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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서 집까지 날렸어요


가족들끼리 서로 깊은 상처를 주어 왕래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관계를 회복해 갈 수 있을까요? 



- 질문자 : “남편이 보증을 서서 집까지 날리게 된 일로 크게 다투면서 아들에게까지 심한 말을 했더니 아들이 그길로 집을 나가서 결혼도 했지만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남편과 아들에게 참회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그때 발 벗고 나선 덕에 집이라도 잃지 않고 남긴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 법륜 스님 :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서 전 재산을 날리게 된 마당에 내가 그나마 온 식구와 싸워가며 나선 덕에 집 하나라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잘한 일인데 왜 참회를 하려고 합니까? 참회 기도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지만, 방법을 일러준다 해도 질문자는 지금 참회할 수 없습니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잘한 일에 대해서는 참회할 수가 없습니다. 질문자가 지금 원하는 것은 참회기도가 아니라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기도는 아닙니까?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남편과 등 돌리고 아들이 가출하게 하면서까지 내 집 하나 놓치지 않은 게 과연 잘한 일인가요? 그때는 집 없이 어떻게 살까 싶어서 집을 구하는 데에만 정신이 없었지만 그러다가 사람을 잃고 말았습니다. 보증을 잘못 서거나 사업에 실패해서 경제적인 위기에 처했을 때 어차피 돈을 잃을 바에야 사람이라도 잃지 않겠다는 마음이 바로 지혜입니다. 잃어버린 돈을 찾지도 못하면서 사람까지 잃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사람은 한 번 잃으면 되찾기가 어렵지만 돈은 나중에 또 벌면 됩니다. 돈에 집착하면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남편과 멀어지고 아들과 헤어져 손녀도 못 보고 사니 내 집 하나 있는 게 아무것도 아니지요. 집을 잃고 지하 셋방에서 몸을 누이는 게 더 낫지 가족에게 상처 입힐 일이 아니었다는 깊은 반성이 있어야만 참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반성이 안 되는데도 억지로 참회를 하려고 하면 몸이 더 아파집니다. 참회하지 못하는 자기를 스스로 원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집 없이 못살 것 같았는데 지나놓고 보니 사람이 더 중요하구나. 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정말 어리석었구나.’ 하고 내가 어리석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참회해야 합니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지나간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겠다는 것, 이제는 지혜로운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 참회입니다.


남편에게는 이렇게 참회하세요. ‘내가 당신보다 집을 더 중하게 여겼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제는 집보다 당신을 더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당신 말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미안하다. 내가 너를 잘 키우려고 고생하다 보니 마음에 맺힌 게 많아서 부모로서 안 할 말까지 다 했구나.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 마음을 내고 절을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내가 참회 기도를 해도 가족의 마음이 달라지려면 5년쯤은 기다려야 합니다. 100만 원 빚진 사람이 겨우 1원 갚아놓고는 없던 걸로 하자고 우기면 되겠습니까? 자식과 남편에게 그리 독한 말을 해놓고 잘못했다 한마디로 다 이해받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질문자가 진심으로 참회 기도를 해도 가끔씩 남편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을 겁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들이 어떻게 어머니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는 마음이 들 겁니다. 이 ‘그래도’까지를 온전히 놓아버려야 진정한 참회입니다. 조건 없이 엎드려야 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업장이 녹아나고 습관이 바뀌어 갑니다.”


* 3월28일부터 6월20일까지 2014 희망세상만들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시군구에서 열립니다.  우리동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삶이 조금씩 행복해짐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