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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무능력한 제 자신이 싫어요 / 법륜스님 즉문즉설

무능력한 제 자신이 싫어요.

질문자 “연기자가 직업인 20대 청년입니다. 요즘 제가 남들보다 무능력해 보여 열등감에 시달립니다. 이런 제 자신이 한심스러워 자책도 하는데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법륜스님 “그런 걸 어떻게 극복하려고 해요?”

“…”

“극복한다는 것은 상대보다 키도 커야 하고, 인물도 잘 나야 하고, 연기도 더 잘해야 하잖아요?”

“…네. (청중 웃음)”

“그것은 아주 어려운 해결 방법이죠. 질문자가 말 잘하는 MC와 비교하면 그 사람보다 말을 더 잘 해야 하고, 연기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그 사람보다 연기도 더 잘 해야 하는데 (청중 웃음) 그런 식의 해결방법은 너무나 어려워요.

톱스타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나요?


질문자는 지금 이대로도 좋아요.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요. 질문자가 10대와 비교하면 나이가 많다고 보겠지만 스님과 비교하면 질문자는 한참 젊어요. 그런데도 배우 분들은 서른만 넘어가도 고민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겉모습으로만 접근하면 나이가 많을수록 손해겠지만 연기력은 나이 들수록 원숙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연기자라면 연기로 평가 받아야지 외모로 평가받는 것은 내 노력보다 부모 잘 둬서 얻는 것이라 합당하지 않아요. 그것도 실력이라고 한다면 ‘부모 잘 둔 것도 실력’이라고 말한 정ㅇㅇ와 같은 관점을 가진 거예요. (청중 웃음)

외모가 잘 나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부모의 유산으로 자신을 평가 받는 거와 다를 바 없어요. 재산을 물려주는 것만 유산이 아니라 외모도 유산입니다. 본인의 노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외모로 받는 평가에 기댄다면 진정한 연기자라고 할 순 없어요. 재벌 2세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질문자가 연기자로서 무언가를 이루려 한다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닌 노력으로 키울 수 있는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어보세요. 연기력은 나이와 상관없잖아요? 오히려 나이 들면서 연기력이 무르익는 거 아닌가요? 비록 머리는 하얘지고 얼굴에 주름이 늘어갈지언정 연기 연습하는 시간도 늘어갈 테니 연기력에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스님도 법력이 중요하다보니까 나이 들수록 좋습니다. 제 법문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옛날에는 잘 안 먹혔어요. (청중 웃음) 그때도 인생 상담을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스님이 뭘 알까, 결혼해본 것도 아니고 자식을 키워본 것도 아닌데 그거 다 책 보고 하는 이야기 아닌가.’ 같은 반응이 많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아마 일흔, 여든이 되면 더 잘 먹힐 거예요. 그 정도 나이가 되면 경험의 유무보다 무슨 이야기든 이치에만 맞으면 사람들이 다 믿어 줄 거예요. (청중 웃음)

그러니 질문자도 다른 사람과 비교할게 아니라, 지금 이대로 괜찮은 줄 알아야 해요. 지금 그 정도 비주얼로 연기하는 것은 특정 한두 명 빼고 나머지 모든 연기자에 비해서는 나은 편입니다. 

특출난 사람과 비교하면 누구든 부족감에 시달려요. 그러니 그들과 비교하면 할수록 톱스타가 되지 않는 한 평생 열등의식 속에 살게 됩니다.

설령 질문자가 톱스타가 돼도 항상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살 거예요. 영원한 톱스타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최고에 너무 얽매이면 톱스타가 됐어도 언제 그 자리에서 내려올지 몰라 불안하게 살 거고, 다른 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 그 때부터 또 다시 좌절하게 됩니다.

타인과 비교하면 질문자의 인생에 필연적으로 괴로움이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연기자라면 그냥 연기를 열심히 하면 돼요. 내 연기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가 좋든 나쁘든 그들의 평가일 뿐이에요. 역사 속에 있는 문학작품, 음악, 미술작품 중에도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인정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예민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거기에 큰 의미를 두게 되면 스스로의 삶이 불행해집니다. 타인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인기 없을 때는 열등의식으로 불행하고, 인기를 얻으면 자기가 잘난 줄 알고 교만하고 또 그 인기를 유지하느라 힘이 들고, 인기가 떨어지면 또 떨어졌다고 힘들어해요.

그러니 최선으로 연습하고 개선해 나가면 그뿐이지 평가가 그 작품의 진면목도 아닌데 필요이상 전전긍긍하지 마세요. 평가는 그저 그 시대 사람들의 반응일 뿐이니 아무리 연기자라 해도 타인의 반응에 놀아날 이유는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요즘은 연기자나 가수 영화배우만 연예인이 아닙니다. 운동선수도 거의 연예인과 같은 삶을 삽니다. 성적과 팬들의 반응에 따라 대우가 달라져요. 그러다보니 운동선수들도 1군에 있다가 2군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커다란 좌절감에 시달립니다. 야구선수는 야구하는 것을 재미로 삼고 골프선수는 골프 치는 것을 재미 삼아야 하는데, 등수에 목매달면 시합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일반 사람들은 돈을 내가며 골프를 쳐도 즐거워하는데, 골프선수는 돈을 받고 치는데도 힘들어 해요. 사실 그건 돈을 받아서 힘든 거예요. 돈을 주면 놀이지만, 돈을 받으면 노동입니다. 놀이 삼아서 치되 누구보다 잘하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그저 내 자신을 대상 삼아서 자기 단련으로만 꾸준히 해나가면 됩니다.

학생도 그냥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 성적이나 등수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으면 등수가 내려가고, 나보다 못하는 사람이 많으면 등수는 올라가는 것뿐이에요. 즉, 평가는 내 주변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려주는 것이지 내 실력이 얼마인가를 알려주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자기 일에 충실하면 평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됩니다.

질문자도 다른 연기자와 비교하지 말고, 그저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초연하면 좋겠다 싶어요.”

“네, 말씀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즐거움으로 행복을 삼지 마세요. 그것은 쾌락이기 때문에 조만간 괴로움이 옵니다. 기분 좋음을 유지하는 것이 수행이 아니라 좋고 나쁨의 폭이 크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려 가는 것이 수행이에요. 그러니 열등감과 좌절감에 시달릴 때마다 마음의 평정심을 갖는 수행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원본] https://goo.gl/JR511y 2017.11.06 길벗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