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전국 대의원회 회의가 열리는 날입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전국에서 130여 명의 대의원들이 회의를 하기 위해 문경 정토수련원에 모두 모였습니다.

전국 대의원회 대회는 2018년 상반기 사업과 결산을 보고 받고, 하반 사업계획과 예산을 심의하는 회의입니다. 대의원은 전국 정토회별로 정회원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한 임원들인데요. 우리나라의 국회의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먼저 대의원회 회의를 대표하여 정토회 김은숙 대표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나도 말하고, 모두가 토론하는, 그러면서 쉼과 여유가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전국 대의원 회의의 핵심 모토” 라고 강조하면서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대의원들은 대의원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님께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대의원의 역할과 대의원회의의 취지에 대해 설명한 후 이후 사업 방향에 대해 큰 줄기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토회 활동을 병행하다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빠지지 않고 시간 내서 대의원회의 시작부터 참석해주신 여러분들에게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표님이 오늘 아침 회의 시작 전에 꼭 나눌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만났는데, 우리 대의원회가 이제 ‘일하는 대의원회’가 되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요즘 자주 나오는 ‘일하는 국회’라는 말이 떠올랐어요.(대중 웃음) 분과별로 나누어서 연구하고 열심히 일을 많이 해주신 것에 대해 격려를 드립니다. (모두 박수)

대의원회의 본 취지는 우선 대중들의 의사를 수렴하기 위함입니다. 대의원회는 내 개인의 의사를 발표하는 곳이 아니라 대의원 1명이 정회원 10명의 의사를 대변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대의원회에 앞서 한 사람의 대의원이 적어도 정회원 10명 이상을 만나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토회에 어떠한 개선을 요구하는지를 청취한 다음 대의원회에서 이를 대변해야 합니다.

그에 기초해서 정토회의 사업을 평가하고, 의혹이 있다면 의혹을 밝히고, 또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올바르게 결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대의원회의에 참석하기 전에는 반드시 대중의 의중을 파악해야 하고, 회의에 참석해서는 대중의 의견을 최선을 다해 반영하고, 다른 대의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을 하고 중지를 모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회의가 끝나면 지역정토회에 돌아가서 대중들에게 결정 사항을 소상히 알리고, 우리 정토회 회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대의원회의 설립취지입니다.”

이어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대해 설명하면서 올해 하반기 사업 방향 및 내년을 포함한 9차 천일결사 후반기 사업의 방향에 대해 자세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난 한 해를 생각해보면 기적이라고 할 만큼 한반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작년 이맘 때만 해도 한반도에 곧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가 고조되어 11월, 12월에는 평화를 바라는 대단위 집회도 열었습니다. 집회를 통해 ‘이 땅에 다시 전쟁만은 안 된다.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는 만인의 바람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되면서 한반도에는 전쟁의 기운이 차츰 사라지고 정말 우리가 꿈꾸던 평화의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봄바람 속에 또 많은 사람들이 ‘이제 뭔가 해결이 되겠지’하며 들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남북미를 둘러싼 관계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이후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답보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아직 파토가 난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차츰 결렬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북미 간 타결이 되지 않으니, 남한이 나서서 미국에게 한 발만 더 나아가주기를 청하게 되었고, 미국은 서운해 하며 한미 간에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남한이 북한에게도 한 발만 더 나아가주기를 청하니 북한에서는 남한이 오히려 미국편만 든다며 남북 간에도 갈등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채 남북미가 전쟁을 종료시킬까 염려하여 북중 간 정상회담이 연거푸 열리고, 한반도 전쟁 종식을 위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 중국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 한반도에 불었던 평화의 바람은 잠시 멈춘 상태입니다. 다시 갈등의 국면으로 돌아설지, 잠시 소강상태 후 다시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기로에 서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치달았던 그 분위기는 많이 완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누군가가 다시 이 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하자고 하기에는 상황이 많이 발전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장애가 남아있지만, 전쟁으로 치닫는 방향에서는 멀어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속해있는 공화당의 과반수 유지 여부에 따라서 트럼프의 탄핵 문제가 붉어질 수도 있고, 2년 후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여부에 따라서 현재 남북미 간 진행되고 있는 대화가 지속가능할지 혹은 돌풍으로 끝날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에게도 불확실한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늘 상황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한반도가 다시는 긴장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설령 한반도에 다시 긴장의 기운이 감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쟁으로는 나아가지 않도록 평화의 의병이 되어 전쟁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상태에서 하루 아침에 긴장이 고조되는 방향으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최소한 1년 정도는 답보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일이 잘 풀리면 미국 중간선거 이후 극적으로 타결될 수도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서 극적인 타결을 선택할 지 극적인 갈등을 선택할 지 현재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그 선택이 극적인 갈등이 아니라 극적인 타결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작게나마 보탬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국면에서 우리의 힘은 미약하고 당분간은 남한 정부가 그 역할을 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또 다른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서 그 위기가 닥치더라도 능히 막아낼 수 있는 힘을 미리 길러두는 것입니다.

지난 3년간 평화문제로 인해 기존의 정토회 활동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다가오는 올 가을, 내년 봄 그리고 내년 하반기까지 적극적으로 정토회가 본래 하고자 했던 일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는 정토회의 설립목표를 달성하는 것임과 동시에 정토회가 확대됨으로 해서 한반도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만큼 막아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9-6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제안된 목표가 ‘전법’입니다. 정토불교대학, 행복학교 등 대중을 접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3년 전 전국에 300개의 법당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우고 활동을 했듯이 이제 전법 활동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전법에 집중하는 것과 더불어 정토회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토불교대학이 대중성 있게 개편될 필요가 있습니다. 30년 전에는 지금과 같은 불교대학이 그 시대요구에 맞는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불교인들이 불교가 너무 어렵고, 불교를 잘 몰랐기 때문에 ‘쉬운 불교, 대중 불교, 바른 불교를 배울 수 있다’는 취지가 사람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면서 그 과정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20년, 30년 흐르면서 요즘 정토회를 찾는 사람들은 불교에 대해 알고 싶다기 보다는 인생이 괴로워서 행복을 얻고자 정토회를 찾습니다. 이들은 불교의식이나 교리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즉문즉설을 듣고 정토회를 찾아옵니다. 그러다보니 옛날에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요즘 대중의 요구와는 딱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불교 교리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얼마나 많이 아는지, 얼마나 쉽게 배우는지, 얼마나 바르게 이해하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어떻게 하면 자기가 조금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는가가 더 큰 관심사예요. 물론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지만, 현재 불교대학에는 불교의 교리적 지식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런 교리적 지식에 치중되어 있는 내용을 순화시켜서, 교리는 기본적인 것만 가르치고, 되도록 자기가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도록 교과내용을 편성하고 재배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 많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안들이 있다 보니까 개편작업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새로 법사수계를 받은 26명의 법사님들은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행자교육 1년을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불교대학 개편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불교대학 개편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법사님들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대중 박수)

정토회의 설립취지는 ‘불교 중흥’과 ‘민족 중흥’입니다. ‘불교 중흥’은 바른 불교를 실천하는 수행공동체를 읍·면·동마다 하나씩 만들어서 생활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민족 중흥’은 전쟁 위기에 처해있는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통일된 한반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자기 필요만큼 환경운동을 하고 싶으면 환경운동을 위해, 평화운동을 하고 싶으면 평화운동을 위해, 개인 수행을 하고 싶으면 수행을 위해 정토회에 오지만, 적어도 대의원 여러분들은 정토회의 설립목표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정토회의 설립목표는 새로운 불교 운동의 기초를 다지는 것과 한반도의 평화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오늘 대의원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걸친 9차 천일결사의 후반기 사업 방향에 대한 합의입니다. 전법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서 많은 정토행자를 배출하는 것에 뜻을 모을 수 있도록 대의원회에서 많은 논의가 있기를 바라고, 논의된 내용이 내일 열리는 서원행자에서 공유되고 나아가 정토회 전체에 잘 전달되어서 지난 6차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선포된 전법의 방향으로 힘을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대의원들은 정토회의 설립 목표에 대해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 스님에게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무엇을 위해 여기에 모였는지 되새겨 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과 문경수련원에서 제공하는 밥과 반찬 1가지를 곁들어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곧바로 본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오후에는 행정처 보고, 불교대학 개편, 통일특별위원회 보고, 질의응답 시간이 차례대로 이어졌습니다.

저녁에는 상반기 사업 및 결산 심의를 한 후 분과별 주제 토론에 들어갔습니다. 열띤 토론이 밤늦게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밤10시가 다 되어 1일째 전국 대의원회 회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전국 대의원회 회의 2일째 날입니다. 회향 법문을 끝으로 대의원회 회의를 마치면, 곧이어 서원행자대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준길, 김미정, 손명희

아직 입학할 수 있어요 정토불교대학 <바로가기>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