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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시어머니께서 굿을 하라고 강요, 어떡하죠?


가족 간에 종교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강요를 받을 때가 있지요. 특히 강요하는 사람이 시어머니이거나 거절하기 힘든 사람일 때는 많은 고민이 됩니다. 이럴 땐 어떻게 마음을 갖는 것이 나도 행복하고 상대도 행복한 길이 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몇 해 전 시이모님께서 신내림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굿도 가끔 하시고 본가에 신주단지를 모셔놓고 절을 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얼마 전 시어머니께서 시이모님 댁에서 굿을 하셨다면서 저보고 가서 절을 하고 오라고 강요하셨습니다. 자식들 잘되라고 그리하셨겠지 생각하다가도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법륜 스님 : “어떤 것을 바른 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어머니 나름대로의 신앙으로 자식 잘되라고 하고 계시는 거니 어머니를 이해하고 그 뜻에 맞춰 드리는 게 바른 도입니다. 바른 도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성지순례에 가거나 역사 유적지에 가서 성인의 자취를 만나면 절을 하잖아요. 남의 조상 묘에도 절을 하고, 외국에 가면 다른 종교의 신전 같은 데 가서도 절을 하듯이 신주단지 앞에서 절을 하면 되지 못할 게 뭐가 있어요? 그런 데서 절하면 안 된다고 고개 흔드는 게 바른 도일까요?


불교를 모를 때에는 그런 것을 부정하더라도 불교를 알면 마음이 넓어져서 시어머니가 신주단지에 절하라고 하시면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하고 방긋 웃으면서 절을 하면 됩니다. 신주단지가 공(空)한데, 거기에 뭐가 좋은 게 있고 나쁜 게 있겠습니까? 좋은 것도 아니지만 나쁜 것도 아니에요. 시어머니가 절을 하라 할 때 절을 탁 해버리면 옳다 그르다 하는 번뇌가 안 생기는데 절을 안 하니까 지금 분별심이 생기는 겁니다.


옛날 선사들 이야기 중에 두 스님이 길을 가다가 냇물을 만났습니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건너려고 하는데 어떤 여인이 냇물을 못 건너고 동동거리고 있는 겁니다. 그러자 한 스님이 ‘제가 업어서 건너다 주겠소’하고는 여인을 업고 내를 건넜습니다. 여인을 내려주고 두 스님은 절로 왔는데, 한참 뒤에 한 스님이 여자를 업어준 스님한테 ‘출가한 비구가 여인을 등에 업어서 되겠냐? 계율을 어긴 거다’ 이렇게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여인을 업어준 스님이 그 스님을 돌아보면서 ‘당신, 여기까지 여인을 업고 왔는가?’ 했습니다. 이 스님은 강을 건너자마자 여인을 내려놓고 왔는데, 옆의 이 스님은 절 입구까지 그 여인을 업고 들어온 거예요. 지금 질문하신 분이 이것과 똑같습니다. 신주단지 앞에 가서 절 한번 했으면 끝날 일을 몇날 며칠을 붙들고 여기까지 들고 왔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에는 신앙의 자유가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굿을 하든 신주단지를 모시든 그건 어머니의 신앙이고 어머니의 자유입니다. 그렇다면 교회 다니는 사람이 자기 교회 다니는 건 자유고, 나보고 교회 가자고 권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고 안 가고는 내 자유예요. 교회 가자고 권유한다고 그 사람보고 시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어머니가 굿을 해라 하셔도 안 하는 건 내 자유일 뿐이지, 권유하는 어머니를 나무랄 필요는 없습니다. ‘알았습니다’ 하고 안 하면 됩니다. 어머니는 좋다고 권유하시는 건데 내가 하기 싫으니까 억압으로 느끼는 거예요.


오히려 지금 시어머니한테 ‘굿을 하지 마라, 신주단지 모시지 마라, 나한테 절하라 그러지 마라, 나한테 그런 얘기 하지 마라’ 이렇게 시어머니를 강요하고 시어머니 인생에 간섭하고 있는 겁니다. 거기다 ‘정법이 아니다’라는 잣대까지 내걸고 있습니다. 그건 불교를 잘못 믿고 있는 겁니다. 시어머니가 뭐하라 하시면 내가 마음을 더 내세요. 그러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이게 정법이에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삶이 조금씩 행복해짐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