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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사드 배치, 중국의 보복 … 불안합니다. 어쩌죠?


새 정부는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시켜 

사드 배치의 긴박성 떨어뜨려야 합니다.”

 

질문자 사드(THAAD)의 일부분이 엊그제 한국에 도착했고, 중국은 한국에 대해 본격적인 경제 제재와 보복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한미 합동군사훈련, 북한의 도발, 선제 타격 발언까지 한반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되니까 혹시라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전쟁을 막고 평화로운 나라에 살기 위해서 우리 국민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반도 사드 배치의 다른 이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저도 많이 걱정됩니다. 사드 배치가 필요한 이유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남한의 방어라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실제 배경은 조금 더 넓습니다. 지난 1세기 동안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행세해 왔는데, 최근에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일단 막아야 되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패권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중국은 과거 서구열강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십 년간의 노력으로 대국으로 굴기했습니다. 그런데 국제 관계는 자신들의 힘이 약할 때 형성된 관계가 아직도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들의 힘에 걸 맞는 역할을 달라고 미국에게 요구하는 겁니다. ‘적어도 동아시아에 있어서는 중국의 국익을 보호해 달라라고 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죠.

 


동아시아에서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의 전략과 

그에 대한 중국의 저항

 

또 동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세계 대전을 했습니다. 결국 일본이 패전하자, 미국은 일본이 다시는 도전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웠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자 일본의 족쇄를 풀어주고,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 기회를 이용해서 패전 국가의 멍에를 벗어 던지고, 자신들의 경제력에 걸 맞는 국가 체제를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최고 맹방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평화 헌법도 개정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전환하는 등 일본 입장에서는 정상국가화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일본의 재무장화라고 볼 수 있죠.

 

지금까지 미국은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따로 따로 관리했어요.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은 관계가 안 좋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군사협력을 해줘야 해요. 여기에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본은 사과는커녕 지금까지 계속 무시를 하고 있죠. 독일처럼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하고 발돋움하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일 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체제를 만들고 싶은 거예요. 한미 동맹까지는 괜찮아요. 그러나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체제까지 가면 이것은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낸 꼴이 되어서 중국의 보복을 받게 됩니다. 북한 공격에 대응하는 한미동맹은 중국도 어쩔 수 없지만, 한국이 일본과 군사협력까지 하는 것은 중국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미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빌미로 남북 간의 긴장을 고조시켜서 한국 국민들이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 핑계로 사드 배치까지 밀어붙였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가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사드가 대()중국 방어시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이 보유한 미사일에 대한 정보가 모두 미국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곧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되고, 중국의 안보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갈등관계에 놓인 겁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는 것이고, 둘째,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고, 셋째,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줌왈트라고 하는 최신 스텔스 구축함을 기항시키는 겁니다. 줌왈트에 배치된 레이더는 사드보다 월등하게 강해서 남중국해를 커버하게 되고, 사드는 백두산 쪽을 커버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 전체를 cctv 들여다보듯이 볼 수 있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강력히 저항할 수밖에 없고, 이런 미중의 충돌 속에 우리가 놓이게 됩니다.

 


국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때

 

우리는 지금 안보 문제는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경제 문제는 중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미국 말을 안 듣자니 안보에 위협이 생기고, 중국말을 안 듣자니 수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것을 꼭 불리하게만 볼 것은 아니에요. 미국과 중국이 이렇게까지 보복하는 것을 보면, 미국과 중국에게 한국은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처음에 중국 쪽에 기울어서 버텼는데 결국 미국 쪽으로 확 전환을 해버린 거예요.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중국으로부터 입을 손해를 만회할 만큼의 이익을 미국으로부터 보장받고 나서 배치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하루아침에 덜렁 넘겨줘 버린 겁니다. 결국 우리에겐 중국의 보복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런 결정은 좀 경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에는 곤란해요. 왜냐하면 이 결정은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시간을 조금 더 끌어가면서, 국익을 얻을 건 얻고, 잃을 건 잃고, 개선할 건 개선해서 손실이 안 나게 챙겨가야 하는데, 얻는 것은 별로 없고 잃는 것만 많은 경솔한 결정을 했습니다.

 


이미 결정을 해버렸으니

이 상황에서 손해를 최소화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들의 반대목소리가 높으면, 정부가 국민을 핑계로 사드 배치를 연기할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지도자라면 사기업인 롯데의 이익을 침해한다라고 하면서 몇 개월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하면서 또 몇 개월 더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결정하기 전이라면 이런 경솔한 결정을 안 했어야 했고, 이미 결정해버린 일이라면 배치를 약간 순연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빨리 배치해야 한다는 미국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북한과 이산가족 상봉도 추진하면, 남북 간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사드 배치의 긴박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드 배치를 연기하는 가운데 남북 관계가 풀려버리면, 배치할 필요성이 아예 없어져버릴 수도 있고, 배치하더라도 중국을 어느 정도 설득하면서 배치를 해나갈 수가 있습니다. 국가 지도자에게 이런 지혜가 필요합니다.

 

국가 지도자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체면을 좀 세워줘야 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곧 2기에 들어가는데, 이 시기를 약간 피해줘야 시진핑도 체면이 섭니다. 지금 시기에는 시진핑이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체면이 서게 되거든요. 약간 순연시키면서 중국의 정치적인 기회를 약간 피해준다면 사드 배치를 하더라도 중국과도 갈등이 결정적 갈등이 아니라 형식적 갈등에 그치게 하면서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어요.

 


새로운 국가 지도자는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하기보단 

남북 관계 긴장 완화 국면을 조성하여 

미국, 중국, 한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 나가야

 

국가 지도자가 현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대처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사드 배치는 결정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결정해버렸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정했다 하더라도 이것은 대한민국의 결정이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 역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결정을 번복하기 보다는 지혜롭게 대처하면서 시간을 좀 끌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배치를 하든, 번복을 하든, 그것은 변화된 국면에서 다시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과 국민이 해야 할 일이 꼭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반대하면서 사드 배치를 철회하게 되면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지고,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무조건 밀어붙이게 되면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집니다.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지도자가 약간의 지혜를 발휘하고, 여기에 국민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준다면, 미국도 기분 나쁘지 않고, 중국도 기분 나쁘지 않고, 우리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길을 충분히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렇게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미국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의지가 이렇게 강할 때 정면충돌을 하면 정권의 위기를 불러옵니다. 힘이 약한 사람은 무조건 대들어 싸워서도 안 되고, 무조건 굴복해서도 안 됩니다. 예의를 갖추되 자주적인 입장이 분명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 정부는 이런 지혜가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 이 대화는 3월8일(수) 성남 아트센터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에서 이뤄진 법륜 스님과 시민들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