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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마음

[즉문즉설 46화]


“올 한해 잘 보내셨어요?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좋은 일과 나쁜 일, 성공과 실패가 수없이 반복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은 흘러간 물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현재에 어떻게 남아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흔적이 어떻게 남아 있느냐에 따라서 이게 미래의 좋은 자산이 되기도 하고 엄청난 빚이 되기도 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는 봄에 밭 갈고 씨 뿌리고, 여름에 김매고 거름 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가을에 추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밭 갈고, 씨 뿌리고, 김매고, 거름주는 일을 아무리 했더라도 가을에 추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앞서 해 놓은 일들이 다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마무리를 잘해야 합니다.




지나간 1년을 돌아보고 마무리할 때 실패한 것에 좌절하지 말고,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면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됩니다. 또 성공했던 것에 들뜨거나 교만에 빠지지 말고, 그것을 잘 계승해 나간다면 그것 또한 내년에 성공의 기초가 될 겁니다. 


우리가 매년 초에 목표를 세우고 활동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돌이켜보면 그 목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지난 한 해 제대로 생활하지 못했다고 평가를 할 수도 있고, 연초 목표가 비현실적으로 너무 높이 상정되었다고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대개 두 가지 측면이 모두 다 있어요.


그런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래도 매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다음 목표를 세우고 다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에 비록 매번 목표 달성률이 100%에 미치지 못하고 또 때로는 50%에도 미치지 못하더라도 처음 우리가 서있던 출발선과 비교해보면 아주 많이 나아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꾸준히, 꾸준히


내가 세운 목표만큼 나아가지 못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전혀 나아가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여기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매년 그때마다 많이 나아갔는지 적게 나아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를 얼마나 거창하게 세우는지, 그리고 그 중 얼마를 달성했는지는 지나놓고 보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꾸준히 나아왔는지가 중요해요.


좌절과 절망은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즉,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았다고 생기는 문제예요. 이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다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좌절이나 절망의 심리가 일어날 때는 되돌아봐야 합니다. 처음 출발선과 비교해보면 그래도 먼 길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산다는 것은 다 수행이에요. 앞으로 엎어져도 수행이고, 뒤로 자빠져도 수행입니다. 이제까지는 다 연습이고, 그 연습을 기초로 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여태까지 100번을 했다면 101번째는 제대로 해 보고, 그 다음에 101번 연습한 걸 갖고 102번째는 더욱 제대로 해 보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 하루는 그냥 하루가 아니라 이제껏 살아온 총 날수에 더해진 하루입니다. 


이 ‘지금’은 과거의 결과요, 미래의 시작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리고 없는 과거를 우리가 돌이켜보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아파하려는 게 아니라 그것을 경험화해서 그 교훈으로 미래를 잘 살기 위해서여야 합니다. 그래서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가 달라요. 오늘의 하루는 그만큼 축적된 하루예요. 우리가 인생의 계단을 올라갈 때, 10년 전의 한 층이 9층에서 10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한층은 100층에서 101층으로 올라가는 거예요. 보이는 전망이 달라요. 




여러분도 어린 시절과 비교해보면 원하는 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많이 자랐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늘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늘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없어져요. 남은 괜찮다고 하는데도 본인이 스스로를 부족하게 느낍니다. 그러면 겸손한 게 아니라 비굴해지는 것입니다.


나 말고도 나에게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누굴까요? 바로 부모님입니다. (대중웃음) 부모님은 내가 뭘 할 때 ‘그것밖에 못하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자기자식이 대단한 줄 압니다. (대중 웃음) 자기 자식은 모두 금쪽같이 고귀하고 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 눈에는 자식이 늘 부족해보입니다.


그러다보니 가족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많이 생겨요. 세상이 뭐라고 해도 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이 아무 말을 안 하는데도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경우가 많아요. 또 세상이 뭐라고 해도 가족은 괜찮다고 해야 하는데, 세상이 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가족이 문제가 있다며 못 살게 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 웃음) 남편이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괜찮다고 하는데, 집에 있는 아내만 남편을 문제 삼아요. (대중 웃음)


그러니 연말에 한 해를 돌이켜보면서 비록 목표한 바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도 ‘나는 안 되나봐’하는 절망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우선 올해도 죽지 않고 무사히 잘 살아남은 것부터가 성공이에요. 비록 다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살아있는 것만 해도 큰 성공입니다. 덧붙여서 옛날보다 마음이 덜 괴로웠다면 플러스 알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나간 한 해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연말을 가볍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가족들 사이에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합시다. ‘지난 한 해 당신이 있어 잘 살았습니다’고 감사를 표합시다. 내가 나를 위로하고, 내가 내 가족을 위로하고, 내가 내 동료를 위로하고 그들에게 감사해야 내 삶이 보람있고 행복해집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대통령 탄핵이 올해 초에 있었던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70년간 늘 잠재해 있던 문제였지만 올해 더욱 심각하게 제기된 것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런 걸 보면 호사다마(好事多魔)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즉, 국내 상황은 좋아지는데 주변 국제 정세는 도리어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 정세는 나빠지고 있는데 국내 정세가 나아지고 있다보니까 마치 한반도 위기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 상황을 보면 점점 나빠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실천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위험을 알고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를 책임감 있게 받아들여야 해요.


이런 전쟁 위험을 알고 우리가 막으려고 해도 실제로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누구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 갈등은 우리가 아닌 주변국들의 입장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상황이 더 악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부나 일부 정치세력만이 대한민국의 주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바로 우리 국민입니다. 식당을 운영할 때 종업원이 잘못하더라도 주인이 그 책임을 지잖아요? 마찬가지로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하고, 주인으로서의 책임의식도 가져야 합니다. 그러니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로 우리 국민이 일어나 이 전쟁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두 평화롭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