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님께서는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온 JTS인도인 활동가들과 함께 사찰순례를 하시고, 저녁엔 구미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셨습니다.

두북 수련원 운동장에서 이른 아침 단정히 준비하여 기다리고 있던 인도인 활동가들과 만난 스님은 인도인 활동가들에게 잘들 잤는지 물으며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인도인 활동가들은 연일 계속되는 일정에도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화창한 도로를 달려 불국사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일찍 방문하여서인지 불국사는 한적하였고, 스님의 말씀에 더더욱 귀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불국사 입구인 천왕문을 지나서부터 스님은 찬찬히 설명을 시작하셨습니다.

불국사 전체 구조에 대한 이야기부터 구석구석 자그마한 부분까지 쉽게 설명해주시는 스님 말씀에 인도인 활동가들은 눈을 반짝이고 메모도 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 한번 보세요. 이 건물을 지탱하는 축대를 돌로 만들었어요. 돌들이 다 우리 보통 사람들처럼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고 자연스럽지요. 그 위에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석을 맞추어 보이는 쪽을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다듬어진 기둥 같은 돌은 보디사트바(보살)라고 합니다. 우리 세상 사람들이 다 수행을 해서 부처님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디사트바가 세상 중간, 중간에 있으면 보통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살아도 전체 세상은 잘 유지 됩니다.

우리 인도 둥게스와리에서도 여러분들처럼 100명 중에 1명이라도 훌륭하게 자라면 전체 둥게스와리가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한명, 한명이 이 기둥 같은 사람들임을 알아주세요.”(인도 스텝 박수)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다 같이 삼배를 드리고, 다보탑과 석가탑, 무설전, 관음전, 비로전, 신라불상과 조선불상의 차이점 등 지나는 모든 곳마다 각 장소에 대해서 쉽고 꼼꼼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또 여기 이것도 돌의 평평한 면을 찾아 쌓은 것이지요. 자세히 보면 자연스럽게 울퉁불퉁한 돌이에요. 이 돌처럼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한 부분만 부처님을 닮으면 돼요. 두개면 더 좋지만 하나라도 닮으면 좋지요.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정직하다, 부지런하다, 검소하다.’ 이렇게요. 적어도 내가 검소하게 사는 건 부처님처럼 살겠다하며 최소한 한 가지는 그렇게 살아야 불교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 10대제자의 사리푸트라는 지혜, 목갈리나는 신통력이 부처님처럼 뛰어났지요. 여러분들은 무엇 하나를 그렇게 해볼래요? (웃음)“

전체를 한 바퀴 돌고 내려가는 길에는 이제 막 불국사에 도착한 시민들께서 지나는 길마다 스님을 알아보시며 조심스럽지만 따스하게 인사들을 건네셨습니다.

다음은 감포로 이동하였습니다. 바다를 처음 보는 인도인 활동가들은 바다에 도착하자 정말 신나고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은 대왕암에 대해서 짧게 설명해주시고는 여러분들 바다 구경하러 여기 왔으니 바다에 손도 담궈 보고 사진도 많이 찍으며 충분히 즐길 수 있게끔 해주셨습니다. 인도인 활동가들은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기도 하고, 물수제비도 뜨고, 간식도 먹으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은 양산의 통도사로 갔습니다. 해가 중천에 오른 시간에 도착한 통도사에서 바로 점심공양을 한 후, 스님께서는 통도사 입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주셨습니다. ‘진리가 통한다’는 뜻이라는 통도사의 이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곳 뒤의 산이 인도 라즈기르의 영축산을 닮아 이름이 영취산이라고 붙여졌다고 일러주셨습니다. 영축산과 닮았냐고 물으시니 활동가들은 좀 다르다고 답하였습니다. 또한 통도사 대웅전에는 왜 부처님이 안 계시냐는 질문에 대웅전 뒷편 부처님 사리가 모셔져 있어 통도사 전체에는 불상이 없다고도 알려주셨습니다. 한 곳, 한 곳 자세히 해주시는 설명을 듣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다음은 가야의 첫 번째 왕이었던 수로왕릉이 있는 김해로 이동하여 수로왕릉을 비롯한 수로왕비릉, 파사석탑을 모두 순례하였습니다.

수로왕비는 2천년 전 인도 아유다국에서 불법을 전하기 위해 전법사와 함께 머나먼 한국까지 온 공주님이었습니다. 파사석탑은 인도 아유다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배 안에 같이 실어온 돌을 쌓아놓은 곳이었습니다. 인도 활동가들은 보자마자 한눈에 둥게스와리에도 있는 돌이라며 알아보았습니다. 스님의 세세한 설명과 인도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로 유물이 한 번 더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녁 즉문즉설이 열리는 구미로 이동하는 중 신라불교초전성지인 아도모례원을 잠깐 들렸습니다. 아도모례원 바로 옆에는 구미 시에서 얼마 전 개관한 신라불교 초전 기념관이 자리해있어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스님께선 인도인 활동가들에게 당시 불교를 박해하던 신라에서 아도스님께서 어떻게 불교를 찬찬히 전파하셨는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 인도인활동가들과 하루를 함께하시며 하나부터 열까지 일러주시는 모습과 또 그럼 스님의 말씀에 귀를 쫑긋하며 집중해서 듣고 질문도 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스님의 따뜻한 애정과 그들의 존경심이 느껴져 더 감사하고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오늘 행복한 대화 강연이 열리는 구미 민방위교육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경상북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구미의 상징 금오산 자락의 한 줄기 끝에 위치한 민방위교육장은 500여 석의 교육장으로 연간 3만여 명의 교육생을 배출하는 곳입니다.

담장마다 붉은 장미가 눈길을 사로잡는 5월의 마지막 날! 여름 한낮 같은 뙤약볕이 사그라질 때쯤 시민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500여 석의 좌석이 순식간에 다 메워졌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들은 개인 돗자리를 가져가서 통로에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연 준비 전 봉사자들은 여는 모임을 하며 구미의 로고인 “예스, 예스, 예스, 구미!”와 손동작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잘 쓰이겠다고 서로에게 다짐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분홍색 목도리에 행복한 얼굴로 강연장을 찾은 분들을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특히 행복학교의 “날마다 웃는 집! 그런 집 있어”, “잘 하고 있어, 충분히”라는 피켓 문구가 로비로 들어서는 방청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주었습니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법륜스님의 영상 소개가 끝나자 관객들은 박수로 힘차게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환한 표정으로 나온 스님께서 맨 뒤 두 줄을 남겨놓고 방청객이 복도에 앉은 모습에 안타까워하시며 인도에서 온 인도인 JTS 활동가들의 자리이니 양해를 구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총 열 분이 질문했습니다. ‘무유정법’에 대해서 묻는 분, 공부할 시기인데 친구와의 갈등으로 고민이라는 고교생, 부모님과의 관계가 불편한 분, 고1 아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 고민이라는 분, 논문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분, 반복적인 삶이 무료하다는 분, 폭력적인 남편이 자신의 고발로 현재 수감 중인데 고민이라는 분, 사후세계 및 윤회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 초등 1년 아들을 고치고픈 젊은 엄마, 6.13 선거에 어떻게 해야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해 주었습니다. 그 중, 마지막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가오는 6월 13일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모두 웃음)

“대구, 경북이 무슨 현명한 선택을 얘기합니까?(모두 웃음)

여기서는 누가 어느 당에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결정된 셈이잖아요. 6월 13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벌써 정해진거나 다름 없는데 투표는 무슨 투표고 선택은 무슨 선택이에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을 섬겨야 할 공직자가 여러분들한테 충성할까요, 자기를 공천시켜 준 사람한테 충성할까요? 공천시켜 준 사람에게 충성하지요. 그래서 공천시켜 준 사람한테 충성 안 하면 배신이라 그래요. 그런데 사실은 민주사회에서 국민이 주인이니까 배신은 국민을 배신할 때 뿐이에요. 그 외에는 어떤 것도 배신이라 할 것이 없습니다.

공천이야 당에서 누구를 하든 그것은 그들의 자유지만, 적어도 ‘네가 시장이나 군수가 되려거든 나한테 잘 보여야 한다’ 이렇게 시민이 본때를 보여줘야 해요. 전라도 사람들은 2,3년 전에 이렇게 한 번 본때를 보여줘서 확 뒤집어 버리니까 요새 그 당 사람들이 전라도 사람들한테 잘 하잖아요. 제가 볼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제일 영리한 사람이 충청도 사람이에요. 충청도 사람들은 한 번은 이 당을 지지했다가, 한 번은 저 당을 지지하니 혜택을 보잖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무조건 지지해주면 한쪽은 아예 집토끼니까 안 도와주고, 다른 한쪽은 산토끼니까 아예 안 도와주잖아요.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면 이번에 잘 잡아야 하니까 전부 거기만 목매잖아요. 이게 주인 노릇 하는 거예요. 제 말 이해하셨어요?”

“예!”(모두 크게 대답)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인은 나다, 시민이다.’ 이걸 딱 인식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후보들이 시민을 겁내는 거예요. 당의 대표를 쳐다보는 게 아니라 시민을 쳐다보는 거예요. 투표권자를 겁내야 해요.

그런데 출마자들은 딱 선거 때인 보름 동안만 고개를 숙입니다. 아까 여기 오다가 보니까 전부 다 인사들을 해요.(모두 웃음, 박수) 그런데 이러다가도 딱 보름 지나면 자기들이 왕이에요. 이게 지금 우리나라의 문제예요.

지방 선거가 무슨 신도회장 뽑는 것도 아닌데 종교가 뭐냐, 동창회장 뽑는 것도 아닌데 어느 학교 나왔냐, 향우회 회장 뽑는 것도 아닌데 어느 지역 출신이냐, 이런 것 따지지 마세요. 시장 하면 ‘우리 시민을 위해서 행정을 누가 잘 하겠느냐’, 국회의원 하면 ‘우리 시민의 의사를 국가에 얼마나 잘 반영을 하겠느냐’를 보세요. 여러분들이 이런 관점을 딱 가지고 투표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살펴봤기에 나는 이 사람, 이 당을 30년 찍는다’ 하면 찍어도 괜찮습니다. 늘 바꿔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여러분들이 그냥 사람도 안 보고 그냥 말뚝만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는 민주주의의 투표 방식이 아니에요.

이렇게 아시고 투표를 하시면 돼요. 투표 잘 하시기 바랍니다.”(모두 박수)

북미 정상회담과 더불어 지금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방 선거를 앞둔 질문이라 모두들 집중해서 스님의 말씀에 귀 기울였습니다. 투표라는 시민의 권리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역사의 한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강연이 끝난 후, 방청객을 만나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60대인 친정 엄마를 모시고 멀리서 온 분은 ‘질문자들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나하고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이야기처럼 공감이 많이 되었다’고 합니다. 동생이 울산에서 스님 책을 모두 읽고서 오늘 구미 강연에 가라고 추천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며 환하게 웃는 표정에서 감사함과 행복함이 느껴졌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전현숙, 김경수, 정유진,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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