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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군복무 중 여자 친구가 이별 통보, 괴로워요


군인들이 자신의 군생활 고민에 대해 법륜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군생활 하면서 병사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여자 친구와의 헤어짐입니다.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고 그러죠. 많은 친구들이 군대 있는 동안에 대부분 여자 친구와 작별을 고합니다. 



군대에 와 있는 동안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할 때 어떻게 그 괴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지, 법륜스님의 답변입니다.


- 군인 : “저는 군입대하기 전 무척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너무 사랑해서 양가 부모님의 허락 하에 결혼도 승낙 받아 군대에 입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2년이란 시간 동안 연애하면서 10일 이상 떨어져 지낸 적이 없는 피와 같은 사이였지만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제가 툭하면 헤어지잔 말을 많이 해서 힘들게 했기에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불안이 집착으로 변해가면서, 여자 친구에게 계속 추궁을 했고, 여자 친구는 냉정한 여자가 되어 헤어지잔 통보를 해왔습니다.


처음엔 밥맛도 없고 의욕도 사라지고 거의 패닉 상태로 지내면서 선임들에 대한 반항심도 생기다보니 군대생활도 하기 싫어지고 그래서 스스로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헤어진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단 하루라도 생각이 안 나는 날이 없어서 괴롭습니다. 


사실은 무엇보다 여자 친구는 임신을 2번이나 했는데, 제 못난 능력 탓에 2명의 아기들을 세상에 빛도 못보고 하늘로 보내야 했습니다. 순간의 쾌락에 이기지 못하고 가엾은 생명을 죽인 저는 여자 친구도 없이 너무 큰 죄책감에 지내고 있습니다. 모든 게 저의 잘못인 걸 아니까 더욱 괴로운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새 출발하고 싶어 감히 스님께 답답한 짐 하나 풀어달라고 간절히 요청합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울분을 토하고 싶은 제 심정이 스님을 통하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법륜스님 : “많은 사람 있는 데서 꺼내놓기 어려운 이야기죠. 오늘 이렇게 용기를 내서 질문한 게 이미 해결의 반은 넘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우선 우리 정신작용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이 꿈 속에서 강도를 만났다고 합시다. 두려워서 도망을 가겠죠. 강도는 쫓아오고 이 사람은 도망을 간다. 살려 달라 아우성을 칩니다. 그런데 깨어있는 사람이 그 사람의 아우성을 들으면 어떨까요? 잠꼬대 한다 그러죠. 본인은 괴로워서 죽느냐 사느냐 아우성을 치는데, 다른 사람은 나를 보고 “헛소리 한다. 잠꼬대 한다.” 이렇게 말합니다. 깨어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게 아무 일도 아닌데, 꿈을 꾸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게 엄청난 큰일입니다. 


꿈을 깬 뒤에만 ‘아, 이게 꿈이었구나. 이게 착각이었구나’ 알 수 있지, 꿈 속에서는 절대 알 수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본인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에 꽉 사로잡혀 있는 상태란 말이예요. 옆에 있는 사람이 볼 때는 별거 아니예요. “여자가 한 둘이야? 그냥 헤어지면 되지. 세월이 좀 흐르면 잊어져.” 이렇게 말하고,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닌데도, 그게 나한테는 해당이 안돼요. 


그러니까 오늘 스님이랑 만나서 얘기 듣고 난 다음부터는 ‘이게 사로잡힌 상태다. 깨야된다.’ 이렇게 되내어야 되요. 안 깨지더라도 지금부터 ‘아 깨야된다. 이게 사로잡힌 상태다.’ 되내어야 됩니다. 만약 지금의 사로잡힌 상태로 계속 가면 내가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한다. 빨려들어가지 말고 그 생각이 떠오르면, ‘어’ 고개 흔들고 ‘어, 내가 꿈속에 빠진다.’ 이렇게 자각하고, 연병장에 나가서 뜀뛰기를 막 한다던지, 운동장을 돈다든지, 안그러면 친구들과 얘기를 한다던지, 목욕탕에 가서 샤워를 한다던지 하세요. 


그 생각에 끌려 들어가지 마라. 애인을 잊어라 이런 얘기가 아니예요. 그 생각을 자꾸 하지 마라. 그게 마치 늪 하고 똑같습니다. 자꾸 움직일수록 늪에 빠져 들어가니까, 고개를 흔들고 놓아버리려고 해야 됩니다. 이렇게 자꾸 하면 눈 뜨는 쪽으로 가게 돼요. 


이런 경우 겉으로 웃고 속은 울더라도, 뛰고 일하고 사람들과 재미있게 어울리면 좋습니다. 그 생각은 안할려고 한다고 안해지는 게 아니예요. 내가 떠오르고 싶어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니까, ‘이건 사로잡힌 거야. 깨어나야 돼.’ 자꾸 자기 암시를 하세요. 그렇게 하면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어느 순간에 맑아집니다. 


만약 이대로 가면 환영 속에 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자학하게 됩니다. ‘나 같은 건 죽어버려야 돼’ 이렇게 확 사로잡히게 되면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방에 있다가 갑자기 ‘나 같은 건 살 필요 없어. 죽어야 돼.’ 순간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아파트 창문에서 뛰어내려 버린다든지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애인하고 헤어진 것을 통해서 정신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거든요. 이것이 치유가 안되고 나에게 상처로 남게 되면, 앞으로 연애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또 상처 줄까봐, 또 상처 받을까봐, 또 실수 할까봐, 상대에게 잘 다가가지를 못해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다는 식으로, 상처가 환영처럼 작용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늘 오버랩 되어 작용하기 때문에 앞으로 결혼생활이 굉장히 어려워져요. 


사실 이 여자 분과 헤어졌기 때문에 내가 이런 증상이 생긴 것이 아니예요. 본인 자체가 심리적으로 편협증, 어떤 생각을 하면 거기에 빠져들어가 버리는 기질이 있어요. 이것은 부모로부터 받은 거예요. 이 여자 분과 연애하면서 나에게 이런 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만약에 이게 이번에 안 들어나고, 결혼해서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되느냐? 같이 살면서도 계속 이혼하자 그러고 여자가 나가면 찾으러 다니게 됩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애기를 낳았다면 애기 둘을 데리고 어떻게 살 거예요? 그러니까 이 경우는 분명히 아픔이긴 하지만, 앞으로 더 큰 아픔이 올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 겁니다. 넘어져서 다쳤는데, 거기 돌이 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캐버리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넘어질 것을 예방하는 게 되니까 좋은 일이 되듯이,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이것 보다 더한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내 성질을 내가 알게 된 계기가 된다. 아시겠습니까.

 

전역하면 애인 찾아가는 걸 먼저 하면 안돼요. 자기 내면에 있는 상처를 먼저 치유해야 됩니다. 치유를 해버리면, 이 여자 분과의 관계를 통해서 내가 상처를 치유했기 때문에, 이 여자 분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도 지금처럼 막 밀착하고 싸우는 이런 관계가 안 되고, 진짜 좋은 관계로 맺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자 분과 헤어져도 크게 상처가 안 되고, 또 다른 사람을 사귀더라도 이런 것을 반복하지 않을 수가 있게 된다. 


이 사건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말고, 내 속에 있는 편협증, 한쪽으로 치우치는 성격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했고, 앞으로 닥쳐올 위험도 예방해 준 좋은 계기로 삼아라. 한번 수렁에 빠져봄으로 인해서 내가 수렁에 빠질 수 있는 소질이 있으니 늘 조심하는 좋은 계기로 삼아라. 이걸 전화위복이라 그래요. 도로 이게 나에게 복이 된다. 


그런데 이걸 상처로 만들어버리면, 이것이 앞으로 인생살이에 큰 장애가 된다. 군대 옴으로 인해서 이런 일이 생겼잖아요. 밖에 있었으면 이걸 안고 죽을 때까지 살았을 텐데, 이런 사건이 생긴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라. 나를 아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이걸 먼저 치료해야 되겠다. 그럴 때 오히려 건강한 모습으로 그분께 내가 다가가야 되겠다. 이런 모습으로는 그 사람이 얼마나 나 때문에 힘들겠는가 이렇게 생각하세요. 


두 아이에 대한 생각도 이것은 편협증입니다. 그것이 만약 마음에 계속 걸리면, 여기 스님께 말씀드려서 어느 날 하루 정성을 기울여서 돈은 없지만 과일이라도 몇 개 사놓고 향 피우고 천도재를 올리고, 거기서 끝내야 되요. 왜냐하면,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그것은 논외로 하고, 있다고 전제로 했을 때, 불교적으로 말하면 윤회를 한다고 한다면, 생명이 끝났으면 다른 몸을 받아야 할텐데, 부모가 계속 울고불고 그걸 못 잊어하면, 그 혼이 갈 수가 없잖아요. 돌아오려니까 몸이 없고, 갈려니까 하면 계속 잡아당기면, 뭐가 되느냐? 무주고혼이 되요. 나는 자식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식을 굉장히 헤치는 결과가 됩니다. 내가 어리석어서 한 번 헤쳐 놓고, 이번에 또 두 번 죽이는 꼴이 된다. 그러니까 딱 천도하고 ‘잘 가라’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탁 놔버려야 되요. 완전히 탁 지워버려요. 그래야 내가 한번은 실수했지만, 두 번째는 실수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꾸 떠오르면 그건 내 편협증에서 생긴 것이지, 낙태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얼굴에 우수가 들어있는데, 이렇게 해서 조금 더 밝게 생활하세요. 아이고, 어려운 이야기 해주셨어요. 대신에 가피를 많이 입었어요.” 


- 군인 : “감사합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질문한 친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 있었습니다. 즉문즉설이 끝나고 “어떠셨냐?” 물어보니 “마음이 참 가벼워졌어요” 라며 웃습니다. 


한 달이 지난 후 질문한 친구를 다시 만났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헤어진 여자 친구 생각이 날 때마다 연병장에 나가서 달리기를 하고, 내무반 청소도 더 열심히 하고, 모든 일을 솔선수범하며 적극적으로 군생활에 임했다고 합니다. 간부들 사이에서 그 친구의 달라진 모습이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주에는 여단장 표창장까지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낙태한 아기들에 대한 생각은 얼마 전 군법당에서 천도재를 지내면서 가볍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늘 웃고 다니며, 힘들어하는 후임들을 오히려 챙겨주기까지 하는 의젓한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통 속에 허덕이던 군생활이 스님의 답변 덕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