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천일 정진 회향 법회가 끝나고 봉사자들은 5시에 있을 4부 프로그램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4부 법회는 이웃 종교인, 사회 인사들과 함께 이 땅에 부처님이 오신 진정한 의미를 나누고,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심을 축하하며 함께 어울리는 시간입니다. 오후부터 비가 내렸지만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법회가 시작되고 이미 법당은 앉을자리도 없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사회를 맡은 개그맨 김병조 선생님은 법문 중에 휴대폰이 울리지 않도록 전원을 끄거나 무음을 부탁하면서 정토회 방식으로 ‘핸드폰 입정’을 요청해서 웃음을 주었습니다.

타종이 있는 후 먼저 법륜스님이 만중생의 해탈을 염원하며 초에 불을 밝히고 부처님 전에 향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삼귀의와 수행문으로 4부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부처님의 탄생을 그린 강생 찬탄이 있었습니다. 법륜스님이 앞으로 나와 부처님의 탄생 모습이 기록된 경전 내용을 내빈들과 함께 번갈아가며 읽었습니다.

다음은 헌화, 욕불의식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헌화는 부처님께 꽃을 바치는 것으로 부처님을 따르는 지극한 마음이 꽃향기처럼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됩니다. 욕불의식은 부처님 탄생 시 아홉 마리 용이 공중에서 향기로운 물을 솟아나게 하여 부처님의 몸을 목욕시켰다는 데서 유래한 의식으로 모든 생명이 존중함을 선언하시고 온 세상에 고통을 구원하고자 서원하신 부처님의 높은 뜻을 기리고 경축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이 한 분씩 헌화와 욕불의식을 마친 후 법륜스님의 발원문 낭독과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참석한 내빈들이 대부분 타종교인이거나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인 것을 헤아리며 방금 전 읽은 강생찬탄과 욕불의식 등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인사말을 시작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히 박종화 목사님, 박남수 교령님등 이웃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참여해주셔서 더더욱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신 분은 좀 전에 부처님 태어나신 일화인 강생찬탄을 함께 읽을 때, 너무 신비스럽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신비스럽게 태어났기 때문에 부처님이 되신 게 아니라 부처님이 되셨기 때문에 전기 작가가 아름답게 묘사를 했다고 이해를 하는 게 더 올바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부처님이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났다고 묘사한 것은 인도의 전통적 설화에서 브라만 계급은 신의 입에서, 왕족은 신의 옆구리에서, 평민계급은 신의 배에서, 노예계급은 신의 발바닥에서 태어났다는 신화에 의해서 부처님이 왕족 출신이라는 것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바로 섰다 하는 것은 붓다란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중생이라 하는 것은 어딘가에 의지하는 존재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에게, 결혼하면 배우자에게, 늙으면 자식에게, 돈에, 지위에 우리는 어딘가에 의지하지 않습니까. 붓다란 스스로 서는 자라는 뜻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섰다 하는 것은, 섰기 때문에 부처가 된 게 아니라 부처가 됐기에 섰다고 묘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어나자 일곱 발자국을 걸었다는 것은 육도윤회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도의 전통적인 세계관은 천상을 비롯하여 지옥까지 6가지 세계를 육도윤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일곱 발자국을 걷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이라고 말하셨습니다. 보통 세상에서는 유아독존을 자기 잘났다고 설명하는데, 여기서 ‘아’(我)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인간세계를 뜻하는 천하에는 물욕, 명예욕 등 욕망의 세계입니다. 천상이 상징하는 것은 이념, 사상, 믿음 이런 것입니다. 이 천상천하를 통틀어 뭐가 가장 중요하냐? 여기서 첫째, 아란 생명을 뜻합니다. 무엇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생명존중 사상을 뜻합니다. 둘째, 우리 각자 자신을 뜻하며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세 번째는 깨어 있는 자를 뜻합니다. 사람이라 하더라도 깨어있는 자가 가장 소중합니다. 어리석은 상태는 산다고 해도 사실 사는 상태라고 볼 수 없으므로 깨어있는 자인 붓다가 가장 존중받는 자입니다.

생명경시, 자아상실의 시대에 생명존중 그리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삶으로 돌아갈 때 우리가 좀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물질에 현혹되거나 이념과 사상에 치우쳐서 자기도 헤치고 남도 헤칩니다. 그래서 ‘삼개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 : 세상이 모두 고통스러우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고 이어서 말씀하셨지요. 이렇게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붓다가 되신 게 아니고, 붓다가 되셨기 때문에 이 두 구절의 문장으로 그 분의 삶을 상징적으로 요약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은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워졌고, 민주화도 어느 정도 진전됐는데 국민의 행복도를 조사해보면 아주 낮습니다. 그 이유를 보면 성격이 급하고, 욕심이 많고 자기고집이 센 편입니다. 둘째, 경제적으로 넉넉하다하더라도 빈부격차가 커서, 상대적 빈곤감이 크며 갑질 하는 문화가 아직 많이 남아있고, 불공정도 심해서 불만이 많습니다. 셋째, 우리나라는 상당히 발전했음에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특히 전쟁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코리아 리스크를 안고 살지요. 좀 더 평등하고, 좀 더 공정하며, 전쟁의 위험이 사라진 평화로운 사회를 만든다면 대한민국도 경제적 수치만큼 국민의 행복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데 여기 계시는 사회 리더분들이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 내빈 소개가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많은 분들이 자리했습니다.

이어 지난 천일동안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영상의 감동을 이어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님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오늘 전국에서 수많은 행사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자리보다 더 아름다운 법요식이 있을까요. 우리가 아름답다고 할 때, 정성 들여 기도드리는 손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또한 틀린 것이 아니라 다양한 다른 꽃들이 함께 한자리에 어울려 있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지금 이 자리 이렇게 다양한 구성이 아름답습니다. ”

그리고 박종화 정동교회 목사님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만 오는 목사입니다. (웃음) 작년에 이제 전쟁 나면 정토회는 못 가겠구나 했는데 금년에 갈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정토세상을 기독교에선 ‘하늘나라’라고 합니다. 정토세상과 하늘나라는 같습니다. 강생 찬탄을 읽을 때 내가 지금 성경 말씀을 읽고 있나 했습니다. 성경에 있는 내용과 같아요. (웃음) 이 땅의 정토화를 위해서 같이 헌신하고 싶습니다. 정토세상 만듭시다. ”

사회자 김병조 선생님은 목사님께서 ‘강생 찬탄을 찬탄’하셨다고 말씀해 대중들을 다시 한 번 웃게 하셨습니다.

이어 일 년 중 오늘 하루 정토회 회원이라는 김병조 선생님의 소개로 경동교회 집사이신 김홍태 교수님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송하경 선생님의 피아노와 함께 축가를 들려주셨습니다. 특히 요즘 우리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노래 ‘가고파’와 ‘그리운 금강산’을 들려주어 금강산을 가고 싶은 마음이 더 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일대사를 지내셨고 서울신학대학교 석좌교수로 계시는 최상용 교수님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교수님은 ‘재미있는 설교, 아름다운 노래 후에 하는 아주 불리한 상황’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다면서 대중을 웃게 해주셨습니다.

“어젯밤에 축사를 뭘 할까 고민을 했는데 오늘 ‘중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 이 자리 전 세계에서 가장 축복받는 석가모니의 핵심 사상이 중도입니다. 논어에는 중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정치 철학을 하는 학자로 중용이나 중도를 얘기할 때 서양은 소크라테스 그리고 중국은 공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도와 중용의 의미가 같다면, 가장 먼저 설파한 사람은 석가모니이며 그다음이 공자 그리고 소크라테스입니다. 중도라고 하는 깊은 깨달음의 경지에 처음 자각한 분이 석가모니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미 알고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몰랐습니다. 혹시 이것이 축하가 된다면 불자 분들이 인용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수님의 쉽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립 민속국악원에 수석 단원으로 계시는 국악인 양은주 님의 판소리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남원에서 왔습니다. 북을 이고 지고 와야 하는데 북이 있다고 해서 그냥 왔어요. 그런데 소리 북이 아닌 사물 북을 가져다 놓으셨네요. 사물 북에 소리를 하는 것은 처음인데,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셨네요. 원래 판소리 공연의 형태는 고수가 소리 북을 치는데 오늘은 제가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해 보겠습니다. 웬만하면 다른 곳에선 이런 공연을 보기 어렵습니다.”

양은주 선생님은 이렇게 곤란한 상황을 큰 웃음으로 만들어 주시며 매력적인 판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공연히 끝나자 대중들은 큰 박수와 함께 앙코르를 외쳤습니다. 이어 다 함께 부를 수 있는 진도 아리랑을 들려주셨는데 정말 한 마음으로 진도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정토법당이 모처럼 알록달록한 꽃들로 가득 찼습니다. 평화와 화합은 같이 있어도 지금 이 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그저 같이 웃을 수 있는 편안함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미소 지어봅니다.

사진 촬영 후에는 2층에서 정토회 상주 대중들과 봉사자들이 이틀 동안 정성껏 준비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담긴 반찬, 국, 밥이며, 장미꽃을 중간 중간에 배치한 것이며 곳곳에서 정성이 가득 묻어났습니다. 내빈들은 이 모든 음식들을 봉사자들이 손수 준비했다는 이야기에 감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어서 저녁 7시 30분부터는 청년들을 위한 5부 법회가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박성희, 김광섭, 박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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