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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우울증 8년째, 어떻게 해야 정상인처럼 될 수 있을까요?” / 법륜스님 즉문즉설

“우울증 8년째, 어떻게 해야 정상인처럼 될 수 있을까요?”

질문자 “저는 우울증을 앓은 지 8년 째 입니다. 어떻게 해야 정상인처럼 될 수 있을까요? 저를 향한 남들의 비난에 지쳤습니다.

직장에서 무시, 모욕을 받고 있습니다. 그분들을 보는 게 두렵고 도망가고 싶습니다. 그로 인해 조울증이 심해졌고, 지난 월요일 자살 시도까지 두 차례나 했습니다.

여기 어른들도 와계셔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지만, 솔직히 저는 죽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우선 질문자를 위해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청중 박수)


지금 질문자가 말한 내용 그대로면 질문자는 몇 년 안에 자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대중 앞에서 용기 내어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마음 깊숙한 무의식에서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괜찮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남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닐지 몰라도 오늘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 자체만으로도 질문자에게는 커다란 결심과 용기라고 할 수 있어요.


출신, 피부 빛깔, 성적 지향 때문에 차별을 받으면 보통은 그 사실을 숨기고 살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숨기고 살면 죄지은 것처럼 기가 죽게 돼요. 탁 털어내어 놓아버려야 쾌활해 집니다. 질문자도 ‘저는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경력도 있습니다.’ 하고 탁 털어버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우울증 환자가 꽤 많습니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우울증 약 소비량은 다른 선진국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요. 즉, 병이 났을 때 치료를 통해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취직하거나 결혼하는데 지장이 생길까봐 치료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치료받지 않고 그냥 넘어갑니다. 왜냐하면,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가 있다 보니 결국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회사 사람들과도 갈등이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사람 사이의 갈등은 당연해요, 중요한 것은 면역력 키우기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어딜 가나 있어요.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힘들어집니다. 사람마다 생각, 취향, 믿음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주장을 하다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기는 거예요.


이 세상에는 온갖 세균이 있어요. 그런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균들을 모두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균이 들어와도 몸이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면역력이 있어서 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거예요. 면역력이 없어지면 조그만 세균에도 병들지요. 몸에 저항력이 없는 사람은 무균상태로 유리관 속에서 살아야 해요. 밖에 나가면 죽게 되니, 늘 균이 하나도 없는 유리관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사람을 안 만나려고 합니다. 만나면 갈등이 생기니까요. 누구를 만나도 ‘저 사람이 나를 욕한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냥 방 속에서 혼자 사는 거예요. 방에 콕 처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게 됩니다.


내가 우울증이 있으면 우울증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사는 것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세균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과 같아요. 때로는 병에 걸리기도 하고 병을 이겨내기도 하면서요. 결핵 예방주사의 원리를 보면, 결핵균이 몸에 못 들어오게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핵균을 몸에 조금 투여해서 균들과 내 몸이 싸우는 과정에서 면역력이 생겨납니다.


질문자가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때문에 괴롭다고 하는데, 이 세상 사람들을 균에 빗대면 그건 질문자가 저항력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균을 이겨내지 못하고 병에 걸리는 것처럼,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렇게 올바른 이해와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자기주장을 하고, 자기 고집을 피우고, 자기 이익을 추구합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겁니다. 때로는 짜증을 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하고 또 화를 낸 뒤에 풀어지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지금 질문자는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면역력이 떨어지다 보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상처가 크고, 같이 살기가 어려워진 거예요. 그러다보니 회사에 가기도 싫어지고, 급기야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겁니다. 이건 그 사람들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이 다 잘했다는 게 아니라, 그들은 그들대로 살아가는데 거기에 질문자가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보통 사람이라면 원래 남 안 볼 때는 남의 욕도 조금씩 하면서, 그렇게 답답한 마음도 좀 풀어가면서 사는 거예요. ‘늘 내 욕만 한다.’고 하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한가하게 살고 있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늘 질문자에게만 관심을 갖는 줄 아세요? 각자 자기 살기에 바빠요. 쫓아다니면서 욕 좀 해달라고 해도 안 해요. 여기서 하루 종일 남 욕하는 사람 한 번 손 들어봐요. 아무리 남의 욕을 많이 하는 사람도 밥 먹을 때도 안 하고, 똥 눌 때도 안 하고, 자기 일이 바쁠 때는 안 해요. (청중 웃음) ”


“저에 대해 나쁜 소문을 내는 사람도 있어요.”


“그건 그냥 내버려둬요. 질문자가 신경 쓰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하는 욕은 질문자를 해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신경을 안 쓰는 것이 제일이에요. 그런데 질문자는 신경을 안 쓰려 해도 안 쓸 수 없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그런 증상이 조금씩은 있어요. 하지만 조금 그러다가 없어져요. 그런데 질문자는 그게 없어지지 않고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거예요. 그런 정도가 되면 정신질환이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런 일이 생기면 ‘아이고, 계속 이러면 병 된다, 이게 또 발병하려고 하네.’하며 주시하면 됩니다.”


꾸준히 치료받기,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사랑하기


“네. 그럼 어떻게 해야 정상인처럼 될 수 있을까요?”


“정상인처럼 되기가 쉽지 않아요. 자살하려고까지 했는데 안 죽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죠. 정상인이 되려면 여기서부터도 거쳐야 할 단계가 너무 많아요.


질문자는 아직 면역력이 강하지 않은 상태여서 세균이 너무 많은 곳에 가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절이나 교회 등 이해관계가 덜 부딪치는 공간에 가서 사람들과 조금씩 접촉하며 지내는 것으로 대인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이럴 때 계속 혼자 있으면 오히려 치유가 잘 되지 않습니다. 조금씩 외출하면서 사람들도 만나되 덜 부딪치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 복직해도 괜찮겠다는 의견을 제시할 때까지는 꾸준히 치료를 받는 거예요. 치료를 꾸준히 받다가 의사가 ‘복직 한번 해 보세요’하는 의견을 내면, 안 될 때 다시 휴가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직장엘 다시 다녀보는 거예요. 요즘 약은 먹고 있지요?”


“네.”


“그래요. 약을 꾸준히 먹으니까 이렇게 질문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 신경질환이 있는 사람은 될수록 많이 걷고 잠도 푹 자는 게 좋아요.”


“네, 그렇지 않아도 잠을 잘 못자는 편입니다.”


“잠을 못 잔다는 것이 신경이 예민하다는 증거예요. 잠을 못자는 것이 지속되면 신경안정제를 먹는 것도 좋아요. 약을 먹고 잠을 잘 자는 게 좋습니다. 감기약에도 신경안정제가 들어있어요. 먹고 나면 눈이 감기고 졸린 걸 보니까 거기에도 신경안정제가 조금 들어있는 것 같아요. (청중 웃음) 그렇게 잠을 푹 자야해요.


또 운동을 해야 잠도 푹 자겠죠? 그리고 되도록 생각을 줄여야 해요. 가만히 있어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올라올 텐데 그럴 때마다 병인 줄 알아야 합니다. 조금 전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눈 것이 자꾸 생각나면 그럴 때마다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뛰든지, 다른 책을 보든지, TV를 보든지 해서 같은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는 것을 멈추어야 해요. 알아차리는 순간, 화면을 꺼주어야 합니다.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많이 안정된 것 같네요. 그렇게 하면 차츰 나아질 거예요. (청중 박수)

현재 첫 목표는 회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안 죽는 거예요. 아무리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죽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예요. 아무리 죽고 싶어도 죽으면 안 되겠지요?”


“잘 모르겠습니다. 죽는 데에도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긴 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자꾸 하면 죽게 돼요. 교통사고로 우연히 죽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스스로 죽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1차 목표로 해야 해요. 아직도 자살 생각이 드나요?”


“솔직히 말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청중 안타까운 한숨)


“아이고, 질문자 어머니가 들으시면 참 가슴 아프겠어요. 엄마나 아빠 앞에서는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돼요. 부모님도 지금 자식에게 더 이상 큰 기대를 하면 안 돼요. 회사를 다녀라, 시집을 가라고 하면 안 됩니다. 지금 이런 상태에서 결혼을 하면 남편에게 큰 어려움을 주고, 자식을 낳으면 아이들도 힘듭니다.


생각을 탁 바꾸어야 해요. 현재 상태에서는 1차 목표를 죽지 않는 것으로 하세요. 지금 ‘어떠한 경우에도, 아무리 죽고 싶어도 죽는 것은 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해보세요.”


“알겠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청중 박수)


“병원에 꾸준히 다니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열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을 1차 목표로 잡는 게 좋겠어요. 항상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해야 해요. 그리고 절을 하면서도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라고 자기에게 꾸준히 암시를 주어야 합니다. ‘나라는 인간은 필요 없어.’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돼요. 그럴 때마다 생각을 탁 돌이켜서 긍정적인 암시를 주어야 해요.


그리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서 복직이 가능할 정도가 되면 그 때에는 ‘직장 다니는 것만 해도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만한 것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안해지고, ‘빨리 완치해야지’하면 조급해지기 때문에 병을 더 증폭시키게 돼요.”


“네, 알겠습니다. 지루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럼 일어난 김에 노래 한 곡 해봐요.” (청중 박수)


“제가 노래할 때 애기 목소리가 나서요”


“그런 걱정 하지 말고 그냥 한 번 해봐요.”


“그럼 동요 한 곡 부르겠습니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지면 또 만나요 뽀뽀뽀 ♬

우리는 귀염둥이 뽀뽀뽀 친구

뽀뽀뽀 뽀뽀뽀 뽀뽀뽀 친구


“잘했어요. 

오늘 지금 같은 용기로, 어떠한 경우라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거예요.”





[원문] 2016.11.02. 행복한 대화(15) 충주 학생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