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원행자대회 2일째 날입니다. 새벽 5시에 천일결사 기도를 함께 하며 하루를 시작한 서원행자들은 6시30분부터 서원행자대회를 계속 이어서 했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 행정처 사업보고를 받은 후 전국대의원회의 결과에 대한 동의 절차를 거쳤고, 이어서 모둠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복한 법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천일결사 모둠 활성화 방안’, ‘일상 속에서 사회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상 속에서 전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11시부터는 모둠별 토론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후 이어서 3분 스피치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여 명이 나와 어떤 주제든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쳤습니다.

그 중에서 대구정토회 전병득님의 3분 스피치는 모든 대중을 웃음 바다에 빠트렸습니다. 이 분의 수행 사례담은 스님 법문에도 자주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사례를 좀 바꾸실 수 있게 다른 사례를 들고 나왔다’ 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대구정토법당 총무를 8년 하느라 매일 법당에 나갔었어요. 그 때 남편이 자주 하는 말이 ‘법당 나가는 시간에 돈이나 벌러 다니지’ 하고 구박을 하곤 했어요. 그 때마다 제가 ‘나는 맨날 집에만 있었는데, 무엇을 해서 돈을 버느냐’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 때 저희 남편이 저를 부르는 호칭이 아줌마였는데, 제가 그렇게 대답하면 남편은 ‘아줌마는 힘이 좋잖아. 계단 청소를 해도 되고, 그릇 씻는 일해도 되잖아!’ 그랬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그런 일 못합니다!’ 라고 딱 잘라 말했어요. 남편이 ‘왜 못 하니?’ 라고 하면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그런 일 안 해봐서 분명히 제대로 일을 못 할 거예요. 그러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그럴 겁니다. 저 여자는 얼마나 남편을 잘못 만났길래 일도 못하는 주제에 여기 와서 일하나... 그런데 저는 남편을 잘 만났거든요. 왜 제가 훌륭한 당신을 못난 남편으로 만듭니까? 당신을 그렇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저는 그런 일 안 합니다. 당신과 같이 사는 이상은 당신을 그렇게 만들 수 없습니다. 당신은 인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못난 남편 감이 절대 아니예요.’ (모두 박수)

그렇게 말해서 결국 그 때 그런 일 안 하면서 20년이 넘게 같이 살고 있어요. 집안 형편이 좋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지금은 남편이 제가 법당에 안 가는 날이면 ‘보살님, 오늘은 왜 당신 집에 안 갑니까?’ 그럽니다. 맨날 아줌마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보살님이라고 불러요.

요즘 봉사활동 안 하고 자꾸 돈만 벌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의 이런 사례를 스님이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돈 벌러 가라는 남편의 독촉을 재치있게 응대한 이야기에 대중들 모두 감탄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모둠 토론 결과와 3분 스피치를 경청한 스님은 대중의 의견을 들으면서 들었던 스님의 생각을 피드백 해주었습니다. 오늘 모인 사람들은 모두 정토회의 서원행자들이기 때문에 더욱더 진솔한 피드백을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께 서원행자대회를 마치며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바른 불교야말로 가장 대중적이고 쉬운 가르침임을 강조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대중들이 아주 쉽게 진리를 체득할 수 있도록 말씀하셨어요. 왕족이라야만 왕이 될 수 있고, 귀족이라야만 관리가 될 수 있던, 태생적으로 혈통에 의해 운명이 정해지는 사회에서는 계급이 낮은 사람에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엄청나게 희망적인 말씀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르침을 못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두렵고 말도 안 되는 얘기처럼 들렸습니다.

똥을 치우던 천민 니이다이가 똥통을 옮기다 넘어져서 부처님 옷에 똥물을 튀겼을 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부처님께 빌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냇가에 가서 똥물이 묻은 옷을 씻으면서 ‘이 똥물이라는 게 본래 있는 게 아니다. 옷에 묻었을 뿐이다. 이렇게 씻으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천민이라는 신분도 본래 있는 게 아니고, 수행을 통해서 씻어버리면 없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업식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 얼마나 쉬운 말씀입니까? 이걸 철학적으로 논하자면 ‘무아’를 설명해야 되는데, 그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무아’는 우리가 지금까지 듣고 또 들어도 헷갈리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똥물 묻은 옷을 씻어 보이면서 무아를 설명하셨던 거예요.

중도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설명하자면 설명을 해도 알아듣기 어렵고, 오히려 설명하면 할수록 더 헷갈립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중도를 거문고 줄에 비유하셔서 쉽게 말씀해주셨어요.

‘거문고 줄을 너무 조여도 소리가 안 나고, 거문고 줄이 너무 느슨해도 소리가 안 나고, 적당해야 소리가 난다. 과해서 넘쳐도 안 되고, 부족해서도 안 된다’

부처님의 말씀은 우리가 체득할 일이지, 무슨 복잡한 이론이 아닙니다. 부처님 당시는 사람이 죽으면 브라만이라고 하는 사제계급이 와서 축원을 해 줘야 죽은 뒤에 천국에 태어나고, 축원을 안 해 주면 천국에 못 태어난다는 믿음이 확고한 시대였어요. 그에 대해서 질문하는 젊은이에게 부처님께서는 돌멩이를 연못에 던져 보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돌멩이더러 떠오르라고 빈다고 돌멩이가 떠오르느냐? 기름을 연못에 떨어뜨리고는 기름더러 물 밑으로 가라앉으라고 한다고 기름이 가라앉느냐? 그렇지 않다. 무거운 것이 아래로 가라앉는 것, 가벼운 것이 위로 뜨는 것이 진리이다. 그처럼 살생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술을 마시고 취해 행패를 피우고, 즉 남을 해치거나 남을 손해 끼치거나 남을 괴롭히거나 말로라도 그렇게 하거나 술을 마시고 취해서 그렇게 하면, 그것은 무거운 돌멩이가 물 밑으로 가라앉듯이 그 지은 업은 저절로 아래로 떨어져 지옥으로 간다. 즉 고통을 받게 된다. 반대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고, 가난한 이를 돕고, 괴로운 이를 기쁘게 하고, 부드럽게 말하고, 맑은 정신을 가지면, 그것은 마치 가벼운 기름 같아서 저절로 위로 뜬다. 즉 즐거움과 행복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바른 진실을 너무나 쉽게 설명하셨어요. 우리가 ‘전법’을 할 때도 ‘바른 법은 아주 고상해서 어렵다’ 라고만 생각할 게 아닙니다. 바른 법이 가장 쉬운 법이에요.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가장 대중성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정토회는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불교’를 주창합니다.

당시 부처님께서는 ‘불교’라는 용어를 사용하셨던 것도 아니고, 교리를 만드셨던 것도 아니에요. 그저 고통에 빠진 사람들의 호소를 들으시고 그의 처지에서 가장 쉽게 고뇌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열어주셨던 것입니다. 부처님은 정법을 행하신 분일뿐만 아니라 가장 대중적으로 간단명료하게 법을 전하신 분입니다. 오늘 우리들도 그것을 재연해 보고자 이렇게 서원을 세운 겁니다.

‘나 자신부터 이 법을 따라 자유롭고 행복해지고, 또 이 세상 사람들도 이 법과 인연을 맺어서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 이런 좋은 법을 우리가 만난 것에 대해서 기뻐하고, 또 이 좋은 법을 우리 주위에 인연 닿는 대로 널리 전파하자.’

소박하다면 정말 소박한 우리의 꿈이고, 크다면 정말 큰, 일체중생을 구원한다고 하는 대원(大願)입니다.

1차 만일결사를 회향하는 연도는 2022년입니다. 그런데 2022년까지는 정토회가 설립할 때 세운 두 가지 목표를 100% 다 이루기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2025년, 즉 2차 만일결사 1차 천일결사가 끝나는 시점에는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2022년까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이루어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2025년까지는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의 흐름이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입니다. 제가 점쟁이처럼 말하는 게 아니고, 우리의 노력을 감안하고 정세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중국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성장하면 2025년에는 중국의 GDP가 미국과 같아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2025년은 세력균형이 오는 해라는 것입니다. 또 용성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2025년은 새로운 대한민국, 통일 대한민국의 원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 현실을 보면, 다음 정부에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면 2025년은 그 정부의 임기 중간쯤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평화를 정착시키면서 어느 정도 기초를 닦아놓으면 다음 정부가 통일을 조금 더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소위 사실상의 통일인 국가연합을 이뤄내서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많이 걱정하는데, 북한도 통일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남북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북한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건 우리의 생각이고, 북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렵지만 나름대로 자존심을 지키면서 통일을 추진할 대책을 강구하고 있어요. 즉 나름대로는 자본주의에 대한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일부 이탈자도 있겠지만 몇 년 만 더 하면 자신감이 붙을 겁니다.

2025년까지는 이제 7년 남았죠. 그러니 여러분들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지금 정토불교대학과 행복학교를 이렇게 저렇게 실험하고 있는데, 그게 조금만 더 다듬어지면 읍면동에 수행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만약 그 사이에 헌법이 개정되고 선거법이 개정되어서 지방자치제가 강화되면, 우리가 만드는 이 행복센터가 주민자치센터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굉장한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전망이 안 서니까 자꾸 어려움이 생기면 물러나는 마음을 내는데, 제가 늘 말씀드렸잖아요. ‘힘에 부치면 붙어있기라도 해라. 그러면 결과가 나타날 때 함께 기뻐하리라.’ (모두 웃음)

그런데 떨어져나가면 함께 기뻐하지도 못하고 아쉬워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미 길은 정해졌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지체되고 있을 뿐이에요. 이것은 이미 나있는 길이에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조금 더 앞을 내다보고 전망을 가지면 10년은 금방 갑니다. 여러분들의 어린 시절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30년 금방 갑니다.

정토회에도 ‘용두리 시절’이라고 불리우는 시기가 있었는데, 비닐하우스에 법당을 마련해서 포교를 시작했어요. 그게 30년 전의 얘기입니다. 제가 저 아래 마을에서 허물어진 집을 지게에 짊어지고 올라와서 여기에 백화암을 짓겠다고 흙을 다지고 했는데, 그로부터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내년이 문경수련원 30주년이에요. 세월은 금방 갑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길지 않아요. 우리는 지금 거의 막바지에 와있습니다. 원래 새벽이 가까울수록 더 어둡고 춥다고 하잖아요. 막바지이다 보니까 장애가 좀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인지 요즘 여러분들의 얼굴을 보면 조금 지친 것 같아요. 여기도 ‘지쳤다’, 저기도 ‘지쳤다’ 그러는데 이제 더 이상 지치지 마세요. 고지가 바로 저기입니다. (모두 웃음) 제 눈에는 환히 보여서 손으로 잡으려고 해도 잡힐 것 같고, 발을 한 발만 내디뎌도 닿을 것 같은 곳까지 우리가 와있어요.

그러니 다시 한 번 원기를 회복하세요. 절망하고 낙담해서 ‘싫은 마음’에 사로잡히면 세상이 거꾸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 생각 딱 돌이켜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세상이 뒤집어지는 건 간단한 거예요. 여러분들 인생이 뒤집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들도 한 생각 확 돌이키면 인생이 확 뒤집어져서 중생이 부처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뭐가 좋다고 중생살이를 그렇게 보물단지처럼 움켜쥐고 아무리 놓으라고 해도 안 놓고 그래요? (모두 웃음)

탁 놓아버리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수행적 관점을 더 꽉 잡으세요. 자꾸 힘들어하고 마음이 움츠러들면 갈수록 더 깜깜해집니다. 그런데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듯이 벌떡 일어나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런 자세로 웃으면서 갑시다. 어떻게 가자고요?”

(대중들) ”웃으면서!”



“예. 눈물을 흘리더라도 웃으면서 흘리세요. 정진의 힘을 조금만 더 내면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립니다. 전법을 타성에 젖어서 하지 마시고, 옛날에 우리가 북한돕기운동 했듯이, 옛날에 법당 개척했듯이, 다시 한 번 전법에 집중을 하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대중들) “예.”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애정어린 격려 말씀에 서원행자들은 기운을 듬뿍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서원행자대회를 모두 마친 후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서원행자들이 희망의 씨앗이 되어 한반도의 평화 통일과 대한민국 국민 행복도 향상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기를, 그 길에 나도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이어서 대청소 시간을 1시간 동안 가진 후 오후 5시에 모두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공양준비팀에서 가래떡을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도반들과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술숲 길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모두 가벼워 보였습니다.

스님은 회향 법문을 마친 후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필리핀으로 가서 내일부터 3일 간은 아시아지역 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민다나오 JTS센터에서 해외 행자대회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정란희, 이준길,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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