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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남편과도 힘들어요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는 성인이 되고 나서 결혼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무서운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받은 상처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한 여성이 질문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어릴 때 아버지가 성적이 나쁘다든지 해서 언니를 혼내는 걸 보면 많이 무서웠어요. 집이 빚에 넘어가고 난 뒤로는 큰집에 가서 살면서 아버지가 엄마에게 폭언을 하셨는데, 그 속에서 굉장히 무섭고 두렵고 눈치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이제 결혼해서는 남편이 하는 말들이 다 질책으로 와 닿는 게 너무 괴롭습니다.” 


- 법륜 스님 : “지금 그 정도로 자기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니 일단 출발은 좋습니다. 너무 고치려고 애쓰지 말고 우선 지금 자신의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그다음에 조금씩 고쳐나가면 됩니다. 지금 상황을 파악하려면 기도를 조금 더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남 눈치 보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긍정적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니 또박또박 남편한테도 할 말이 있으면 해보세요. 그런데 남편에게 이야기할 때에는 자신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내가 남편에게 말할 때 정신이 없구나. 남편은 이야기할 뿐인데 내가 집착으로 받아들이는구나! 또 내가 남편한테 말할 때 공격적으로 하고 있구나! 저항하고 있구나!’ 이렇게 내 상태를 보라는 겁니다. 그러면 남편은 그냥 말할 뿐이므로 질책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됩니다.


옛날에 내가 받은 상처가 있기 때문에 조그마한 일도 자꾸 질책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습관을 고치면 자신에게 좋습니다. 그러니까 질책처럼 느껴질 때마다 ‘어! 이건 내 상처 때문에 덧나는 것이지 저 사람 때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제 정신이 딱 돌아옵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 점검을 하면서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릴 때 집안의 어려움으로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지난 꿈같은 것입니다. 지나놓고 보면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상처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사건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내 속에서 자꾸 옛날을 돌이켜서 상처를 되뇌지 말고 부모에 대해서 이해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 당시 부모님 나이가 지금 내 나이하고 비슷하지요? 지금 내가 내 자신을 보면 아직도 어린아이 같고 인생을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처럼 내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는 말입니다.


엄마도 무엇을 잘해보려고 하다가 어리석어서 돈 날리고 빚지는 수준이고, 아내가 빚지니까 남편은 화가 나서 욕을 하는 것이고, 이건 세상 사람들에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특별히 우리 아버지가 나빠서나 우리 어머니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세상에 흔히 있는 일에 속합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를 안 버리고 키우셨고, 좀 싸웠어도 이혼은 안 했고, 우리를 이 집 저 집 보내지도 않았으니 고마운 일 아닙니까? 빚지고 큰집에 가서 더부살이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를 끝까지 지켜준 사람은 이 세상에서 내 부모 뿐입니다.


그러니 부모님에 대해서 자꾸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되뇌지 말고, 항상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자꾸 절을 하면 그 상처들이 아물게 됩니다. 남편의 말이 질책으로 느껴질 때에는 ‘내 상처 때문이지 저 사람 때문이 아니다’하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모님에 대해서 감사기도를 하십시오. 기도할 때 욕심을 많이 내지 말고 그런 나를 점검하면서 한발 한발 해나가다 보면 괜찮을 겁니다.”


* 3월28일부터 6월20일까지 2014 희망세상만들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시군구에서 열립니다.  우리동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삶이 조금씩 행복해짐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