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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두려움이 많아서 사는 게 불편해요, 어떡하죠?


즉문(卽問) : “저는 두려움이 많습니다.”

즉설(卽說) : “두려움이 일어날 때 도망가지 말고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이렇게 다만 알아차리면 됩니다. 반복된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상황이 일어날 때 딱 깨어 있으면, 그때 바로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지요.” 


어떤 상황에 직면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면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두려움은 일어나지 마라 한다고 해서 안 일어나는 게 아니지요. 무의식 중에 저절로 일어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저는 두려움이 많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조금 늦게 와도 불안하고, 택시 기사 아저씨 얼굴이 좀 험상궂어도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두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망상이라는 것도 알겠는데 참 불편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법륜 스님 : “이치를 모를 경우에는 법문을 듣고 이치를 알아야 됩니다. 하지만 질문자는 이치는 알았습니다. 즉 우리가 괴롭다 하지만 괴로움을 연구하고 분석해 보면 괴로움이라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 것이다 하지만 왜 내 것인가 하고 분석하고 연구하고 탐구해 보면 내 것이라 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꿈속에서 강도를 만나서 두려워하듯이 환영에 사로잡혀서 이런 두려움이 생기는 거지요. 그래서 이치를 알게 되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제법이 공하다고 합니다. 존재에는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고 선도 없고 악도 없고 잘생긴 것도 없고 못생긴 것도 없고 다만 그것일 뿐입니다.


이렇게 제법이 공한 줄 알면 두려워할 것도 없고 두려워할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법이 공하다는 걸 알면서도 경계에 부딪히면 늘 두려움이 일어납니다. 이 단계에서 공부해야 할 것은 다만 알아차리는 것뿐입니다.


두려움이 일어날 때 ‘아, 두려움이 일어나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두려움이 일어날 때 두려워해서 도망가지 말고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공포가 일어나는구나. 겁이 나는구나’ 이렇게 다만 알아차립니다. 이런 감정은 다 실제 하는 것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영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뱀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뱀이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뱀은 다만 그렇게 생겼을 뿐입니다. 그걸 보고 내가 두려워하는 겁니다. 그래서 장난감 뱀만 보고도 깜짝 놀라게 되는 겁니다. 뱀이 어떤 위해가 되기 때문에 놀라고 두려운 게 아니라 내가 마음속에 두려운 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렵다는 말입니다. 이런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무의식 세계에 잠재되어 있다, 오랫동안 습관화되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계에 부딪히면 나도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 버리는 겁니다. 그럴 때 알아차려야 합니다. 알아차림이 바로 안 되어 놓쳐도, 지나놓고라도 알아차려야 됩니다. 이렇게 자꾸 그 순간에 알아차리도록 정진해야 됩니다.


우리가 명상할 때 호흡을 관하는 것은 호흡이 들어갈 때 들어가는 줄 알고 나올 때 나오는 줄 아는 것입니다. 사람이 생각으로는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정좌하고 호흡을 관찰해 보면 호흡 관찰이 잘 되지 않습니다.


숨 쉬는 걸 안다는 것하고 실제로 숨 쉬는 걸 알아차리는 것하고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고 산만합니다. 현재에 깨어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조금 정신을 차리면 호흡이 관찰되다가도 또 금방 놓쳐버립니다. 망상을 피우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늘 깨어 있지 못한 삶의 습관 때문에 잠시 깨어 있다가도 금방 또 원래 습관대로 가버려서 알아차림을 놓치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오랫동안 이미 두려워하는 습관이 몸과 마음에 배어버렸습니다. 마치 담배 피우는 사람이 담배가 나쁘다는 걸 알았는데도 담배 냄새를 맡으면 그냥 피우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 버리듯이, 두려워하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이 말이에요. 지금이라도 ‘내가 또 습관적으로 두려워하구나. 두려움이 있어 두려운 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두려워하구나’ 이렇게 알아차려야 합니다. 근심과 걱정이라는 것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가지고 마치 현재에 일어나는 일인 양 착각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지금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는 훈련을 하면 두려움이 일어날 때 ‘어, 이건 내가 지금 경계에 사로잡히는 거야’ 이렇게 자각하면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상황이 일어날 때 딱 깨어 있으면, 그때 바로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지요. 그렇게 반복된 훈련이 필요합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삶이 조금씩 행복해짐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