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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아들이 방에서 나오지 않아요, 어떡하죠?


아들이 방에서 나오지 않고 식구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며 한 여성 분이 하소연 했습니다. 아들이 그렇게 되기까지는 어떤 원인이 있었겠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엄마로서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남편과 사별한 지 삼 년째 되고, 아들이 둘 있습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부부 사이가 안 좋아 아이들만 데리고 몰래 이사를 해버렸습니다. 큰아이와 달리 작은 아이는 상처가 되었던지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지난달에 제대하고 와서부터 식구들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바깥출입을 완전히 단절하고 혼자 지냅니다.”


- 법륜 스님 : “한번 돌아보세요. 질문하신 분 스스로 남편하고 사이도 안 좋았고, 남편을 놔두고 몰래 이사를 가버렸다고 하셨지요? 산 사람을 두고 몰래 이사 갔다는 것은 ‘다시는 안보겠다’는 뜻이고 또 ‘너 죽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래서 내 소원대로 상대가 죽었는데, 비록 내가 칼로 찔러 죽이거나 약을 먹여 죽이거나 그렇게는 안 했지만, 내 마음속에 ‘당신이 없었으면 좋겠다. 영원히 없었으면 좋겠다. 다시는 나한테 안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가져서 결국 바랐던 결과가 나타난 것이지요.


그런데 자식은 어떻겠어요? 옛날이야기에도 많이 나오잖습니까. 누군가 자기 아버지를 죽이면 원한을 품게 되고, 자라서는 원수를 갚게 되지요. 근데 원수 갚으려고 보니까 원수가 내 엄마입니다. 그러니 원수 갚기가 참 어렵지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철천지원수를 갚아야 되는데, 원수를 보니 자기 엄마고, 그러니까 아이가 정신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 방에 처박혀 있을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렇게 두문불출하고 있으면 어머니가 괴로워하니 아버지 원수 갚음도 좀 되고, 그래도 자기 손으로 엄마를 해치는 건 아니니까, 불효도 아니고. 결국 엄마를 직접 해치지 않으면서도 엄마에게 고통은 줄 수가 있지요. 아들에게 이것 말고 무슨 다른 방법이 있겠냐는 겁니다. 엄마를 죽여서 원수 갚는 것이 아니고 자기를 학대해서 원수를 갚는 거지요.


남편에게 저질렀던 일들을 생각해 볼 때 그 과보는 내가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연의 이치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지은 인연의 과보는 깊은 산속에 숨는다고 해도 피할 수가 없고 깊은 바다 속에 숨는다고 해도 피할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지은 인연의 과보는 반드시 받는다는 게 인과법입니다.


질문하신 분께서는 내가 지은 인연을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내가 지은 것으로 치면 이보다 더한 과보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듯이 지은 인연의 과보는 당연히 받겠다는 마음을 내면, 첫째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설사 아들이 자살을 하더라도 ‘부처님,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군요. 이생에는 내가 어리석어서 이런 인연을 짓고 이런 과보를 받지만, 이제부터는 부처님 법을 따라 정진해서 다시는 이런 나쁜 인연을 짓지 않고 이런 과보를 받지 않겠습니다’ 하는 마음을 내고 수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그런 불행까지는 오지 않았으니 지금 정진해야 합니다. 우선 돌아가신 남편에게 참회하세요. 눈물로 참회해야 합니다.


아들이 금방 웃으면서 방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자신이 지은 인연의 과보를 모르고 하는 욕심입니다. 오히려 아들로 말미암아 내 가슴이 더 찢어지고 애간장이 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니 손쉽게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내 지극한 참회가 하늘을 감동시키고 천지신명을 감동시켜서 내 아이가 언젠가 그 가피를 입어서 건강해지면 모르겠지만 그건 다음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