 갈리고 분노가 치밀어, 일본과 밥 한 끼도 같이 먹기 싫은 심정이 들죠. 그러나 일본이 아직 과거를 충분히 참회하지 않았더라도 미래의 이익을 위해선 협력이 필요합니다. 일본이 큰 나라 같아 보여도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작은 나라예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때는 주변의 작은 나라들과 협력해야 합니다. 과거를 용서하자는 게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위해 우선 협력하자는 거예요. 일본은 과거를 반성하고, 우리는 과거에만 매달리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해요. 협력이 곧 미래의 이익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지금 질문자와 남편의 상황도 서로 싸울 때가 아니라는 거예요.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왜 3년을 속였니’ 하며 따질 때가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함께 의논해야 할 때입니다. 대리모에 대한 보상을 포함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죠. 남편이 질문자와 함께할 의지가 없다면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지만, 계속 같이 살고 싶다면 두 사람은 같은 편이지 적이 아닙니다. 만약 남편이 외도를 하다가 상대 여성과 얽혀 곤란해졌다고 해봅시다. 부부가 서로 싸우기만 하면 재산만 줄줄 새어나갑니다. 오히려 ‘너 유부남을 유혹했으니 고발한다.’ 하고 부부가 한편이 되어 대응해야 손해를 막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기분이 너무 상해서 같은 편인 남편과 싸우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겁니다. 감정이 앞서니 제 말이 귀에 안 들어오겠죠.”
“예. 스님 말씀이 귀에 안 들어옵니다.”
“이해는 됩니다. 싸워서 나중에 손해 보고, 10년 후에 스님을 찾아와 ‘스님, 그때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하고 말해도 돼요. 그러나 제가 조언을 해드렸잖아요. 둘이 싸우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하고 의논을 해보라고요.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이혼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남편이 그 여자도 데리고 살고, 질문자도 데리고 살겠다고 한다면 그건 욕심입니다. 그럴 때는 이혼하자고 정리할 수가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재정 지원은 얼마로 할지, 아이는 어떻게 할지, 그리고 이혼이 나은지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은 남자이니 계속 살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아니면 다른 남자와 새 출발을 할지도 생각해 볼 수 있고요. 쉰이 넘은 나이라 쉽지는 않겠지만요.”
“어휴, 남자는 더 이상 관심 없습니다.”
“그럼, 혼자 사는 게 낫겠는지도 따져 보세요. ‘남편이 크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굳이 같이 살 필요도 없으니 혼자 살겠다.’라고 판단된다면 이혼해도 돼요.”
“저는 이 일을 2주 전에 알고 경악했거든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딱 듣는 순간 ‘아이고, 인구가 자꾸 줄고 있는데 아이 두 명이 늘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니 제 감정이 조금은 가라앉습니다. 그렇다고 제 마음이나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닙니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천하가 다 이혼하라고 해도 내가 같이 살고 싶으면 사는 것이고, 천하가 다 살라고 해도 내가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하는 거예요. 남의 의견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다만 지금 이 일을 안 지 2주밖에 안 됐잖아요. 하늘이 무너진 듯한 심정이라는 건 평정심을 잃었다는 거예요. 평정심을 잃은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반드시 나중에 후회합니다. 남편과 차분하게 의논을 해보고 나서 ‘남편이 크게 잘못한 건 아니지만, 굳이 같이 살 필요도 없겠다. 혼자 사는 게 낫겠다.’ 하고 냉정히 판단한다면 이혼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괘씸하다는 감정 때문에 성급히 결정하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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