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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연기할 때 말을 더듬을까봐 걱정돼요.” 법륜스님의 답변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스님은 하루 종일 회의를 하고 저녁 7시부터는 여의도에서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길벗 모임 주관으로 열린 열여덟 번째 강연이었는데요. 길벗은 정토회에서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방송ㆍ연극ㆍ연예ㆍ작가ㆍ문화 예술인들의 모임입니다.   



먼저 길벗 대표를 맡고 있는 노희경 작가님이 무대에 올라와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질문하는 사람에게 공감하는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왜 저런 질문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 보면 내 마음도 더 따뜻해지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연예인, 배우, 방송국 PD, 작가 등 많은 분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따뜻한 분위기에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청중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대에서 객석으로 내려가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방송에 주로 종사하시는 분들이니까 인기로 먹고 살죠? 아름다운 얼굴이란 것도 70살, 80살을 넘어가면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습니다. 오늘 아름다운 사람들 흉을 좀 봐야겠어요.(웃음) 젊어서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던 사람이 늙으면 충격을 받을까요? 우리같이 대충 생긴 사람이 충격을 받을까요? 예쁜 사람이 충격을 더 받겠죠. 그래서 세상이 공평합니다. 


젊어서 예쁘다고 좋았으면 늙으면 좋았던 만큼 충격이 더 커집니다. 어떤 일이 뜻대로 돼서 좋았으면 나중에 뜻대로 안 돼서 느끼는 괴로움이 더 큽니다. 세상은 공평합니다. 다만 널뛰기의 폭이 심한가, 심하지 않은가의 차이예요. 실세라고 권력을 휘두르고 세상에 겁날 게 없던 사람들이 며칠 사이, 세상에서 가장 비난받는 비참한 사람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길게 보면 공평합니다. 오래 살아보면 압니다. 이런 이치를 알면, 돈, 지위, 인기가 많다고 교만해지지 않고, 그런 것들이 조금 떨어졌다고 기죽지 않습니다. 본래 내 것이 아니니까요.  


즉문즉설 강연은 대부분 재미가 있어요. 그런데 길벗 강의가 제일 재미가 없어요. 이유는 딱 한 가지예요. 여러분들이 너무 남의 눈치를 보고 사는 사람들이어서 질문을 솔직하게 하지 않아요. 막 울면서, 미워하면서, 욕하면서 하지 않고 억제하니까 재미가 없어요. 다른 사람이 쳐다봐도 괜찮아요. 편안하게 질문하세요.”


길벗 강연이다 보니 방송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그중 연기를 하다 말을 더듬어 불안한 배우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드립니다. 



“3, 4년 전부터 연기 중 가끔씩 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겼습니다. 연극, 영화, 드라마로 스케줄이 몰아치던 시기였어요. 코미디 연극에서 ‘나가서 찾아볼까?’라는 대사를 급박한 상황에서 빠르게 해야 했는데 그 순간 대사가 안 나오는 거예요. ‘나, 나, 나’ 하다가 ‘나가자!’ 이렇게 다른 대사로 바꿔서 넘어가긴 했는데, 또 그럴까 봐, 다들 이상하게 여길까 봐, 제 연기 인생이 끝날까 봐 무서웠어요. 안 그러려고 할수록 그 증세가 더 심해집니다. 그럴 때 한숨을 크게 쉬거나 노래하듯 대사를 읊어서 넘어가 보기도 하고, 더듬어도 괜찮다고 생각해보기도 해봤어요. 이 장면에서 이 인물이 해야 할 액션만 집중하면 조금 더듬더라도 전체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이렇게 노력하지만 새로운 촬영을 하거나 현장에 갈 때마다 겁이 납니다. 배우는 그 인물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말을 더듬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 인물에 집중하고 공감하는 것에 계속 방해가 됩니다. 너무 잘하려다 보니까 그 심리가 저를 계속 압박한다고 했어요. 최근에는 더 자주 그런 증상이 일어나서 불안합니다. 많이 괴로워서 용기 내서 말씀드려 봅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데 왜 용기가 필요해요?”


“남을 의식하나 봐요.”(질문자 웃음, 스님 웃음)


“그런 문제가 반복된다면 일단 병원에 가서 이야기하고 상담치료든 약물치료든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아마 의사 선생님이 권해주는 약을 먹으면 조금 나을 겁니다. 그게 다른 게 아니라 신경이 극도로 긴장해 있다가 흥분해서 생기는 문제거든요. 


우리의 정신작용이라는 것도 육체라고 하는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것이다 보니 하드웨어가 약간 열을 받으면 소프트웨어에 이상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렇게 되면 플러그를 빼든 지 해서 하드웨어의 열을 식혀줘야 해요. 컴퓨터나 자동차에 바람을 일으켜서 열을 식혀주는 장치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잖아요. 질문자의 증세도 긴장하니까 열이 올라서 생긴 문제입니다. 그 열을 약간 내려야 하니까 안정제가 든 약을 먹고 조금 기다리면 내려갑니다.”


“약이 효과는 있더라고요.”


“예, 효과가 있습니다. 긴장이란 의식의 긴장보다도 무의식의 긴장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따져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어릴 때나 과거의 경험 때문에 어떤 것이 싫은 거예요. 의식은 어느 정도 자기가 통제할 수 있으니까 이런 긴장은 대부분 무의식에서 일어납니다. 그럴 때는 약을 빨리 꺼내서 먹고 잠시 기다리면 나아집니다. 진정시키려면 5분이나 10분 정도 걸리잖아요. 이렇게 치료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방법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8, 90퍼센트는 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 방법을 첫 번째로 말씀드립니다.


그다음에 응급치료 삼아 해볼 방법이 있어요. 이건 질문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듣고 흉내 내면 안 돼요. 질문자가 어떤 인물을 연기하다가 대사가 탁 안 나오고 더듬게 되면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아, 내가 연기하고자 하는 사람의 심정이 지금 나처럼 이렇게 자기를 제대로 표현 못 하는 심리상태였을 지도 모르겠다.’


아시겠어요? ‘내가 이렇게 긴장하기 때문에 그 인물의 특성을 잘 묘사하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감독의 지시나 각본에는 없지만 그 인물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심리상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을 더듬는 것으로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겁니다.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그걸 일종의 신기(神氣)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 인물의 신기를 내가 받았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걸 긍정적 사고라고 해요. 더듬는 순간,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이래서 이 캐릭터를 연기하지 못한다’가 아니라 ‘어쩌면 이 순간 이 인물의 본심은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더듬는 연기를 해버리는 거예요. 연기를 하려 하는데 안 돼서 더듬는 게 아니라 일부러 더듬는 연기를 해버리는 겁니다. 더듬는 연기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나올 거 아니에요? 더듬게 되었을 때는 작가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어, 어, 어~ 어!’ 이렇게 각본을 수정해버리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렇게 그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버리면 훨씬 진정하기 쉬워질 거예요. 더듬게 되는 일이 일어나면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버리세요.”


“어떻게 연기를 그렇게 잘 아시죠?”(모두 웃음)


“질문자가 물으니까 저도 아는 거예요. 질문자가 이런 질문을 안 했으면 저도 그런 대답을 평생 안 할 텐데요.”(모두 웃음)


“감사합니다.”


“네, 그렇게 한번 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모두 박수)



“그러면 감독은 두 가지 결정을 할 겁니다. ‘아, 실수했다. 다시 찍어라’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이야, 그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좋다. 그걸로 하자!’ 이렇게 각본이 그 자리에서 바뀌어 버릴 수도 있어요.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잖아요. 잘못했는데 그게 오히려 연기가 더 자연스럽게 잘 돼서 각본을 바꿔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먼저 내식대로 바꿔 달라고 하면 안 됩니다.(모두 웃음) 그것은 감독이 할 일이니까 그분들이 보고 그렇게 바꾸는 게 좋겠다고 하면 바꿀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럴 때 내가 먼저 불안해하면서 ‘아이고, 실수해서 미안해요’라고 하면 100퍼센트 바꿔야 해요. 그런데 더듬는 연기라고 생각하고 세게 더듬어버리면 오히려 ‘어, 그것도 괜찮겠다’ 이럴 수도 있는 거예요. 


이 세상에는 실수한 게 잘 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 세상에 많은 새로운 발견이 실수에서 이루어졌어요. 잘못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도리어 좋아져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진 경우가 많아요. 의도적으로 잘하려고 했는데 자기 죽을 꾀를 내버리는 경우도 있고 잘못해서 ‘죽었구나’ 싶었는데 그게 오히려 횡재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우리가 자꾸 우리 생각만으로 ‘이래야 한다’라고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작가를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해도 문제지만, 너무 작가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로봇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러면 여러분들이 앞으로 연기할 필요가 없어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발달해서 인공지능에 딱 입력시키면 그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보다 더 연기를 잘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100퍼센트 시킨 대로 할 텐데요. 그런데 과연 인공지능의 연기에 생동감이 있을까요? 99퍼센트는 각본대로 하더라도 1퍼센트는 연기하는 사람의 흥, 끼가 가미되어야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잖아요. 아무리 좋은 글이라 해도 이성적으로만 쓴 글에는 감동이 없습니다. 사람이 감동하는 것에는 정서적인 부분이 가미되어야 해요.



그래서 질문자의 증세를 너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연기할 때 오히려 활용해 보세요. 공황장애를 연기해야 할 경우가 있다면 질문자는 공황장애 증상을 몇 번 겪어봤으니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어, 그거 제가 할게요! 그거 제가 경험해 봤어요.’ 이렇게 할 수 있어요. 보통 사람더러 공황 장애자 역할에 대한 각본을 주면서 한번 해보라고 하면 그 연기가 얼마나 어색하겠어요? 


내가 키가 작으면 그걸 장점으로 삼아 작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어요. 어떤 장애가 있다면 그 장애를 가진 인물은 내가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세요. 우울증을 경험해봤다면, 우울증 환자 역을 할 때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잘할 수 있어요. 비만 때문에 고민해봤다면 그런 연기를 할 때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연애하다가 상처 입어서 울고불고 죽으려고까지 해봤다면 실연당한 모습을 누가 그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겠어요? 


유럽 강연 중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탄생한 곳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괴테가 젊은 시절 그곳에 왔다가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좋아했는데 이미 약혼자가 있는 사람이었대요. 괴테는 자기의 그 상처를 가지고 주인공을 묘사했을 거예요. 경험 없이 그냥 묘사하면 글만 번지르르하지 감동이 없는데, 이처럼 자기가 겪은 걸 바탕으로 하면 굉장한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들을 너무 ‘좋다’, ‘나쁘다’로 가르지 마세요. 나쁠수록 재산이 더 됩니다. 좋은 건 별로 재산이 안돼요.



여러분은 막 기분이 좋을 때, 생활이 편안하고 꿈같을 때 뭐라고 표현합니까? 너무 좋은 세월을 가리켜서 ‘10년을 하루 같이 지냈다’라고 말해요. 너무 괴롭고 힘들 때는 ‘일각이 여삼추다(一刻이 如三秋다)’라고 합니다. 일각은 찰나라는 말이고, 여삼추는 가을이 세 번 지났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한순간이 3년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10년을 하루 같이 지낸 사람은 100년을 살아도 열흘밖에 못 산 셈이에요. 반면 일각이 여삼추인 사람은 1년을 살아도 1,000년을 산 것과 같은 경험을 하는 거예요. 이건 여러분들이 경험해보면 알 거예요. 정말 힘들 때는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배웠죠? 예를 들어 로켓이 빛의 속도에 근접하도록 빨리 가면 시간이 무한히 느려지고 질량이 무한히 커진다고 하잖아요. 고통이 굉장히 심해지면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은 무한히 느려집니다. 제가 고문당했을 때 실제로 느껴봤는데 1분이 엄청나게 길어져요. 명상하다가 다리가 칼로 도려내는 듯 아플 때도 그 1분이 엄청나게 긴 시간으로 느껴져요. 그렇기 때문에 1년만 겪어도 다른 사람 100년 산 인생을 경험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괴로운 게 훨씬 이득이고 효율적이에요. 시간을 엄청나게 늘려서 쓸 수 있잖아요. 전에 어떤 대학생이 제게 이렇게 물었어요. 


‘스님은 몇 백 년 살아도 알 수 없을 것 같은 많은 내용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왜? 너도 이렇게 되고 싶니?’


‘네.’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고생 많이 하면 된다.’ (모두 웃음)


고생을 많이 하면 시간이 느려지니까요. 예를 들어 객관적으로는 1년이라는 인생을 살았더라도 그 고통의 세월을 보낸 사람은 그 1년이 남의 1년과 같지 않습니다. 수십 년, 수백 년의 경험을 하는 거예요. 부잣집에 태어나서 편안하게 산 사람들은 허우대만 멀쩡하지 아는 게 별로 없어요. 머리가 허옇도록 늙어도 사실은 열흘밖에 못 산 것과 다름없어서 그래요. (모두 웃음) 


그러니 여러분은 고생 안 하는 걸 너무 좋아하면 안 돼요. 옛말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10년을 어디 가서 고생하라는 게 아니라 젊을 때는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20, 30대에 겪는 고통을 회피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길게 지난 뒤에 보면 그것은 오히려 나에게 청춘의 축복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님이 뭘 꿰뚫어 본다고 느낀다면 ‘저 스님, 젊었을 때 고생 꽤나 했겠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고생을 한다는 것은 많은 경우의 수를 경험해 본다는 겁니다. 이쪽만 보는 게 아니라 저쪽도 보고, 위만 보는 게 아니라 아래도 보고, 앞만 보는 게 아니라 뒤도 볼 수 있게 되니까요. 저는 그렇게 1000년을 보든 100년을 보든 10년을 보든 인생과 사물을 길게 보는데 여러분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이것만 보고 ‘지금 좋다’, ‘지금 안 좋다’ 이렇게만 접근합니다. 그러니 늘 쥐가 쥐약을 먹듯이, 살려고 한 일 때문에 오히려 죽게 되는 일이 자꾸 반복되는 거예요.



그렇게 조금 길게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는 70일 단식도 해봤고, 감옥에도 가봤고, 고문도 당해봤고, 질문자가 못해본 걸 많이 경험해봤지만 공황장애는 아직 경험을 못해봤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도 그게 어떤 것인지 딱 들어오질 않아요. 제가 그 경험을 해봤다면 질문자에게 지금보다 훨씬 설명을 더 잘해줄 수 있겠죠. 여러분이 물으면 어지간한 건 제가 고통을 겪어봤고 극복해봤어요. 그래서 책 보고 피상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데, 공황장애는 경험을 못 해봤어요. 


질문자가 ‘나는 공황장애도 경험해봤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그 횟수가 훨씬 줄어들 겁니다. 예를 들어 그런 증세를 안 일으키려고 애쓸 때 1년에 다섯 번 정도 일어났다면 오히려 그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1년에 한두 번으로 줄어들 거예요. 그렇게 한두 번 일어나더라도 그게 나쁜 게 아니에요. 내가 그 증세를 경험함으로써 그런 역할을 연기할 수 있고, 같은 증세를 경험한 동료가 있으면 ‘야, 나도 그래 봤다’ 하고 대화도 잘됩니다.


그런 것을 꼭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세요. 그러나 약간 치료가 필요한 부분은 치료를 받으셔야 해요. 그리고 비상약을 가지고 다니면 좋고요. 그러나 일단 그런 증세가 일어나버리면 딱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공황장애 연기를 한다.’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하고 한번 해보는 거예요.”


긍정적으로 보면 장애가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 마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질문자 덕분에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5명의 질문을 더 받고 스님은 오늘 참석자들을 격려하며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이 있습니다. 행복한 인생, 민주적인 나라를 만듭시다” 라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누군가의 박수를 기다리던 그들이 오늘은 서로를 향해,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업 특성상 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었을 방송인들이 마음 편하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맨 앞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연을 듣던 배우 한지민 씨에게 다가가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은 항상 너무 심각하지만도 않고 굉장히 사이다 같은 강연이에요.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그렇지만 굉장히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제가 생각했던 방법과는 다른 방법, 어떻게 보면 생각의 관점만 바꾸면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대답해 주셔서 들으면서도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누구나 고민이 있고, 또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한지민 씨의 인터뷰 내용과 질문자가 스님과 주고받은 문답 내용을 영상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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