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즉문즉설

아이가 유서를 쓰며 부모에게 협박, 어떡하죠?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가 갑자기 고집을 부리며 때를 쓸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부모를 협박까지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럴 땐 부모로써 어떻게 아이에게 다가가야 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자기가 모아둔 목돈을 찾아서 에스보드를 당장 사야 되겠다고 고집을 부려 남편은 매를 들고 저는 야단을 쳤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제 손으로 쓴 유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이 짜증난다. 엄마 아빠 때문이다. 괴롭다. 내가 사라지면 엄마 아빠는 편할 것이다.’ 이렇게 적고 인장까지 찍어놨습니다."


- 법륜 스님 : "아이를 키웠는데 훗날 이 아이가 망나니가 되어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아이가 커서 성폭행을 하거나 사람을 죽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공부는 잘해서 똑똑한데 부정부패를 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이 되더라도 살아 있는 게 좋을지 그런 사람이 될 바에야 죽는 게 나을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내 자식이라 하더라도 세상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혼란을 줄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은지, 아니면 어떤 물의를 일으키더라도 내 자식이니까 그래도 살아 있는 게 좋을지 엄마가 분명하게 입장을 정해야 합니다.


제가 지금 하는 말이 무척 극단적인 말 같지만, 아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이 둘 중에 선택해야 합니다. 세상에 아무 쓸모가 없고 오히려 많은 손해를 끼치고 사회를 혼란하게 할 바에야 내 자식이라 하더라도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부모의 입장이 분명해지면, 그제야 비로소 아이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습니다. 마음이 그 정도는 되어야 아이가 유서 아니라 그 어떤 걸로 협박해도 부모가 거기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아이가 유서니 뭐니 그렇게 나오는 건 부모가 입장이 없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아이가 아무리 원해도 이게 정말 아이를 위해서나 세상을 위해서나 안 되는 일이라면 아이가 죽는다고 해도 안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로서 아이에게 중심이 잡힙니다.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어떤 수단을 쓰거나 주장을 하다가 안 되면 훔치든지 그것도 안 되면 죽겠다고 협박을 해서라도 결국 얻어가는 꼴로 아이를 키우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럼 나중에 그 아이는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밖에 안 됩니다. 지금 이 아이가 하는 이런 짓을 용납하면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는 아이가 될 거고. 부모가 이것을 개선하려면 아이가 죽는다는 것도 각오를 해야만 개선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선택을 해야 해요.


부모가 단호하게 한다는 것은 아이가 유서대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 ‘차라리 그럴 바에야 죽는 게 낫다. 이게 진정으로 너를 위하는 길이다.’ 이런 마음이 되어 있는지, 아니면 그냥 아이 말대로 해줄 걸 하고 죽고 난 뒤에 후회할 마음인지 살펴보세요.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는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자꾸 자기를 움켜쥐고 분별을 하면 안 됩니다. 아이를 위해서 내가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그런 각오를 가져야 됩니다. 그런 헌신이 있어야 아이가 잘못될 때 야단을 쳐도 털끝만큼도 내가 양심에 가책이 없습니다. 이건 정말 아이를 위해서 내가 야단을 치기 때문이지요. 털끝만큼도 나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를 때리더라도 흔들림이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가르침에는 중간 타협점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식을 키우는 엄마는 ‘자식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 몸이라도 버려서 도와주겠다. 이게 자식에게 나쁘다면 내 몸을 버려서라도 막겠다’는 헌신과 희생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애가 아무리 울고불고 난리를 피워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고. 아이를 위해서 꼭 해야 하는 거라면 내가 구걸을 해서라도 해줘야 되는 것이라고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 부모들은 안 된다 했다가, 된다 했다가 이러니까 어린 아이가 벌써 눈치를 채서 부모가 안 된다 해도 자기가 고집을 좀 부리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이러면 자식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가 선택을 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할 때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어떠한 희생이 오더라도 자식을 위해서는 내가 이 길을 꼭 가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