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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엄마와 언니가 자꾸 싸웁니다, 어떡하죠?

 

- 질문자 : “우리 집은 지금 언니가 엄마를 모시고 삽니다. 언니는 엄마를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게 바꾸고 싶어 하는데 연세가 있으셔서 그게 안 됩니다. 언니는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고 고집하니 자꾸 싸움이 됩니다. 제가 엄마를 모셔오겠다 해도 언니는 자기가 맏이니까 자기가 모셔야 한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 법륜스님 : “‘내 엄마’, ‘내 언니’라는 생각을 없애버리고 보면 어느 집 엄마와 딸이 서로 싸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신경 쓰게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신경을 딱 끊어버리세요.

 

자기 딸한테 상처받는 건 자신이 지은 업보의 과보니까 괜찮아요. 엄마가 딸을 그렇게 키워서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으니 받아야 합니다.

 

아무 상관 안 하는 게 엄마에게 죄송스럽다고 언니한테 “엄마 고치려고 하지 마라” 이렇게 얘기하면 언니가 말을 들을까요? 안 들을 겁니다. 그러면 내 말을 안 들어주니 언니가 미워질 겁니다.

 

또 엄마한테 “언니 말 좀 들어라” 그러면 엄마가 그 말 들을까요? 나이 드신 분이니 더 안 들을 겁니다. 그러면 엄마라도 몇 번 말했는데 안 들으면 미워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언니하고 엄마하고 싸우는 데에다가 나하고 언니하고도 사이가 나빠지고, 나하고 엄마하고도 사이가 나빠집니다. 이렇게 셋이 다 서로 미워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엄마하고 언니 저희 둘만 싸우고 본인은 빠지는 게 좋을까요?

 

둘이 싸우는 걸 보며 구경하는 게 죄송한 게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게 엄마한테는 효도고, 언니하고는 형제간의 우애를 지키는 일입니다. 그 두 사람은 싸우더라도 본인과 언니의 관계가 좋고, 또 엄마하고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요.

 

친정에 갔는데 하필 그때 두 사람이 막 싸우고 있으면 문 열고 밖에 나가 안 보면 됩니다. 그래 놓고 다음에 언니랑 얘기할 기회가 생겨서 언니가 먼저 엄마 이야기를 꺼내면, 언니를 고치려고 하지 말고 긍정도 부정도 아니게 그냥 들어주면 됩니다.

 

“언니, 엄마 모시고 사느라 힘들겠다. 미안해 내가 좀 모셔야 되는데…….”

 

이렇게 얘기하면 충분합니다.

 

또 엄마가 나중에라도 하소연을 하면,

 

“엄마 힘들지. 그래도 엄마, 모시고 사는 자식이 최고라더라. 나같이 따로 살면서 가끔 와가지고 잘하는 것보다는 싸우더라도 모시고 사는 자식이 효자래”

 

이렇게 말씀드리세요.

 

아무리 가족이라도 남을 고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도 바꾸고 싶지만 익어진 습관 때문에 어렵지 않습니까?

 

저도 대한민국이 좀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 통일도 됐으면 좋겠고, 정치하는 분들도 좀 다르게 생각해줬으면 싶은데, 그렇게 안 되니까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선의 노력을 할 뿐이지 세상이 제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지만, 또 제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꼭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구슬치기에서 따 모은 구슬이 아주 대단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따 모은 구슬들을 보물처럼 조그만 단지에 가득 넣어두고 애지중지했습니다. 그땐 제가 이겼으니 당연히 그 구슬들은 제 것이라고 생각해서 단지에 쌓아뒀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그 구슬들을 놀이가 끝난 뒤에 친구들에게 다 나눠줬다면 어땠을까요? 그 친구들이 저를 기억하기를 ‘어릴 때 구슬치기를 아주 잘 해서 우리 구슬을 다 따먹었지’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법륜 스님은 어릴 때부터 달라서 구슬치기하면 다 따도 갈 때 전부 나눠주고 갔지’ 이렇게 기억할 겁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움켜쥐고 있는 것들, 잘 한다고 하는 일 중에서 구슬치기 같은 일은 없는지, 내가 보관하고 있는 것 중에 구슬 같은 건 없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안 변하는 언니를 변화시키려고 하다가 언니랑 싸우고, 바꾸기 힘든 엄마를 바꾸려다가 엄마와도 싸우다가 세월 흐른 뒤에 되돌아보면 그렇게 한 게 꼭 좋을지 생각해 보세요. 두 분은 싸우더라도 언니를 항상 위로해주고, 엄마한테는 먹을 거라도 좀 들고 가서 이야기를 들어주면, 나도 좋고 언니도 좋고 엄마도 좋고 다 좋습니다.
 
수행이란 애써서 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이치를 알면 할 게 없는 게 수행입니다.”

 

- 질문자 : “스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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