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할 일이 많은 가정의 달 5월, 전국적으로 내리는 봄비에 나뭇잎들이 더 싱그럽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대전 둔산법당에서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통일특별위원회 특강이 있는 날입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꿈꾸고 민주시민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생각해보는 ‘민주주의 특강’입니다. 대전법당은 빗길을 달려 전국 곳곳에서 모인 250여명의 통일의병들로 활기가 가득합니다. 통일특별위원회 의병들은 지역에서 행복학교를 열면서 지난해부터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걱정하며 평화를 위해 열심히 활동해왔습니다. 남북회담에 이어 북미회담을 하면서 한반도에 드리워졌던 전쟁의 그림자가 걷히고 평화로 나아가는 요즘, 한껏 고무되고 가벼운 마음입니다.

사회자의 밝은 인사를 시작으로 대회가 힘차게 시작되었습니다. 첫 순서는 법륜스님의 특별강의입니다. 남북판문점회담의 성과와 현 정세에 대해 말씀하시고 북미회담에 대한 전망, 앞으로 예상되는 정세등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통일특별위원회 의병의 역할은 평화로 나아가는 분위기가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이번 판문점 선언이 국회에서 비준이 되어 지금까지 쌓아온 합의 내용들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즉문즉설 질문 중, 북한과의 경협이 진행될 경우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한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앞으로 북한과 경협이 진행된다면 기간산업이나 자본이 많이 드는 분야에 있어서는 대기업이 진출을 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걸 조금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방법이야 당연히 있지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대기업이 진출하기가 쉬울 거예요. 그간 우리가 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것 같습니다. 다만, 질문자의 말처럼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앞으로 계속 문제제기하고, 또 정부가 그렇게 해 준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참고해서 문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기 보다는, 더 심화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북한개발을 안 하는 게 낫겠느냐?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빈부격차 없이 가난하게 사는 게 낫겠느냐? 아니면 빈부격차가 생기더라도 조금 여유 있게 사는 게 낫겠느냐?’ 이건 선택의 문제인데, 저 개인이라면 평등하게 사는 걸 선택할 수 있지만 북한에 있는 약 2300만 명의 인구가 과연 저처럼 생각할까요?”

“(대중들) 아니요.”

“‘똑같이 천원 가지고 살래? 다른 사람 10만 원, 100만 원 갖는 거 용인하고 만 원 가지고 살래?’라고 묻는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할래요?”


“(대중들) 만 원이요.”

“예, 만 원 갖고 살겠지요? 저는 똑같이 천 원 갖고 사는 걸 선택할 거예요. (모두 웃음) 그런데 그렇지 않는 게 인간사회의 현실이라는 거예요. 그럼 왜 이렇게 되기가 쉬울까요? 북한정권은 지금 개방을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이탈하거나 이견을 내는 게 제일 경계하는 일 아니겠어요? 그래서 북한정권은 통제는 유지하면서 점진적 개방을 하고 싶겠지요? 즉 북한정권은 체제가 흔들리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의 민간인이나 민간단체나 민간기업 등이 들어와서 이 골목, 저 골목을 마음대로 설치고 다니고, 보따리장사들이 들어와서 북한 주민들과 개인적으로 거래를 하면 통제가 되겠어요?”

“(대중들) 안 돼요.”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건 뭐겠어요? 개성공단처럼 여기 저기 울타리를 쳐서 제한된 개방을 하겠다고 나올 확률이 제일 높아요. 그러면 북한의 어떤 한 곳에 새로운 공업단지를 만들고, 주거지도 만들려면 그 곳을 개발하는데 돈이 많이 들까요, 안 들까요?”

“(대중들) 많이 들어요.”

“그렇게 하려면 한국 정부가 투자를 해야 돼요. 그런데 ‘한국 정부가 투자한다’는 것은 우리 세금으로 한다는 거지요? 그에 대해서 국론이 딱 통일될까요? 아니면 일부 보수세력의 반대가 있을까요?”

“(대중들) 있어요.”

“예, 있을 거예요. 찬성도 있겠지만 반대가 있으면 그게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 우리 경제가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이 지금 피부로 느끼기에 우리 경제 사정이 좋아요, 안 좋아요?”

“(대중들) 안 좋아요.”

“안 좋은데, 지금 북한에 투자를 한다면 반감을 가질까요, 안 가질까요?”

“(대중들) 가져요.”

“예. 그러면 정부도 부담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북한의 기반시설에 정부 돈이 아닌 개인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밖에 없다는 거예요. 북한도 대기업을 요구할 거예요. 북한이 그 기업 하나만 관리하면 되니까요. 민간인을 관리하려면 수 천 명을 관리해야 되죠. 그러니까 대기업이 진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요. 왜냐하면 사회의 기반시설을 해 줄 수 있으니까요. 사회간접 시설투자가 가능하잖아요.

그렇게 개발하면 돈이 많이 드는 대신에 평당 천 원짜리 땅이 개발 후에는 10만 원짜리가 될 거 아니에요? 그럼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겠지요. 그 개발의 이익을 대기업이 가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걸 어느 정도로 줄일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을 봐도,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이 들어가고, 그 다음에 중소기업 들어가고, 그 다음에 보따리장사가 들어가서 장사를 좀 하긴 했어도 대부분 크게 성공한 사람이 없잖아요. 이런 걸 보더라도 북한개발에 있어서 그런 과정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일 좋은 건, 북한을 개발한 이익을 한국 대기업이 전부 가져가기보다는 그 지역에 살던 주민들이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남쪽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북한 부동산에 투자하게 하는 것보다는 개발이익이 북한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면 제일 좋겠는데, 그게 이상이지 현실은 만만치 않지요. 왜냐하면 우리나라도 주택이 없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야 되는데, 지금 주위를 둘러봐도 새로 지은 아파트 중에 절반은 투기 붐 때문에 10 대 1이고, 또 나머지 절반은 분양이 안 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투기 붐이 이는 지역은 실거주자가 많아서 10 대 1일까요? 돈벌이 하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10 대 1인 걸까요?”

“(대중들) 돈벌이.”

“예, 다 돈벌이 때문이에요. 집이 있으면서도 또 아파트를 사서 전매 이익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10 대 1이 되는 거지, 실수요자가 10 대 1인 건 아니에요. 그런데 부동산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돈을 끌어 모아야 또 개발도 되고 분양도 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런 걸 국가가 공정하게 관리하면 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요. 자본주의 사회에는 늘 이런 부작용이 있어요. 이런 부작용이 있음에도, 사회주의적으로 하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자본주의가 낫다는 평가가 있는 거예요. 이게 좋다는 게 아니에요. 결과적으로 보니까 그래도 시장주의가 낫다는 거예요.

사람이 딱 공평하게 나눈다고 할 때는, 그 나누는 권한 때문에 부정부패가 생기지요. 사회주의의 문제는 부정부패를 막을 길이 없다는 거예요. 10명 중에 2명한테 주는 권한이 나한테 있다면 이걸 받으려고 뒷돈이 거래되는 부정부패가 생긴다는 거예요. 숫제 10명이 돈을 많이 내는 사람이 갖는 게 낫지요.

만약 북한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좀 들어가려면, 중소기업에게 대단위 공단을 마련할 자본이 있나요, 없나요?”

“(대중들) 없어요.”

“그러니까 정부가 투자해서 공단을 마련한 뒤에 거기에 중소기업이 들어간다면, 중소기업은 사람을 많이 필요로 하니까 노동자는 북한노동자로 하더라도, 그걸 한국 안에서 지원한다면 일자리가 많이 생길까요, 안 생길까요?”

“(대중들) 생겨요.”

“예, 청년일자리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에 중소기업이 들어가야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정부가 투자해서 북한공단에 기반시설을 마련해야 해요. 결과적으로 우리를 위하고, 서민들을 위하는 건데, 그런데 또 일반인들은 ‘나도 살기 어려운데 왜 돈을 다 거기에 넣느냐? 지금 장사도 안 돼서 어려운데 왜 세금은 꼬박꼬박 걷어서 거기에 다 넣느냐?’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시골 할머니들은 ‘아이고, 스님, 왜 정부는 삼성을 못 살게 굴어요? 노조 없이도 회사 운영을 잘 했는데 말이에요.’ 합니다. (모두 웃음) 노조가 있는 게 정상이에요, 없는 게 정상이에요?”

“(대중들) 있는 게 정상이에요.”

“예, 노조는 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정상적인 권리인데, 그걸 불법적으로 못하게 만든 게, 삼성인데, 할머니들은 ‘노조 없이도 잘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할머니 아들이나 손자 중에 재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없어요.’
‘그럼 재벌회사 직원이 될 가능성은 있어요?’
‘있어요.’
‘그럼 할머니가 노동자 편을 들어야지, 왜 재벌 편을 들어요?’ (모두 박수)

스님은 노동자들이 다 잘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대중들) 예.”

“이런 걸 어리석다고 하는 거예요. 나쁜 게 아니라 어리석다는 거예요. 어쨌든 ‘개발’이라는 대세와 북한권력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우리가 지금 이 문제를 풀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지금 북한 권력을 당장 멈추라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걸 볼 때는 대기업의 진출이 우선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부가 투자하고 중소기업이 들어가면 일자리도 창출되는 등 상승효과가 있는데, 저는 그렇게 하기를 권유하지만, 실제 결과는 제 권유보다는 현실적인 요구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부작용이 적은 쪽으로 가자고 계속 주장하고 요구해야 합니다. 통일의 물꼬를 트는데 우리의 기여가 크고, 우리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런 요구도 할 수 있는 거지요. 전부 정부가 다 하고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하고 놀았다면 이런 얘기해 봐야 효과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대중들) 없어요.”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우리의 권한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지방자치단체든 뭐든 선거에 영향력을 끼친다면 나중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잖아요.”

“(대중들) 예.”

“‘당신들 이런 식으로 안 하면 다음 선거에 지지할 수 없다.’ 이렇게 나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스님도 이번에 미국에 갔을 때 그렇게 했어요. 미국의 ‘스윙주’, 투표결과가 이쪽, 저쪽이 비슷비슷하게 나오는 주에 가서 강연하면서 ‘우리 교민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투표행위를 하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하면 찍어주고, 안 하면 안 찍어준다고 하라. 그렇게 해야 영향력이 생긴다.’ 라는 내용으로 강연했어요. 우리의 이런 활동도 그런 의미가 있어요. 문제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약간 영향력이 있어야 해요. 평범한 시민이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투표권, 즉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는 파워예요. 이건 유권자의 권리에요.”

“(대중들) 예.”

특강의 말미에 법륜스님은 우리가 행복학교를 여는 이유는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함으로, 개인의 행복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평화와 통일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시며 모든 활동의 중심은 수행자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당부했습니다.

즉문즉설이 끝난 후에는 대구지역의 통일특별위원회 의병들의 짧고 멋진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특히 남북문화교류에서의 북한예술단을 패러디한 모습에 모두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습니다. 퍼포먼스의 백미는 모든 특위의병들이 합창한 스승의 은혜와 꽃다발 증정이었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진다는 노랫말 한 구절 한 구절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정란희, 고재영, 신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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