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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스님은 왜 사회 실천 활동을 중요시하게 되었나요?”

2016.10.14 닥터 암베르카르 불교 전향 60주년 기념 컨퍼런스 2일째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스님은 닥터 암베르카르 불교 전향 60주년을 기념해 나가로카(Nagaloka)에서 열린 컨퍼런스 2일째를 맞이해 전 세계의 불교지도자들과 ‘Social Engagement & Liberation’을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했습니다. 



아침 9시에 시작된 컨퍼런스는 총 6명이 발표자로 나왔습니다. 영국에서 온 담마차리 수부티(Dhammachari Subhuti), 인도에서 온 망게쉬 다이왈리(Mangesh Dahiwale), 미얀마에서 온 사이 삼 캄(Sai Sam Kham), 스리랑카에서 온 만주수리 스님(Ven. Manjushri), 말레이시아에서 온 다타 앙 추 홍(Data Ang Choo Hong),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온 법륜 스님(Ven. Pomnyun Sunim)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학자들의 발표와는 달리 주로 스님이 직접 경험하고 실천한 내용들을 소개하는 것 위주로 발표했습니다. 발표는 영어로 이뤄졌는데 수자타아카데미 교장선생님으로 있는 닥터 쁘리앙카가 통역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지난 50여 년 동안 불교 활동을 하면서 제가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어릴 때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과학은 저에게 합리적 사고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합리적 사고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불교를 만나서 행복해지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통 불교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는 산업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농촌이 붕괴되고 있었고, 도시 빈민이 양산되었고, 노동자들의 권익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여성 차별도 심했습니다. 당시 독재 정권은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습니다. 그러나 전통 불교는 이에 대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런 사회 운동을 기독교인들과 함께 하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는 ‘붓다 담마란 합리적 사고와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닙빠나(행복)를 얻는 과정’이라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천 활동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동안 크게 여섯 가지의 실천 활동을 해왔는데요. 첫째, 정토회를 통해서는 수행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사회는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의 행복도는 세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 성장만으로는 사람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붓다 담마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담마 토크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무엇이든지 묻고 저는 담마로 답합니다. 그들은 가정의 문제, 직장의 문제, 학교의 문제 등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묻습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저는 대중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안내합니다. 명상도 필요합니다. 매일 매일 생활 속에서 수행하자는 취지로 ‘만일결사’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둘째, 빈곤 퇴치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나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온 인류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JTS를 통해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병든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어린 아이는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라는 명제에 입각해서 기아·질병·문맹 퇴치를 해왔습니다. 인도 비하르주 둥게스와리 마을에서는 불가촉천민들을 위해 교육과 의료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서는 원주민, 무슬림, 장애인들을 위해서 학교를 지어주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에게는 그들의 전통 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지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캄보디아, 라오스, 북한에서도 지원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지진이나 쓰나미, 홍수 피해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스리랑카, 미얀마, 필리핀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저께는 네팔에 가서 지진 피해를 입은 곳에 학교를 준공하고 왔습니다. 


셋째, ‘좋은벗들(Good Friends)’을 통해서는 난민을 돕고 인권 개선을 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난민들을 많이 지원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듯이 이렇게 국경변에서 강을 넘다가 죽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서 100만인 서명 운동도 하고, 거리 행진도 하고, 북한 난민들의 한국 사회 정착 지원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넷째, 지금 한반도는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에서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평화재단을 설립해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다섯째,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여기는 소비주의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뿐인 지구가 점점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현상은 벌써 우리들에게 재난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코붓다(Ecobuddha)’를 설립해 적게 먹고 적게 쓰는 ‘쓰레기제로운동’ 을 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섯째, 한국 사회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회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 사회는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래서 청년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주기 위해 청춘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듯이 작년에는 서울시청 광장에 청년 1만명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많은 청년들은 종교를 점점 떠나고 있는데, 저희 정토회는 청년 회원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또 한국 사회는 빈부격차가 아주 심해서 이것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권력이 너무 중앙과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어 있어서 내각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지금은 붓다 담마를 사회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빈곤 퇴치라든지, 차별 철폐라든지, 민주주의의 신장이라든지 이런 활동을 계속 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미래에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라든지, 사물인터넷이라든지, 블록체인 같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더라도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붓다 담마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청년대학생들에게 어떻게 불교를 가르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저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어떻게 우리가 경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저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불교라는 형식을 넘어서서 어떻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주된 관심사입니다. 



불교 역사를 살펴보면 테라밧다 부디즘, 마하야나 부디즘, 탄뜨라 부디즘, 젠 부디즘까지 흘러왔습니다. 이제는 ‘인게이지 부디즘(Engaged Buddhism, 참여불교)’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게이지 부디즘은 바로 닥터 암베르카르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발표에 모두 큰 박수를 보내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닥터 암베르카르의 선구자적인 측면에 대해 강조하자 청중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오늘 토론을 총정리하는 시간을 함께 가졌습니다. 토론이 끝날 무렵 스님에게도 한 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참여불교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참여불교는 근본 불교와는 다른 새로운 불교를 의미하는 것인가요? 참여불교란 무엇인가요?”


먼저 스님은 결론부터 말했습니다. 


“참여불교는 근본 불교와 새로운 불교의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 박수) 


청중석에서는 한 줄 대답만 듣고도 고개를 끄덕이며 환호가 터져나왔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근본 정신은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2600년 전 당시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2600년 전 당시 인도 사회가 갖고 있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했다면, 새로운 불교는 현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내용은 근본 불교로, 형식은 새로운 불교가 될 것입니다. 



붓다 담마라고 할 때 그 핵심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입니다. ‘삼먁삼보리’를 번역하면 ‘정등정각(正等正覺)’입니다. 정은 ‘바름’이고, 등은 ‘보편’입니다. 즉, 그것이 객관적 사실이면서 동시에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야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색 인종을 차별한다면 어떤 좋은 사상이라 하더라도 유색 인종 입장에서는 진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만약 계급을 차별한다면 낮은 계급 입장에서는 진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여성을 차별한다면 여성의 입장에서는 진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전생에 게을렀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상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는 사상입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 입장에서는 진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전통 불교가 얼마나 진리에 어긋나는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붓다 담마가 얼마나 변질되어 있는가에 대해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닥터 암베르카르가 제시한 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통 불교가 강력한 문제 제기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제 전통 불교도 보편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님 말씀처럼 보편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나아갈 때 인도 안에서도 불교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없애나갈 수 있을 것이고요.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오늘 많은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발표한 내용의 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내일은 상카시아로 향합니다. 상카시아에서는 부처님이 어머니를 위해 도리천궁에 올라가서 법문하고 하강한 날을 기념해 법회와 평화 담마 행진이 열립니다. 스님은 행사의 주빈으로 초청받아 석가족들을 위해 기념법문을 할 예정입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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