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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저를 많이 미워하는 엄마, 저는 어떻게 살까요?


 질문자  엄마가 저를 많이 미워하시는데요, 그 이유를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 그냥 네 얼굴만 보면 짜증이 난다’고 말씀하십니다. 엄마는 제가 어릴 때부터 스무 살이 넘어서까지도 때리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차츰 신경이 예민해지고 소화도 잘 안되고, 만성적으로 입도 바짝 마르곤 합니다. 요즘에는 눈 안쪽에도 이상이 생겨서 하던 공부도 포기했습니다. 아무래도 건강 문제가 있다 보니,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제 삶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뭘 먹고 살긴요, 밥 먹고 살죠. (청중 웃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리 가난해도 대한민국에서 먹고 살 밥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두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질문자  제가 특히 눈이 안 좋다 보니 컴퓨터를 보는 직업은 구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웬만한 직업은 컴퓨터 화면을 보는 일이잖아요. 그렇다고 힘쓰는 일은 몸이 약해서 못 하겠고요.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과에 가보셨어요?”


 질문자  네. 눈 안쪽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증상인데, 수술을 해도 후유증이 심한 병이래요. 의사선생님은 수술하기보다 악화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지내라고 하셨어요.


“그래요. 고민이 되는 건 이해가 돼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두 눈 다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은 얼마나 있을까요?”


 질문자  생각보다 많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은 눈이 안 보이지만 나름대로 다 살아갑니까, 죽는 방향을 택합니까?”


 질문자  살아갑니다.


“질문자의 상황이 그분들보다 나아요, 못해요?”


 질문자  그분들보다 나아요.”


“그분들은 더 어려운 조건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는데, 질문자가 못살 이유가 없잖아요?”


 질문자  네. 그런데 저는 아직 젊은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러면 눈이 안 보이는 분들은 모두 나이가 많아서 그럴까요? 질문자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많아요. 지금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질문자  저는 제 건강에 대해 하루 종일 걱정합니다.


“스스로 자기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걱정이 되는 거예요. 지금 건강이 내가 원하는 만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다른 부분도 살펴봅시다. 여기 있는 이 물병에 물이 많아요, 적어요?”


 질문자  “…”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 물이 많지는 않을지 몰라도, 물이 적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질문자의 건강도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은 좋지 않지만, 객관적으로 건강이 나쁜 건 아니에요.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안 보이는 사람과 비교하면 시력이 좋잖아요. 그런 생각은 질문자가 질문자보다 좋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하고만 자꾸 비교를 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느라 힘들었지요?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어땠어요?”


 질문자  사이가 나빴어요.


“엄마하고 누구하고 사이가 제일 나빴어요?”


 질문자  엄마와 아빠, 그리고 엄마와 저 이렇게 사이가 안 좋았어요.


“질문자는 엄마를 더 닮았어요, 아빠를 더 닮았어요?”


 질문자  엄마는 제가 아빠를 똑 닮아서 둘 다 싫다고 말씀하세요.(청중 웃음)


“엄마 입장에서는 아빠가 미운데, 질문자 하는 행동이 아빠와 비슷하니까 질문자도 미워하는 거예요.”


 질문자  네...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요, 엄마의 입장이 진정으로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에요.


“엄마는 본인의 인생이 불행해진 것이 남편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남편만 보면 짜증이 나고 미워지는 거예요. 엄마 입장에서는 질문자가 ‘그 미운 사람’의 딸이니까 질문자도 미워지는 거예요. 그러니 왜 거기에 태어났어요, 다른 사람에게서 태어났으면 됐잖아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엄마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남편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거예요. 그러니 엄마는 성질이 나는 거예요. 그런데 남편한테 욕하거나 남편을 때릴 수는 없잖아요? 대신 질문자한테 욕을 하고 질문자를 때린 거예요.


앞으로 엄마가 짜증낼 때마다 ‘왜 나를 미워하느냐?’라고 따지지 말고,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느라 힘들었지?’ 하고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면 우선 질문자의 마음 속 응어리가 풀어집니다. 굳이 엄마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아도 돼요.


현재의 유리한 조건에 초점을 맞추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오늘 두 가지 이야기했지요? 첫 번째는 비록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닐지라도 나보다 작은 사람에 비해서는 키가 크고, 나보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에 비해서는 시력이 좋아요 그러니 나는 우선 괜찮은 사람이지요?”


 질문자  네.


“그래요, 우선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하고 스스로 알 필요가 있어요.

두 번째는 엄마가 짜증낼 때마다 덩달아 짜증내는 것이 아니라 ‘아빠 같이 생겨서 미안해,’하고 참회하면서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느라 고생했지, 엄마가 얼마나 힘들면 저러실까’하고 엄마를 이해하는 마음을 내보세요. 그러면 우선 질문자의 마음부터 편안해집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예민한 신경이 차츰 가라앉게 됩니다. 눈도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젊은이의 고민이 이해는 되시죠?”(청중을 향하여)


“네!” (청중)


“네, 우리가 원하는 만큼 되지 않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우리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 내가 어떻게 주인이 되는가’가 핵심입니다.


엄마와의 갈등에서도 내 입장만 생각하니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생겨나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삶이 얼마나 피곤하셨겠습니까? ‘저런 아빠를 만나서 참 살기가 힘들었겠다. 아빠한테는 악도 못 쓰고 주먹질도 못했을 텐데 그나마 나한테는 할 수 있으니, 나한테 분이라도 풀고 사세요’라고 생각을 탁 바꾸어 버리면 어머니가 왼뺨을 때려도 오른뺨을 내줄 수 있게 됩니다. ‘어머니, 한 대 때려서 분이 풀립니까, 두 대는 때리셔야죠’하면서요. (청중 웃음)


그렇게 늘 우리가 처한 삶의 현실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관점을 어떻게 주인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두고도 주변 강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탓을 하면 그 입장이 초라해집니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식민지 시대보다는 낫다, 독립운동은 목숨을 걸고 했어야 됐는데 통일운동은 목숨까지는 안 걸어도 된다. 군사정부 때보다는 낫다. 민주화운동은 자칫 감옥에 가기 일쑤였는데 통일운동은 감옥에는 안 가도 된다’라고 현재의 유리한 조건에 초점을 맞추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안 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뭐든지 안 될 조건이지만, ‘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뭐든지 되고도 남는 조건입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핵심은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 내가 어떻게 주인이 되는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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