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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법륜스님 즉문즉설 "남편은 잘 지내는데 저는 외로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연 현장에는 다양한 삶의 고민을 안고 온 분들이 있습니다. 오늘 즉문즉설 강연에서는 그중 한 분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외로움은 누구나 나이와 상관없이 겪을 수 있는 감정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질문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오늘 외로움에 대해 질문하려고 합니다. 나이가 드니 점점 외로워져요. 그런데 남편은 법륜스님의 유튜브를 보며 잘 지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직접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외로움을 어떻게 다루시나요? 그냥 꾹 참으시는 건가요?”



“외롭다는 거 보니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남자친구가 필요한가 보네요.” (웃음)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외로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럼 다정한 사람을 만나야죠. 외롭다는 건 결국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얘기예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외로워지는 거 아닌가요?”

“나이하고는 전혀 관계없어요. 혹시 자녀가 있습니까?”

“네.”

“사람들이 나이 들면 외롭다고 하는 이유는,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바쁘게 산다고 외로울 틈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떠나면, 대화할 상대가 사라지잖아요. 남편은 자기 일에 바쁘고 관심사도 다르니,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외로움을 느끼는 겁니다. 하지만 숲 속에 혼자 살아도 자연에 마음의 문을 열고 ‘꽃이 피었네.’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내면 전혀 외롭지 않아요.”

“그럼 스님은 외롭지 않으신가요? 외로울 때는 어떻게 달래시나요?”

“저는 외로울 틈이 없어요. 늘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까요. 조금 전에도 도착하자마자 외국인들과 통역을 통해 두 시간 동안 대화를 했어요. 마치고 화장실만 잠깐 다녀온 뒤 바로 이 자리에 왔거든요. 이 강연이 끝나면 내일 새벽에는 벤쿠버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래서 외로울 틈이 없어요.”

“거의 연예인들과 비슷한 일정이네요. 그런데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 건 없어요. 외로움은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데 상대가 없을 때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에요.”

“그렇다면 스님들은 외로움을 느낄 때 어떻게 하나요?”

“사람마다 달라요. 일이 바빠 외로움을 못 느끼는 사람도 있고, ‘이 뭐꼬.’ 하며 화두를 참구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죠. 소가 풀을 뜯다가 배부르면 그늘에 앉아 되새김질을 하잖아요. 그때 소가 외롭거나 심심할까요? 그냥 편안할 뿐이에요. 다시 일어나 풀을 뜯을 때는 소가 바쁠까요? 그냥 천천히 먹을 뿐이에요. 그러다가 다시 배부르면 또 가만히 앉아 되새김질하고요. 외로움은 심리적 상태이지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에요.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마음을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외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소처럼 그런 욕구가 없으면 외롭지 않고, 욕구가 있더라도 그걸 나눌 대상이 있으면 외롭지 않습니다. 질문자는 욕구는 있는데 나눌 대상이 없어서 외로운 거예요.”

"그렇다면 나이 들어 느끼는 서글픔이나 허무함은 뭔가요?”


“자녀가 떠나고 부부 사이에는 오래 살아서 할 얘기가 별로 없어서 그래요. 문화적으로 다른 남자, 다른 여자와 이야기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외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부부가 가장 외로운 순간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잘 때라고 해요. 아내의 등이 남편 눈에는 만리장성보다 더 높게 보인대요. 이렇게 마음의 문이 닫히면 외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늙어서 서글프다’하는 감정은 젊음에 집착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입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절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서글픈 것이죠. 아이들이 어릴 때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지나간 것을 그리워할 때 서글픈 거지, 늙었다고 서글픈 건 아니에요. 생각을 이렇게 바꿔 보세요.

‘늙으니 참 좋네. 공부 안 해도 되고, 회사 안 다녀도 되고, 애도 안 키워도 되네. 땡 잡았어! 늙는 건 좋은 거야.’

갱년기 장애는 호르몬 변화도 있지만, 자녀가 집을 떠나는 시기와 겹치면서 허전함이 커지기 때문에 심해집니다. 만약 마흔에 결혼해서 50대와 60대에도 육아로 정신없이 지낸다면, 갱년기 증상을 거의 못 느끼고 지나가기도 해요. 요즘은 남성도 명예 퇴직 시기에 갱년기를 심하게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회사 일로 정신없이 바쁘면 ‘몸이 좀 피곤하네.’ 하며 거의 모르고 넘어갑니다. 그래서 이런 허전함도 결국 외로움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남자가 없다면 만나면 됩니다. 다만 이런 일에는 늘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이 좀 있어요. 둘째, 이미 남자가 있다면 다른 남자를 사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졸혼이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예순쯤 넘으면 결혼했더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왜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살아야 할까요? (웃음)

그렇다고 이혼을 하면 자녀 문제, 상속 문제 등 복잡한 상황이 생깁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이성을 사귀라는 게 아니라, 각자 취향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내 남자’, ‘내 여자’라며 목줄을 매듯 꽉 붙잡고, 눈도 못 돌리게 하지는 말자는 거예요. 묶인 줄을 조금만 느슨하게 해 주면 묶어 놓고 살아도 괜찮은데, 너무 꽉 묶어 놓으면 못 견디고 결국 줄을 끊자며 이혼까지 가게 되거든요. 두 번째 방법은,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만드는 겁니다. 외로움이란 속이 비었다는 거예요. 속이 비니 무언가를 채워야겠죠. 의미 있는 일을 찾든, 정토회에 나와 봉사하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유튜브로 보며 마음 공부를 하든, 명상을 하든, 방법은 다양합니다. ‘늙었다’, ‘심심하다’ 이렇게 말하지 말고, 남들이 봐도 바쁘게 보일 정도로 관심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부가 함께 할 일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남편이 스님 법문을 듣는다고 하니, 질문자도 같이 보면 되겠네요.”

“저도 일해요. 일하고 열심히 사는데도 그렇다는 말이죠.”

“허전함과 외로움의 근본 원인은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될 때 생깁니다. 그러니 수행을 통해 욕구를 내려놓든지, 아니면 욕구를 채울 대상을 찾든지, 둘 중 하나예요. 그 대상이 꼭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거나, 여러 가지 활동이 욕구를 채우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도 한번 만나 보라!’고 하니 지금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 봐요.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일지 몰라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