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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법륜스님 즉문즉설 “왜 저는 늘 회피형 사람만 사랑하게 될까요?”

오늘 즉문즉설 강연장에서는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연애를 하면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늘 회피형의 사람만 만나 상처를 받는다는 이야기였어요. 머리로는 이런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 괴롭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있나요?


“저는 연애 문제로 고민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이 관계를 끝내야겠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헤어지고 나면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일상생활이 잘 안 됩니다. 20대 때 9년 동안 연애했던 사람과 헤어진 이후로, 제 연애 방식이 그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늘 회피형의 사람들만 만나게 됩니다. 저는 사랑을 하면 진심으로 하려고 하는데, 그럴수록 제 마음이 불안해지고 상처받는 일이 반복됩니다. 머리로는 이런 사람과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자꾸 머리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고, 이런 반복적인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을 잘 걸러볼 수 있는 눈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첫째, 연애를 안 하면 됩니다.”

“제가 나이가 많습니다.”

“연애를 안 하면 이런 문제가 전혀 안 생깁니다.”

“그러면 시집을 못 가잖아요.”


“지금 질문자가 말한 이 수준에서 결혼하면 결혼 생활이 잘 될까요, 안 될까요? 결혼해서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결혼 생활이 힘든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축하를 안 받고 안 힘든 것이 나을까요?”

“축하 안 받고 안 힘든 것이 낫습니다.”

“그러니까요. 질문자의 현재 수준에서는 연애도, 결혼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연애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해보니 너무 어렵다고 하니까 당분간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혼자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은가요? 남자든 여자든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은가요?”

“만나서 연애하는 게 좋습니다.”

“보통은 그렇지요. 그래서 연애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오히려 안 좋잖아요?”

“좋은데요. 자꾸 힘들어요”

“좋은데 힘들다는 말은 결혼해서 축하받았는데 결혼 생활이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그렇다면 애초에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겁니다.”

“그럼 연애라도 할 수 있을까요?”


“연애도 하면 안 되죠. 연애가 어렵다면서요. 연애까지는 좋은데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 한다면 연애까지만 하고 결혼은 안 하면 되는데, 질문자는 연애도 힘들다고 하니까 연애도 안 하면 됩니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스님, 술을 마시는데 너무 힘들어요’라고 하면 제가 뭐라고 할까요? ‘그럼, 술을 마시지 마세요!’라고 하겠죠. ‘담배 피우는 것이 너무너무 힘들어요’라고 하면 ‘그래요? 그럼 피우지 마세요’라고 대답하겠죠. ‘담배 피우는 것이 너무너무 좋아요’라고 말해도 ‘그건 건강에 나쁘니까 피우지 마세요’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담배 피우는 것이 힘들다고 하니까 당연히 피우지 말라고 하겠죠. 연애도 마찬가지예요. 질문자가 어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스님 몰래 만나야 진짜 연애인데, 연애하는 게 힘들다면 연애를 안 하면 됩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님은 스님 생활이 좋아서 할까요? 힘든데도 할까요?”

“좋아서 하시겠죠.”

“그렇죠. 그런데 만약 제가 ‘스님 생활이 너무너무 힘들어요’라고 하소연을 하면 여러분들은 그만두라고 할 겁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다 알면서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만 답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애도 힘들면 안 하면 된다는 겁니다.

서로 좋아해서 하는 것이 연애인데, 왜 힘들까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술을 좋아하는데도 마시고 나면 힘들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는 뜻이겠죠. 그럴 때는 줄이거나 끊으면 되겠죠. 즉, 담배를 피우는 게 좋지만, 피우고 나서 너무 힘들다면 너무 많이 피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적게 피우거나 아예 안 피우면 됩니다. 그것처럼 연애를 하면 처음에는 좋다가 나중에는 힘들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연애도 하지 말아야 하나요?”

“자신의 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세요. 연애할 때 처음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은 질문자가 연애 상대에게 기대하는 게 크다는 것입니다. 즉, 요구가 많다는 거죠. 주는 건 별로 없으면서 상대에게 받으려고만 한다면 상대는 도망갑니다. 쉽게 말해서, 자꾸 달라붙으면 귀찮겠죠.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도망을 가니까, 질문자가 보기에는 회피형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왜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회피형일까요?’라고 묻는 것은 질문자가 껌딱지처럼 상대에게 들러붙는다는 말입니다. 자기 꼬라지를 좀 알아야 해요. 껌이 붙어서 떼면 여기에 붙고, 또 떼면 저기 붙듯이 엿가락처럼 끈적끈적하게 굴면 상대도 힘들어서 떠나는 것입니다.

사람은 쌀과자처럼 바삭바삭해야 해요. 너무 습하지 말고 적당히 건조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지금 영국 날씨처럼 눅눅하게 굴고 있으니까 상대가 떠나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너무 달라붙거나 요구를 많이 하면 안 됩니다. 적당하게 떨어져서 거리를 두세요. 상대가 보자고 하면 바쁘다고 하면서 가끔만 만나주어야 상대가 애가 타서 또 연락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연애는 오히려 상대가 저에게 집착해서, 제가 연락을 잘 안 하다가 마무리하자고 이야기하려 했는데요.”

“좋은데 왜 마무리를 하나요?”

“상대가 화가 나서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화가 났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질문자의 행동에 대해 어느 순간 화가 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안 하면 되죠. 상대가 싫다고 나를 떠나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상대가 싫다고 떠나간다면, 이 경우 껌딱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달라붙지 않기에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반대로 누군가가 딱 달라붙어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걸 떼어내려고 한다면 그건 질문자의 욕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너무 좋은 것만 찾는다는 뜻이지요.

요즘은 빈부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 아시죠? 옛날에는 한 동네에서 태어나면 평생 그 동네에만 살아서 그 동네 사람 중에 ‘저 남자가 괜찮다’, ‘저 여자가 괜찮다’ 이렇게 짝을 골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도시에 가서 살기도 쉽고,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을 매일 봅니다. 또 영화배우나 가수도 매일 접하니까 사람들의 눈이 훨씬 높아졌어요. 생물학자들이 말하길, 암컷은 새끼의 건강을 위해서 가장 강한 수컷과 사랑을 나누려 한다고 합니다. 암컷이 10마리, 수컷이 5마리 있다면 그중 한 마리만 교미에 성공하고 나머지 수컷들은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거예요. 이것이 자연의 본성입니다. 이런 본성과 연관된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세상이 넓어지면서 모든 여성이 자기 또래의 평범한 남성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고, 남성 중 상위 10퍼센트만 쳐다본다고 합니다. 연애든 결혼이든 말이지요. 그래서 상위 10퍼센트 남성들은 만날 수 있는 여성이 넘치지만, 나머지 90퍼센트 남성들은 여성과 데이트도 한 번 못 해본다고 해요. 여성들이 아예 응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남자와 연애나 결혼을 하려면, 그 남자 주위에는 이미 여성이 최소한 10명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당연하겠죠.

그러면 남성의 입장은 어떨까요? 보통의 남성은 여성과 연애할 기회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아예 접점도 안 생깁니다. 여성 모두가 상위 10퍼센트만 쳐다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입니다. 결국 여성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기에 혼자 살고, 남성은 결혼하고 싶어도 자기를 바라봐주는 여성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무슨 윤리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현상입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좋아할 만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그렇기에 처음에는 질문자를 좋아하다가도,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떠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그것은 그 남성이 질문자를 배신해서가 아니에요. 그래서 연애를 하려면 질문자가 적절하게 밀당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밀당을 잘 못합니다.”

“밀당을 못한다는 것은 질문자가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딱 내 성질대로만 행동하거나, 안되면 바로 외면하는 거죠. 집착하지 말고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상대가 멀어지면 먼저 전화도 해주고, 상대가 너무 달라붙으면 조금씩 피하기도 하면서 너무 끈적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생 끈적끈적한 관계는 없는 걸까요?”

“끈적끈적한 것도 좋죠. 그건 정이 많다는 것이니까요. 옛날에는 정이 많은 사람을 좋게 봤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끈적끈적한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 옛날에는 할머니가 김치를 찢어서 올려주며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할머니가 밥을 떠서 김치 얹어서 먹으라고 주면 도망갑니다. 옛날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고 해서, 좋아하는 여성을 따라다니고 그 집 앞에 가서 꽃을 들고 서 있거나 절을 하면 ‘간절한 사랑’이라고 했는데 요즘엔 이렇게 하면 스토킹이 되잖아요.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젊은 사람인데 늙은 스님보다도 시대의 변화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애를 못 하는 겁니다. 연애를 잘하는 비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연애를 잘하고 좋은 남자를 만나는 법이 없을까요?’ 이런 질문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주장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연애를 잘하려면 상대의 상황이나 입장을 살피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상대가 싫다고 했을 때 나도 싫으면 그만두면 되고, 내가 좋더라도 막 매달리면 안 돼요. 상대를 존중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는 좋다고 하지만 내가 싫은 경우에도 욕하거나 무시하면 안 됩니다. 나를 좋아해 주는 것만도 감사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 같은 여자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상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에 ‘노 떙큐!’라고 인사를 해야 합니다. ‘싫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요.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싫습니다’ 이렇게 예의 있게 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번 해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참 신기하죠. 저렇게 괴롭다고 하면서도 또 연애를 하고 싶어 하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