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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걸까 고민이예요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일 때가 있지요. 그리고 도대체 적성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요. 이럴 때는 어떻게 마음 자세를 가지는 것이 지혜로운 길일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공사 중인 건물 탐방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내가 이런 건축 일까지 알아야 하는 걸까? 이 일이 정말 내게 맞는 걸까?’하는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사회 명사들이 청년들에게 조언하는 책을 보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들 하는데, 저는 그런 게 정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적성이라는 게 있는지, 아니면 제가 적성이라는 걸 찾아서 좀 더 편하게 살려는 욕심을 내는 것뿐인지 모르겠습니다.”

 

- 법륜 스님 : “적성이란 건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과학자 되는 것이 꿈이었고 적성에도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래희망에 종교인은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종교인의 길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갈등이 많았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원래 과학에 관심 있던 사람이다 보니 종교에서도 허황된 요소들은 믿지 않고 멀리했습니다. 49재나 천도재 같은 불교 의식을 보면 무속적인 요소가 다분히 나타나는데 저는 이런 것들을 진리로 보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때에도 앞뒤가 맞고 논리가 정연하도록 강의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종교인으로 살면서도 대중이 어떻게 불법을 쉽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중점을 두어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같이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거기에는 나의 특징이 작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 적성은 과학에 맞으니까 나는 반드시 과학에 관련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문제가 없습니다. 내 적성에 어떤 직업이 맞는다고 한 가지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선택해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기 성향이 그 직업에서 자기의 장기(長技)를 발휘하게 됩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은 그 참뜻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자기 특성은 무시한 채 의대니 법대니 이런 데만 가려하지 말고, 무조건 남들이 좋다는 대기업만 들어가려 하지 말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라는 의미입니다. 세상에서 좋다는 것이 나에게도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무조건 사람들이 좋다는 것만 따라다니지 말라는 뜻입니다.

 

‘나는 왜 좋아하는 일이 없을까?’ ‘나는 왜 이것 아니면 안 된다고 목숨 걸고 싶은 일이 없을까?’ 고민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불교적으로 보면 오히려 없는 편이 더 좋습니다. 아무거나 주어진 대로 할 수가 있으면 더 좋습니다. 밥하라면 밥하고, 빨래하면 빨래하고, 법문하라면 법문하고, 농사지으라면 농사짓는 이것이 최고의 도입니다. 이것이다 고집하지 않고 가리지 않음으로써 자유로운 상태가 되는 것이 최고의 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다만 하나라도 붙들고 제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이 없는 걸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디자인에는 여러 가지 분야가 있지 않습니까? 이리저리 다니며 이것저것 하다 보면 그중에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만약 질문자 같은 이가 스님이 된다면 어떨까요? 스님이 되어서도 디자인을 하지 않을까요? 승복을 다시 디자인하자고 덤빌지, 절 정원을 디자인하자고 할지, 절집 설계를 바꾸어 전통미도 살리면서 현대식으로 변화를 주자고 할지 모릅니다. 무엇을 하느냐, 어떤 디자인을 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연되는 대로 무엇이든 하다 보면 장기가 살아납니다. 다만 돈 때문에 억지로 하면서 살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명사들의 얘기는, 잘할 것 같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직업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말고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도전하라는 말입니다. 
 
그런 것이 없다 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만약 있다면 바로 그 일을 하면 됩니다. 요즘엔 무슨 일을 해도 밥은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자기 적성에도 맞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젊은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법륜스님의 새책 <인생수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은 말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행복하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즉문즉설과 함께 쉽고 재미나게 엮어져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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