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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행복하게 나이 들려면 어떻게?" 법륜 스님의 답

새해가 되니 또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되었네요. 한해 한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시나요? 특히 50대 60대 분들은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람있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지요. 


어느 60대 할아버지가 법륜 스님에게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노후가 되면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늙어서도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 질문자 : "올해 나이가 67살입니다.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몰라서 실수도 많이 하고 볼품 없는 삶을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은 늘 선택에 의해서 여기까지 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보람있게 살려면 순간순간 무엇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면 좋을지요?" 


- 법륜 스님 : "지금까지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대성공이에요. 과거를 좋게 생각해야 미래가 좋아집니다. 과거를 자꾸 나쁘게 생각하면 자기 인생이 비참해져요. 제일 간단하게 생각하는 건 '지금까지 잘 살았다. 앞으로도 잘 살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나는 오류 투성이로 살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지금까지 내가 산 것은 대성공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입가에 미소가 돕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해야 합니다. 


연세가 들면 젊은 사람과 차이점이 있어요. 조그마한 아이가 재잘재잘 말을 잘하면 말을 잘한다 그래요. 그런데 노인이 말을 많이 하면 잔소리가 많다 합니다. 이렇게 평가가 다릅니다. 젊은 애가 빠릿빠릿 다니면 재바르다고 해요. 그런데 노인이 빠릿빠릿 다니면 주책머리 없다 이렇게 말해요. 젊은 애가 어떤 꿈을 가지고 뭘 하겠다고 하면 야망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노인이 이것저것 하겠다고 하면 노욕이라고 말해요. 이렇게 똑같은 행동인데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르다는 겁니다. 성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노인이면 노인에 맞게 살아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자연스럽다는 것이죠. 


아이는 아이에 맞게, 청년은 청년에 맞게, 노인은 노인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청년답게 안 살고 노인처럼 살려고 해요. 청년의 특징은 미숙함입니다. 미숙하다는 것은 실수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청년이 실수를 안 하려고 하다 보니까 결정을 못합니다. 그러나, 청년의 장점은 용기입니다. 그래서 청년은 뭐든지 시도하면 됩니다. 이런 경험이 쌓여나가면서 지혜가 형성되어 나가는 것이죠. 많은 시도를 하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청년이죠. 


노인의 특징은 원숙함입니다.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실수가 적습니다. 대신에 선택을 할 때 쉽게 선택을 안 합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좋은 게 꼭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꼭 나쁜 게 아니더라 해서 젊은 사람들처럼 희노애락에 덜 물들면서 결정을 합니다. 그래서 실수가 적죠. 그런 면에서 머리가 하얀 것은 좋은 것입니다. 검게 물들일 필요가 없어요. 옛날에도 도사들은 다 머리가 하얗습니다. 젊은 도사 봤어요? 못봤지요. 도사는 다 늙었습니다. 


늙음의 특징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늙음의 특징에 맞지 않게 젊은 사람들처럼 빠릿빠릿하게 살려고 하니까 열등의식이 생기는 겁니다. 젊음을 부럽게 생각하고 늙음을 비참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첫째, 말이 좀 적어야 됩니다. 그런데 늙으면 말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래요. 젊은이들의 미숙함을 보면 자꾸 말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젊은이들은 그 미숙함이 젊음의 특징이거든요. 자꾸 실수를 해가며 배워나가야 지혜가 느는 것이지 말로 가르쳐준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가능하면 틀리는 것을 지켜봐주는 게 좋아요. 직접 경험해 봐야 알지 얘기해 준다고 아는 게 아니거든요. 미리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너무 욕심내면 안 됩니다. 젊은이들이 시행착오 하는 것을 봐내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째 입을 좀 다무는 게 좋고, 입이 잘 안 다물어지면 염불을 많이 하시라는 겁니다. (청중 웃음)


둘째, 욕심을 좀 내려놔야 되요. 욕심 없는 사람은 없겠지요. 하지만, 젊은 사람이 욕심 갖는 건 좀 괜찮은데 나이 들어서 욕심을 내면 좀 추해요. 젊을 때는 10가지 계획을 세우면 10가지 다 시도해보지만, 나이 들어서는 10가지 계획이 있으면 1개만 실행하고 나머지 9개는 포기해야 합니다. 인생을 미리 포기하고 낙담하라는 것과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일단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과로해서는 안 됩니다. 젊을 때는 과로해서 쓰러지면 닝겔 한 번 맞으면 다시 일어나지는데, 늙어서 과로해 쓰러지면 팍팍 늙습니다. 가을 날씨 같아요. 비 한 번 오면 추워지듯이. 


과식도 안 됩니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절대 과식하면 안 됩니다. 젊을 때는 과식해도 소화제 먹고 토하면 되는데, 늙어서 과식하면 반드시 건강을 해칩니다. 


과음도 안 됩니다. 젊을 때는 술먹고 토해도 다음날 아침에 약 먹으면 괜찮은데, 늙으면 절대 과음하면 안 됩니다. 술 먹는 것은 괜찮은데 딱 조절해서 드셔야 합니다.


셋째, 항상 모으는 것보다는 베풀어 주는 게 좋습니다. 천 원을 내든 오백 원을 내든, 무슨 모임이 있든 어디 가든, 다만 십 원짜리라도 하나 나눠주고 오는 연습을 하셔야 해요. 종교적으로 예기하면, 손자를 위해서 내가 거름을 주는 겁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지은 복이 손자에게 간다는 말이 있어요. 어떤 모임이든 어떤 행사든 뭘 하든, 큰 돈 내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쓰는 용돈에서 천 원이든 오백 원이든 항상 돈을 넣기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서 돈을 받으면 그 중에 일부를 또 보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나를 위해서도 자손을 위해서도 복 짓는 행위가 됩니다. 돈이 생기는 대로 자꾸 베풀어야 됩니다.


넷째, 유산을 상속할 때 자식에게 다 주면 안 됩니다. 제가 볼 땐 사회로 환원하는 게 가장 좋은데, 사회로 환원을 하든 유산을 주든, 항상 자기 용돈 쓸 것과 잠 잘 방 하나와 음식 사먹을 수 있는 정도는 남겨둬야 합니다. 아무리 자식이 부도가 나고 죽는다고 해도 이건 남겨둬야 합니다. 왜냐하면 젊을 때는 돈이 없어서 길바닥에 나앉아도 다시 복귀가 가능해서 괜찮아요. 그러나 늙어서 길바닥에 나앉으면 추해 보여요. 절대 자식에게 상속을 다 주면 안 됩니다. 한국 사람은 자식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이게 잘 안 지켜집니다. 그래야 앞으로 자식과의 관계가 좋아집니다. 인간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돈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아플 때 병문안도 오고 죽을 때 장례도 치러 줍니다. 인간의 이런 심리를 이해해야 해요. 내가 살기 위해서도 내 먹을 건 조금 갖고 있어야 합니다. 삶을 자식한테 의지하려고 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다섯째, 거동이 불편해서 몸져 눕기 전까지는 가능한 자식들과 같이 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같이 살자 해도 같이 안 사는 게 좋습니다. 이것이 행복하게 사는 길입니다. 몸을 끌고 가서 밥을 해먹더라도 자식과는 따로 사는 게 좋습니다. 자연생태계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건 모든 생명체가 다 그렇게 하죠. 그런데 어미가 병들었다고 새끼가 돌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간 빼고는 없습니다. 이것은 생태적으로 원래 안 맞는 겁니다. 늙어서 죽는 건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누가 도와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누구한테 부탁할 일은 아니에요. 


노후에는 너무 물질적으로 잘 해 놓고 살려고 할 필요도 없어요. 시골에서 농사짓고 지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자꾸 삐까 번쩍하게 해놓고 살려고 하니까 노후 자금이 필요하다고 걱정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걱정할 필요 없어요. 앞으로 20년만 지나면 한국의 복지 제도 수준이 밥 얻어먹고 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져요. 노후 보장 걱정하지 마세요. 밥만 먹고 살겠다, 이렇게 마음을 비우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기본만 딱 간직하고 나머지는 봉사하면서 사는 게 좋아요. 이렇게 툭 놓고 살면 길이 열립니다. 앞에 다섯 가지만 잘 지키고 살면 자식과도 아무 문제가 없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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