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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법륜스님 즉문즉설 "직장 내 험담과 따돌림… 저는 조직에 안 맞는 사람일까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 동료들이 나에 대해 험담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나만 왕따를 당하는 것 같고, 나의 안좋은 이미지가 회사 내에 퍼지는 것 같아 마음이 참 괴롭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직장 내 험담과 따돌림… 저는 조직에 안 맞는 사람일까요?

 

“저는 회사에서 저보다 나이가 많은 후배와 싸운 적이 있습니다. 함께 일하기 전에는 사적으로 친한 사이였고 갈등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같이 일하게 되자, 그 후배는 업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메신저로 무례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무실에서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후배는 저와 가까웠던 선배까지 끌어들여 함께 제 험담을 하고 다녔습니다. 이후로 제 평판이 나빠져서 원하던 부서에도 가지 못하는 등 여러 피해를 겪었습니다. 돌아보면 제 처신에도 문제가 있던 것 같아서, 스스로 조직에 잘 맞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퇴사한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마음도 복잡합니다. 억울한 마음에 저도 똑같이 욕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고민이 됩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후보들 연설 보셨어요? A 후보가 B 후보를 비난했죠? 여러 곳을 다니며 비난하고 방송에 나와서도 대놓고 비난했습니다. B 후보도 A 후보를 비난했고, 또 다른 C 후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표를 제일 적게 받은 D 후보는 다른 후보들을 거의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처럼 질문자에게도 여러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험담하고 다닐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정치인이 남이 자신을 험담하는 걸 견디지 못하겠다거나, 그런 사람은 몰아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런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험담한다고 해서 견디기 어렵고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은 회사에 오래 다니기 어렵고 사회생활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비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가 아직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남이 나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지나치게 고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님도 비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지난 12.3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라고 하면 보수 성향의 사람이 비난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하면 진보 성향의 사람이 비난합니다. 심지어 정토회 회원 중에서도 비난하는 사람이 있어요. ‘북한에 굶어 죽는 사람들을 지원하자.’라고 해도 비난하고, ‘난민을 돕자.’라고 해도 비난합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자.’라고 하면 친일이라고 비난하고, 반대로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해야 한다.’라고 하면 일본 측에서 비난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다르면 언제든지 욕하고 비난합니다. 그게 세상이에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살 수 없다면,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살아야 해요. 하지만 머리 깎고 중이 되어 산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님들 사이에서도 ‘저 사람은 뭐가 문제다.’ 하며 늘 문제 삼습니다. 이런 일이 전혀 없는 세상은 없습니다. 질문자가 그런 걸 못 견디고 자꾸 피하려 든다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정신 질환이에요. 그러니 욕하고 싶다면 욕해도 되고, ‘내 입까지 더러워질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하면 욕을 안 하면 됩니다. 그래도 화가 난다면 욕을 하든 강하게 비난하든 본인이 선택할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면 그건 질문자 자신의 문제라는 겁니다. 욕하고 비난할지,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입니다. 

지금 질문자는 욕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욕을 안 하자니 듣는 게 괴로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겁니다. 그런데 사실 욕을 듣는 건 힘이 하나도 안 들어요. 내가 욕을 하려니까 입이 조금 고생스러울 뿐이죠. 그러니 ‘당신이 욕하는 것은 당신 사정이고, 나는 안 하는 게 편하다.’라고 여기고 그냥 지내면 됩니다. 질문자가 걱정하는 건 ‘그 사람이 나를 비난하고 다니면 회사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상황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봐도 그 험담하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 비난할수록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열 명 중의 한두 명은 혹시 믿을지 몰라도, 대부분은 믿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오히려 욕을 심하게 하면 할수록 욕하는 사람을 더 안 좋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반대로 만약 그 사람의 험담이 다른 사람들에게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면, 질문자가 그 사람에 대해 내린 평가가 다소 빗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못 믿겠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신뢰를 주는 사람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우리가 어떤 정치인을 아무리 욕해도 그 정치인은 지지자들에게는 신뢰를 얻기 때문에 표를 받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계엄령을 선포하고,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40퍼센트의 표를 얻었잖아요. 여러분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어쩌겠어요. 그게 세상입니다. 

질문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도 그 사람이 문제 있다고 본다면, 굳이 대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듣기 싫겠지만 결국 그렇게 욕을 계속하면 손해를 보는 쪽은 그 사람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그것조차 견디기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결국 욕하고 싶으면 그냥 해도 되고, 욕하면 내 입만 아프다고 생각되면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질문자 보기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질문자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일은 없습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조금 편안하게 지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못 견디겠다면 그것은 질문자의 문제인 걸 알아야 합니다.

“스님도 여기저기서 욕을 많이 듣는 걸 보며, 저도 욕을 먹더라도 씩씩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을 하고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어요. 내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 욕을 들으며 ‘내가 문제였구나.’ 하고 반성하면 되고, 특별히 잘못한 게 없다면 ‘오래 살라고 욕을 해 주는구나.’ 하고 고맙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