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즉문즉설

죽음을 앞둔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즉문(卽問) : 죽음을 앞둔 친구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줘야 할까요? 

즉설(卽說) : 낙엽이 떨어질 때 무슨 말을 해줘야 나무에게 좋은 말이 될까요? 친구한테 가서 “오랜만이다. 잘 지냈나? 괜찮지?” 이러고 그냥 평상시처럼 지내면 돼요. 그것이 가장 큰 위로입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죽음을 앞두게 되었을 때, 우리는 친구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죽음을 앞두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어떤 말이 좋은지,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도록 스님의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법륜 스님 : “죽음을 앞두고 있는 친구를 위해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 것인가요, 아니면 친구를 보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 좋은 말을 찾는 건가요? 친구가 건강이 안 좋고 아프면, 그냥 친구가 건강이 안 좋고 아프구나 하고 보면 되지 왜 꼭 무슨 말을 해줘야 되지요? 그냥 친구 병문안 가서 오늘 숨이 넘어간다 하더라도 손을 잡고 옛날 어릴 때 얘기도 나누고 재밌게 대화하면 되지 내가 뭘 위로해 줘야 된다는 부담감을 갖지 마세요, 해줄 말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왜 해줄 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낙엽이 떨어질 때 무슨 말을 해줘야 나무에게 좋은 말이 될까요?


사람들이 언젠가는 죽어야 세상이 유지됩니다. 옛날에 평균 수명이 사오십 세였을 때 육십까지 살면 많이 산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 팔구십까지 사니까 칠십 세만 되어 죽어도 다들 아쉬워합니다. 그러니 인생에 제 명이라 할 것이 없습니다. 어린애가 태어날 때 자신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납니까? 사람이 죽을 때 죽고 싶어서 죽습니까? 그냥 때가 되면 태어나고 때가 되면 죽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그걸 굉장히 궁금해 하는 것 같은데, 내일 죽든 모레 죽든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거니까 살아 있는 지금을 착실히 살면 됩니다. 불치병에 걸려 죽든, 교통사고가 나서 죽든, 그런 건 하등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앞으로 10년, 20년 더 산다면 무슨 일을 하실 건가요? 설혹 더 산다 해도 세상에 별로 도움이 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죽을 만큼 세상에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는 데까지 살다가 때가 되면 죽으면 그만입니다. 봄날에 잎이 무성하다가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지듯이 말입니다. 낙엽이 9월 30일에 떨어지면 어떻고, 10월 3일에 떨어지면 어떻고, 11월 3일까지 붙어 있으면 뭐할 거예요,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겨울 되면 다 떨어지는 것처럼, 사람 인생 100년 안짝에 다 죽습니다. 80 살면 어떻고 70 살면 어때요?


죽음을 준비한다느니 죽음을 어떻게 한다느니 이런 게 다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죽을 때 편안하게 죽고 싶다고 해서 편안하게 죽어지는 것도 아니고, 거꾸로 서서 죽고 싶다 해도 죽을 때 그게 자신의 뜻대로 안 돼요. 죽음은 인연 오는 대로 맡기면 됩니다. 우리는 교통사고 같은 예기치 못한 죽음에 늘 억울해 합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다고 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살아있는 생물은 지금 1분 1초 뒤에라도 죽을 가능성이 항상 있어요. 죽음이라는 것은 늘 우리 곁에 있는데, 안 죽으려고 하다가 죽으니 예기치 못한 죽음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일부러 죽을 것도 없고, 강제로 죽일 것도 없고, 죽음을 두려워할 것도 없고, 안 죽으려고 발버둥 칠 것도 없습니다. 죽음은 관여 안 하고 가만 놔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픈 친구에게 가서 뭐라고 위로하려고 하지 마세요. 위로를 하지 마라 하는 건 ‘무슨 좋은 말을 해줘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위로한다고 위로가 되지도 않습니다. 지금 숨이 오락가락하는데 남의 말이 귀에 들어오겠습니까. 친구한테 가서 “오랜만이다. 잘 지냈나? 괜찮지?” 이러고 그냥 평상시처럼 지내면 돼요. 그것이 가장 큰 위로입니다. 내가 죽음을 담담하게 보면 죽음이 큰일이 아닙니다.


내가 만약 아픈 친구를 살릴 수 있으면 위로가 아니라 더한 것도 해주어야겠지요. 물에 빠진 사람 구제하는 건 내가 할 수 있고, 굶어 죽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가 암에 걸린 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의사가 살릴 수 있으면 의사한테 맡겨야지요. 


그리고 내가 큰 병에 걸렸을 때에도 안 죽고 싶다고 기도한다고 안 죽는 것도 아니니, 그냥 의사한테 편안하게 맡기고 치료받으면 됩니다. 의사가 “환자분 생각은 어떠세요?” 하고 물으면, “아, 당신이 의사니까 전문가니까 알아서 하세요.” 이렇게 툭 던지는 거, 그게 바로 도입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삶이 조금씩 행복해짐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