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갈등이 심할 때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고 사는 게 과연 옳은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있죠. 부부 갈등이 심해지면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인데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즉문즉설 강연장에서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는 다섯 살, 일곱 살 아이를 키우고 사는 워킹맘입니다. 결혼생활 7년 차인 저의 오랜 고민은 남편이 술을 조금 많이 먹으면 연락이 되지 않고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좀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가 첫째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였고, 아이를 안고 찾아 나서기도 하고, 연락이 안 되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미안해하고 알코올중독 센터도 함께 다녀봤지만 남편은 술을 끊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남편과 같이 살고 싶습니다. 남편이 밉거나 원망스럽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상황에서 참고 사는 것이 과연 옳은지, 나는 이대로 괜찮은지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하고 같이 살고 싶다고 하면서 왜 참고 살아요? 그냥 같이 살면 되죠.”
“성매매를 하는 것은 옳지 않잖아요. 또 성매매를 하면 에이즈나 성병에 걸릴 위험도 있고요. 그리고 남편이 나 아닌 다른 여자랑 관계를 한다는 사실이 저는 불편합니다.”
“어떤 사람이든 100퍼센트 다 좋을 수는 없잖아요. 알코올 중독인 남자와 나는 도저히 살 수 없다든지, 다른 건 괜찮은데 그거 하나만 나쁘니까 그 정도는 감안하고 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겁니다. 술을 먹고 성매매를 하는 남자와는 나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결정을 하든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술을 먹고 취해서 생기는 일이니 그 사람의 병으로 간주하고 그 정도는 감안하고 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참을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남편이 고쳐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참게 되는 겁니다. 벌써 질문 내용만 들어봐도 남편이 고쳐지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이미 중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게 되면 싸움만 커지거나 질문자의 속만 상하게 됩니다.
‘남편이 술도 안 먹고 성매매도 안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은 질문자의 바람과 욕망일 뿐이에요. 남편의 그런 점을 인정하고 살든지, 도저히 못 살겠으면 헤어지든지, 둘 중에 결정을 해야 할 일이지 누가 더 잘했고 잘못했고 따지고 있을 문제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남편은 말로 해서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도 여러 번 노력해보지 않았습니까? ‘조금 더 기다리면 좋아질까?’ 하는 기대가 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이런 상황에 나는 어떤 길을 갈 것인지는 내가 선택해야 할 문제라는 겁니다. 남편이 돈도 못 벌고 성격도 더러운데 그런 짓을 한다면 이런 고민조차 할 것 없이 벌써 이혼해 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부분만 빼고는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으니까 같이 살고 싶은 거겠죠. ‘이것만 고쳤으면 좋겠다’ 하는 나의 욕망으로 인해 생긴 문제이지 다른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이혼을 하게 되면 질문자는 남편의 다른 좋은 점 때문에 후회를 하거나 미련을 갖게 될 겁니다. 같이 살면 그 부분이 안 고쳐지는 것 때문에 계속 스트레스받고 살게 될 것이고요. 그래서 이런 경우는 어떤 결정을 해도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째, 질문자가 남편과 같이 살겠다면 용인하고 사는 수밖에 없어요. 남편이 잘 했다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그런 남편과도 이혼할 수 없을 때는 용인을 해야한다는 거예요.
둘째, 나 외에 다른 여자를 만나는 사람하고는 아무리 돈이 많고 사람이 착해도 같이 살고 싶지 않다면 미련을 완전히 끊어버려야 합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괴롭게 살지 않는 길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러니 이 괴로움은 질문자가 지금 양손에 떡을 쥐고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망설이는 데서 생기는 괴로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점만 바꾸면 이혼해도 좋고 계속 살아도 좋은 거예요.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이혼해도 후회하고, 같이 살아도 계속 스트레스받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런 부분에서도 굉장히 고민이 돼요. 지금은 아이들도 키워야 되기 때문에 이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남편과 부부 관계를 안 하고 사는 것은 괜찮지만, 그렇게 살면 부부관계가 피상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피상적으로 살면 어때요? 첫째, 이혼하면 어차피 혼자 살게 되니까 부부관계를 못해요. 그런 선택도 괜찮아요. 둘째, 부부관계가 필요하면 남자친구를 가끔 만나면서 살아야 합니다. 이때 그 남자친구가 총각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결국 부인이 있는 남자를 질문자가 가끔 만나야 하는 거죠. 셋째, 재혼을 해서 사는 길이 있습니다. 재혼을 하더라도 결국 다른 여성과 같이 살았던 사람이랑 재혼을 하게 되는 겁니다.
세 가지 경우를 비교해 보세요. 아이들 때문에 이혼은 하지 않지만 남편과 부부관계는 하지 않고 산다면 그것이 곧 이혼하고 혼자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부부관계가 필요하다면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 늘 나와 살다가 가끔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이 기분이 더 나빠요? 늘 다른 여자와 살다가 가끔 나를 만나는 것이 기분이 더 나빠요? 어차피 남자를 만나려면 다른 여자와 늘 살던 사람을 가끔 내가 만나야 되잖아요. 이렇게 비교해 보면 늘 나와 살다가 가끔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우선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길이 있어요. 결혼관계를 유지하지만 부부관계는 하지 않고 사는 길도 있습니다. 같이 안 살려면 그 남자가 어떤 남자든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질문자의 인생관이 딱 안 잡혀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지 남편 때문에 생긴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중심이 안 잡혀 있고, 이것도 되었으면 좋겠고 저것도 되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지 않는 남자와 같이 살고 싶다는 것이 무슨 욕심인가요?’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 남자한테 그걸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겁니다. 욕심이 다른 게 아니에요. 불가능한 것을 하려고 하는 게 욕심입니다. 예를 들어 ‘멸치 한 마리를 먹겠다는 게 뭐가 욕심이냐’ 이렇게 말할 수 있잖아요. 그러나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멸치 한 마리를 먹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불가능한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꾸 남편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남편이 변하는 수밖에 해결책이 없게 돼요. 그러면 결국 내 인생이 남편한테 묶여 살게 되는 겁니다. ‘이런 남편을 두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가져야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네, 잘 알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을 져야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는 겁니다. 자꾸 남한테 책임을 미루면 거기에 늘 묶여서 그 사람이 이러면 좋고 저러면 나쁘게 돼요. 마치 주인이 강아지의 목줄을 쥐고 잡아당기듯이 그렇게 내 목줄을 상대가 쥐도록 해놓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나의 희로애락이 좌우된다면 그게 강아지이지 무슨 사람이에요.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해야 합니다.
옛날도 아니고 요즘 같은 시대에 부부가 결혼해 놓고 다른 사람한테 한눈을 파는 사람과 같이 살 이유가 뭐 있어요? 바로 이혼을 하면 되죠. ‘그 남자가 대통령이든, 그 남자가 재벌이든, 나는 다른 여성에게 한눈 파는 남자하고는 절대로 같이 살기 싫다’ 이렇게 자기 인생관이 분명하든지, 아니면 ‘바람을 좀 피우든 술을 먹든 그래도 이만한 남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나. 지금 이 남자를 버리고 다른 남자를 구하려고 해도 이만한 남자를 다시 구할 수 없을 것 같다’ 하고 인정하고 같이 살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니까요.
결국 이 문제는 내 중심이 딱 잡혀야 해결이 됩니다. 인생관이 안 잡혀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요. 지금 시대가 조선시대도 아니고, 세상의 온갖 정보가 다 열려있는 시대이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똑같이 법에 보장되어 있는 시대잖아요. 이런 시대에 내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이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입니다. 자꾸 남을 탓하고 있는 것은 자기 인생을 방치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즉문즉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스님 즉문즉설 "아이는 아빠와 같이 살고 싶다는데, 저는 전남편의 폭행이 두렵습니다" (1) | 2025.06.24 |
---|---|
법륜스님 즉문즉설 "5년간 별거, 아내의 재결합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1) | 2025.06.23 |
법륜스님 즉문즉설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괴로운데, 이혼이 답일까요?" (0) | 2025.06.21 |
법륜스님 즉문즉설 "직장 내 험담과 따돌림… 저는 조직에 안 맞는 사람일까요?" (2) | 2025.06.20 |
법륜스님 즉문즉설 "남편의 코인 투자로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0) | 2025.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