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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막말하고 버릇없는 남편, 아이가 보고 배울까봐 걱정돼요.”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11월 3일 저녁, 청주에서 행복한 대화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오전에 수원에서 강연을 하고, 수원시청에서 저소득층 후원성금 전달식을 한 후, 청주에 도착했습니다. 


강연이 열린 CJB미디어센터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7명이 현장에서 질문을 하고 1명이 영상으로 보육정책에 대해 질문했는데요. 그 중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버릇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아이가 배울까봐 걱정하는 엄마의 사연과 스님의 대화가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저는 작년에 일본인 남편과 결혼했고, 지금은 10개월 된 아기가 있습니다. 내년 봄에 일본으로 이민 가기로 결정했는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아기를 낳고 난 뒤부터 남편과 매일 싸우고 있어요. 문화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기가 생긴 뒤에는 참을성이 부족해졌는지 많이 싸웁니다. 


유튜브로 스님의 강연 동영상을 보고 나서부터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에게 무조건 ‘예, 알겠습니다. 하이, 와까리마쓰’ 이렇게 계속 숙이는 수행을 하고 있는데요.(모두 웃음) 수행을 시작하자마자 싸움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우리는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있는데, 남편은 그런 공경심이 없어요. 남편은 자기의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웃어른이라도 막말을 합니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건데, 제가 봤을 때는 좀 심합니다. 제일 피해를 보는 사람이 시어머니세요. 그런 남편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으시거든요. 한 번은 남편과 시어머니가 다투었는데, 시어머니가 제 앞에서 눈물까지 흘리셨어요.” 



“시어머니도 일본 사람이에요?”


“예. 그걸 제 아기가 보고 자란다고 생각하면 속상합니다. 남편이 시어머니께 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도 커서 제게 그렇게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기는 부모를 보면서 자라니까요. 남편의 그런 모습을 제가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아기를 키워야 할까요?"   


“아빠는 일본말을 하고, 엄마는 한국말을 한다면 아기는 일본말을 먼저 배울까요? 한국말을 먼저 배울까요?" 


“한국말을 먼저 배우겠지요."


“아빠가 일본말을 하는 데도요?" 


“아기는 엄마랑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 한국말을 먼저 배우지 않을까요?”     




“그러면 아빠는 일본음식을 먹고, 엄마는 한국음식을 먹는다면 아이는 어떤 음식에 먼저 습관이 들까요?”


“아무래도 한국음식에 습관이 들겠죠.”


“아이가 아빠를 보고 많이 닮을까요? 엄마를 보고 많이 닮을까요?” 


“엄마요.” 


“그러면 남편이 자기 어머니한테 말대꾸를 하고 불손하게 대하는 태도가 아이한테 영향을 많이 줄까요? 그런 남편을 공경하지 않고 계속 문제 삼는 엄마의 태도가 아이에게 영향을 많이 줄까요?”  


“제 …… 행동이요. (모두 웃음) 스님, 잘 알았습니다. (모두 박수)”




“질문자가 ‘내 아이가 어른을 공경하는 자세나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질문자는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든지 “예. 하이” 하면 아이가 그걸 본받을 거예요.” 


“네.” 




“질문자가 남편한테 잘 따지면 아이도 나중에 엄마한테 잘 따지게 됩니다. 엄마가 일본말을 쓰면 아이도 일본말을 쓰고, 엄마가 한국말을 쓰면 아이도 한국말을 쓰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남편이 잘나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공경하는 자세를 가르치려면, 질문자가 남편을 공경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더 많이 집중하거든요. 거의 8, 90%를 엄마에게 집중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이가 조금 크면 아빠를 보고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어릴 때 형성되는 건 무의식의 영역이고, 조금 커서 형성되는 건 의식의 영역입니다. 무의식과 의식이 작용할 때, 마음과 생각이 작용할 때 어느 게 더 영향을 많이 줄까요? 무의식이 의식을 이기고, 마음이 생각을 이깁니다. 


사람들은 결심을 많이 하는데, 결심을 아무리 해도 3일을 못 갑니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라고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클 때 ‘아버지가 어떻게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요. 그래서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이 별로 없다면 질문자는 ‘내가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이 없었구나.’ 하고 돌이켜야 해요. 



남편하고, 애하고 셋이 살았는데, 나중에 애가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면 결국 질문자가 남편을 공경하지 않았다는 게 됩니다. 질문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남편을 공경하지 못했지만 아이는 그 이유를 모르니까 공경을 안 하는 엄마 모습만 따라 배운 거예요. 그러니까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가 하기 나름이에요. 


예를 들어, 아이가 검소하기를 원한다면 질문자가 먼저 검소하게 살아야 해요.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검소하게 자랍니다. 그런데 엄마가 사치스럽게 살면서 아이한테만 ‘넌 검소해야 한다’라고 해도 안 되고, 남편과 싸우고 살면서 아이한테는 ‘너는 항상 겸손해라’고 해도 안 돼요. 질문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질문자의 바람대로 아이가 자라는 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해결의 열쇠는 나에게 있었네요. 명쾌한 문답에 청중석에서도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 외에도 7명의 질문과 답변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답변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 소감은 댓글로 꼭 남겨주세요. 


세상의 모든 엄마를 응원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이 글을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