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은 영남권역 행복캠프 날입니다. 대구일마이스터고등학교 청마관에서 중부 이남에서 진행한 행복학교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총 242명이 참석했습니다. 부신울산 지역에서 25명이 참석했습니다. 경남지역은 12명이 참석했습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행복학교 참가자 외 지인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혔습니다. 멀리는 전남 순천에서, 가까운 데는 대구동구에서 오는 모든 분들을 반기는 외부안내 봉사자, 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무대 봉사자 등 많은 행복학교 진행자들이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행복학교로 오기 위해 아침에 출발하는 사진을 모아 ‘행복한 사람들’이란 제목의 영상을 트는 것으로 행복캠프의 문을 열었습니다. 경주에서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장금옥님의 환영인사로 오전은 행복학교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행복톡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각자 싸 온 도시락으로 간단하지만 정겨운 식사를 마치고 오후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오후는 대구경북 지역 행복학교 진행자들이 준비한 콩트로 시작했습니다. 게임에 빠진 딸 문제, 술 취해 늦게 들어오는 남편 문제, 남북문제를 다룬 다채로운 콩트였습니다. 콩트를 통해 이런 교훈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그 상황을 문제로 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면 됩니다.’

곧이어 ‘스님이 궁금해요’ 코너가 진행됐습니다. 스님을 모시고 우리가 평소 스님에게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고 답을 듣는 시간입니다.

코너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스님께 질문을 하는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첫번째 질문자는 친정에 계속 우환이 생기는데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두번째 질문자는 직장인인데 승진 하고 싶어서 괴롭다고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세번째 질문자는 큰 스님이나 신부님도 큰 병으로 운명을 달리했는데 그런 분이 큰 병이 오는 걸 인연과보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궁금하다고 질문했습니다. 네 번째 질문자는 결혼을 못해서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섯 번째 질문자는 치매 걸린 엄마와 자꾸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여섯 번째 질문자는 서울 살다가 남편 따라 부산으로 내려왔더니 환경이 바뀌어서 우울증이 생겼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일곱 번째 질문자는 자신을 닮은 애를 함부로 대하고 화를 내고 있어서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 치매 걸린 엄마 때문에 고민인 다섯 번째 질문자의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스님. 엄마가 한 달 전에 갑자기 다쳐서 병원을 가셨는데 가보니 치매 증상이 중기까지 진행됐대요. 가족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를 만나러 가다 보니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상태였는데 제가 집에 와서 모셔보니까 이게 중기 정도까지 온 상태였어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는 엄마를 이해 못해서 굉장히 싸움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울먹)
한 달 정도 집에서 모시다가 지금은 시골로 모셨어요. 그런데 시골에 적응하시는 과정에서 이웃이나 경로당에서 순간순간 자기를 잃어버리는 걸 스스로 느끼니까 밖엘 안 나가세요.

제가 지금 한 달 정도를 매일 시골에 들어가서 식사를 챙겨드리고 나와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꾸 부딪히게 됩니다. 또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데 엄마가 제 말을 못 알아듣고 계속 말을 시키면 좋은 말이 안 나와요. 항상 돌아오면서는 후회를 하지만 있을 땐 싸우게 되고, 엄마 모습도 좀 안타깝고요. 제가 어떤 기도를 하면서 엄마를 좀 돌보면 마음이 좀 편안할까요? 그리고 저도 갑상선암 수술 뒤라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하는데 형제들 중에서 제가 여유가 제일 많아서 제일 많이 왔다 갔다 하거든요. 어떤 마음을 가지면 저도 좀 편하고 부모님께도 편할 수 있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엄마는 치매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죠. 질문자가 그걸 순간순간 잊어버리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원래 정신이 깜빡깜빡 하는 게 치매고 엉뚱한 소리 하는 게 치매니까 어떤 소리를 해도 ‘아, 치매 환자라서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죠. 치매 환자라는 걸 질문자가 잊어버리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는 거예요.”

“그걸 저도 인정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엄마가 말씀을 하시면 모든 게 부정적이에요. 저희들이 반찬을 갖다드리면 그냥 ‘아이고, 맛있게 먹겠다’ 하시면 될 텐데...”

“그래서 치매 환자잖아요.” (질문자 웃음)

“예. 그걸 인정을 못 하는 건 아닌데, 인정하면서도 제가 자꾸 무거워지는 거예요.”

“어머니가 치매 환자라서 생기는 문제니까 이건 아무 대안이 없어요. 정신질환이면 정신질환이라서, 치매면 치매라서 생긴 문제기 때문에 엄마가 무슨 소리를 하거나 집에 불을 질러도 ‘치매 환자라서 그런가보다’ 이렇게 생각해야지 달리 방법이 없다 이 말이에요.”

“그러면 제가 좀 가벼워지기 위해서는 인정하는 것 외에 어떤 기도라든지 방법이 없을까요?”

“‘치매 환자다’ 이게 기도문이에요. 그저 앉으나 서나 오나가나 엄마만 보면 ‘치매 환자다, 치매 환자다, 치매 환자다, 치매 환자다’ 이러면 돼요. 그래도 치매 환자로 살아있는 게 나아요, 죽는 게 나아요?”

“...살아 계시는 게 낫겠죠.”

“에이, 거짓말이에요.(모두 웃음) 솔직하게 말하면 치매로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잖아요.”

“예, 솔직히 겁납니다.(질문자 웃음)”

“치매 환자라는 사실을 놓쳐버리면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니까요.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이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낫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그래도 살아있는 게 낫다. 치매라도 살아있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요. 그래서 항상 어머니를 볼 때마다 ‘아이고, 치매는 있지마는 그래도 아직 살아 계시네’라고 감사하게 됩니다.
물론 치매 없이 살면 제일 좋겠죠. 내가 제일 원하는 것은 치매 없이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것이고, 두 번째로 원하는 것은 치매가 있더라도 살아 계시는 것이고, 그 다음이 치매가 있을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거예요.
이 셋 중에 첫 번째는 이미 불가능해요. 치매 없이 살면 제일 좋지만, 그건 이미 지나가버렸어요. 그 다음으로는 이제 ‘치매가 있으면서도 살아있는 게 좋겠다’ 하고 ‘치매가 있을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라는 두 가지 중에서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치매가 있을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 이렇게 마음이 자꾸 흘러가는 거예요. 그러면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후회하게 됩니다. 그래서 ‘치매지만 그래도 살아 계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야 해요.”

“예,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질문자가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님은 이어 말했습니다.

“다리가 하나 부러지거나 암에 걸리거나 하면 상대가 환자라는 사실이 눈으로 보이고 귀에도 다 들립니다. 그래서 수발하기가 좀 힘들 뿐이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는 안 받아요. 불쌍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치매나 정신이상은 가족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니까요. 그리고 항상 환자가 아니잖아요. 멀쩡할 때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하니까 이상이 생길 때는 주변사람이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상대가 환자라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환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이럴 때는 ‘그런 병을 앓고 있지만 그래도 안 죽고 살아 계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살아 계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매일매일 갈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힘이 들면 매일매일 안 가면 돼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고함지를 일이 없어요.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면 어머니 말에 대꾸 안 하면 돼요. 대꾸할 일이 없어요. 어머니가 뭐라 그래도 ‘네, 네, 어머니. 네, 네, 어머니. 네, 네, 어머니’ 그러세요. 어머니는 치매 환자잖아요.
‘가지 마라.’
‘네.’
‘가라.’
‘네.’
어머니가 ‘너 빨리 가라. 보기 싫다’ 해도 ‘네’ 하고, ‘너 오늘 가지 말고 나하고 같이 자자’ 해도 ‘네’ 하세요. 이렇게 어머니 하는 대로 ‘네’ 하면서 내가 갈 일 있으면 가고, 있고 싶으면 있으면 돼요. 그 말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뭐라고 하면 그냥 ‘네, 네, 어머니, 그럴게요. 네, 네’ 하고,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못 해주면 안 해주면 돼요. 안 해준다고 후회할 필요도 없고, 해주고 욕할 필요도 없어요. 내가 할 수 있으면 하고 못 하면 못 하는 거죠. 그러나 어머니는 치매 환자이기 때문에 항상 무슨 말을 해도 ‘네, 어머니, 그러죠. 네, 네, 알겠습니다. 네, 네’ 이러면 돼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돼요. 왜 안 될까요? 환자라는 생각을 놓치기 때문에 그래요.”

청중들은 다시 한 번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복캠프를 마무리하면서, 행복학교 개근한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법륜스님이 전달하는 장미꽃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같이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미 행복학교 참가자의 바이올린 연주와 흥겨운 트로트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즐겁고 유익했던 행복캠프가 마무리 됐습니다.


스님은 대구에서 행복캠프를 마무리 한 후 저녁에는 서울로 올라와서 서초법당에서 의료인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의료인정토회는 의료인으로서의 공통된 고민을 함께 수행하면서 풀어가기 위해서, 또 이제까지 해왔던 의료봉사나 의료지원뿐 아니라 해외 의료봉사 등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나가고자 설립되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함께 수행 정진하고 봉사함으로써 세상에 더 잘 쓰이고자하는 취지가 모여 의료인 정토회에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위생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간호조무사 등 회원들로 구성되었으며 현재도 꾸준히 회원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본 창립법회에는 총 68명의 회원분들이 오셨고 기대감과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법회를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법회는 의료인정토회 운영위원회에서 1년 반이라는 시간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법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의료인 정토회의 2년 반동안 의료인정토회를 설립하기위한 준비과정을 보았습니다. 초기 4명의 운영위원회를 구축해서 의료인정토회 창립준비를 하였고 6월 3일 창립법회 준비를 위하여 워크샵을 통해 운영위원회 선출 및 활동계획 회의를 했습니다.

준비과정 브리핑이 끝난 후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유수스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의료인정토회는 정토행자를 중심으로 정토회 내부 직능조직으로 발전하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많은 분들의 노고로 의료인 정토회가 출범하였고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정토행자의 의료문제, 우리나라의 의료문제에 대해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큰 역할을 하길 바라며 전국에서 오신 분들 보게 되어 기쁩니다.”

두 번째로, 김은숙 대표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의료인정토회 창립을 축하드립니다. 많은 의료인이 계셔서 놀랍습니다. 저 역시 전직 의료인으로서 응원합니다. 사회자도 의료인입니다. 일부러 이렇게 배치했나봐요. (웃음) 몇년전부터 지역 의료인들이 계셔서 도움을 받아 마음 편히 지역행사를 치룰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뜻이 모여 의료인정토회가 설립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의료인모임은 여러 단체 , 사회에도 많으나 정토회의 의료인모임은 수행자로서, 기존 의료인 모임과는 다른 길을 갈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더욱더 믿음이 가고 정토회 원칙을 맞춰가는 도반으로서, 의료인으로서 첫 발디딤을 축하합니다. 꾸준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세 번째로, 길벗 모임 대표 노희경 작가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매우 기분 좋게 왔습니다. 길벗모임은 처음에 6명이 모였어요. 지금은 다달이 이 법당에서 법회를 한지 13년이 되었습니다. 정토회 안에서 직능인 모임이 없어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법에 대한 중심이 있었기 때문에 뭉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13년을 끌고 올 수 있는 힘이 있었습니다. 법이 중심이 될 때 내 삶이 더 윤택해지고 힘이 됩니다. 그걸 증명하는 자리이길 바랍니다.”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정토회 법조인 모임에서 김동균님, 길벗모임에서 노희경작가님 외 2명, JTS 대표 향등법사님과 의료인 행정 저녁지원국장인 신숙영님이 소개됐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법문을 했습니다.

“부처님은 어떤 분일까요? 부처님께서 아픈 사람들 만져서 낫게 해 주고, 약 만들어 주셔서 낫게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을 비유할 때 ‘대의왕(大醫王)’이라는 비유를 많이 합니다. ‘의왕(醫王)’은 의사 중에 왕, 의사 중에서 제일 훌륭하신 분, 제일 높으신 분이라는 의미입니다. 의사가 중생들 육체의 병을 치료하듯이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때문에 비유하면 의사와 같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거죠.

실제로, 부처님의 실천행동 중에 병든 비구를 돌보셨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당시 수행자들은 각자 수행하느라 타인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썼어요. 좋게 말하면 자립적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이웃에 대해서 좀 관심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이웃에 있는 수행자가 많이 아팠는데도 다들 자기 정진하느라 그 환자를 돌보지 않았을 때 부처님께서 그것을 아시고 그 환자에게 오셔서 물로 씻어주고, 돌봐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부처님께서 ‘서로 아플 때 돌보는 것이 수행자이지, 서로 외면하는 것은 수행자의 길이 아니다’라고도 하셨습니다.

대만에 가면 불교계열의 봉사단체인 ‘자재공덕회’가 있어요. 그 자재공덕회는 상징적으로 대의왕인 부처님 상을 모십니다. 벽면 전체에 환자를 진료하는 부처님의 모습을 불상으로 모시고 있어요. 또 대승불교에 들어오면서 중생의 병 치료를 전문으로 하시는 부처님도 출현하셨는데, 그분이 ‘약사여래불’입니다. 아예 이름이 약사여래불이에요. 그리고 관세음보살님의 역할 중에는 중생들 마음의 병만 치료할 뿐 아니라 육체의 병도 치료하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 그래서 한 손에는 감로수병을 쥐고 있고, 한 손에는 연꽃을 쥐고 있지요. 연꽃이 흙탕물 속에서 자라고 피어나지만 흙탕물에 물들지 않듯이 어리석음을 깨우치면 누구나 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즉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상징한다면, 감로수병은 중생의 지친 심신을 치료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여러분들의 사회적 직업은 의료인입니다. 그러나 정토회에서는 다 같은 수행자입니다. 그가 변호사든 의사든 정치인이든 농부든 젊었든 늙었든, 그건 다 세상의 기준이고, 일단 정토회에 참여한 이상, 그의 목표는 수행입니다. ‘수행’이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스스로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거예요. 그렇게 사는 길에 있어서 첫째, 세속적인 재물에 너무 집착하고, 사치하고, 향락할 게 아니라 소박하고, 검소하고, 청빈하게 살아야 합니다. 돈이 없어야 된다는 게 아니에요. 돈이 있으면 어려운 사람을 돕기에 아주 좋지요. 그러나 돈이 있다고 사치나 향락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게 일시적으로는 즐거움을 주더라도 나중에는 다 괴로움의 원인이 되니까 검소하게 살라는 거지요. 이것은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거예요.

둘째,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이라는 것은 세속에서의 권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뭔가 명예를 얻거나 지위를 얻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목에 자꾸 힘이 들어가지요. 그래서 교만해지기가 쉽습니다. 반대로, 그것을 얻지 못하면 비굴해지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수행자는 교만해서는 안 되고 겸손해야 합니다. 또 비굴해서는 안 되고 당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수행자를 볼 때 그가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됐나, 안 됐나를 볼 게 아니라 그가 어떤 지위에 있든, 돈이 많든 적든, 그가 유명하든 안 하든, 그런 것과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소박하고 검소해야 합니다. 스스로 검소하게 사는 걸 뭐라고 합니까? ‘청빈(淸貧)하다’고 합니다. 빈(貧), 즉 가난하기는 가난한데 ‘깨끗한 가난’이라는 거지요. 없어서 껄떡거리면서 가난하게 사는 게 아니라 있지만 거기에 집착하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에 깨끗하다는 거지요. ‘겸손하다’는 것도 뭐가 없어서 고개 숙이고 사는 게 겸손이 아니라 온갖 게 다 갖춰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세상의 역할이지 그 지위가 자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 것에 들뜨지 않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걸 말하는 거예요. 동시에 수행자는 비굴하지 않아야 해요. 지위나 재물이 많고, 유명한 사람한테 기를 못 펴고 살아서는 안 되고 항상 마음이 당당해야 합니다.

셋째, 수행자라면 마음이 좀 편안해야 돼요. 근심, 걱정이 많고, 초조, 불안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이러면 수행자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수행자라면 평소에는 표가 별로 안 나다가 어떤 사건이 생기거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보통 사람 같으면 울고불고 난리칠 일에 좀 침착하고, 그래서 마음이 늘 고유한 상태를 유지해야지요. 설령 좀 들떴다가도 금방 고요해져야 해요.

부처님 당시에 제자들 입장에서 가장 큰 충격이 뭐였을까요? 부처님이 돌아가시는 거지요. 실제 부처님께서 돌아가시게 되었을 때 제자들의 마음이 많이 슬펐던 거예요. 그래서 제자들 중에 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니룻다가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고 했던 거예요. 즉 부처님의 유훈인 ‘사념처(四念處)에 의지하라’는 말씀대로 하자는 제안을 한 거예요. 사념처가 뭡니까? ‘첫째, 몸이라는 것은 성스러운 것이 아니고 무상한 거다. 둘째, 우리가 기분이 좋으니, 나쁘니 하는 이 느낌이라는 것은 결국 괴로움이다. 셋째,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은 늘 변하는 것으로서 무상한 것이다. 넷째, ‘제법(諸法)은 공(空)하다, 무아(無我)다.’ 하는 것을 관함으로써 우리는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잖아요.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그 당시에 부처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도 어떤 한 순간에는 이렇게 마음이 약간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러나 수행자는 금방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고요한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예요.

여러분들은 수행자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돈이 많거나 아무리 유명해지거나 아무리 지위가 높아지더라도 그것은 대중들이, 사람들이 나를 보고 그렇다고 하는 것이지, 그것이 나의 본분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늘 수행자답게 검소하게 살고, 또 수행자답게 겸손하게 살고, 또 수행자답게 늘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살아야 됩니다. 그래서 의사가 수행자가 됐다면 ‘돈을 벌어야 된다, 안 벌어야 된다. 무료로 치료해 줘야 된다’ 이런 것이 핵심이 아니고, 첫째, 환자들 앞에서 마음이 편안해야 돼요. 둘째, 환자들 앞에서 의사라고 뻣뻣하면 안 됩니다. 의사들이 좀 뻣뻣한 편 아니에요?(모두 웃음) 환자들 앞에서 겸손해야 돼요. 셋째, 의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서 수익이 많은 편이니까 사치하기가 쉬운데, 수행자라면 소박하게 살아야 합니다.

환자가 많이 오고, 그래서 유명해진다고 들떠서 기뻐 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일이잖아요. 그들이 도움이 되니까 그렇게 오는 거고, 설령 환자가 안 오더라도 초조하거나 불안해 하지 말라는 거예요. 환자 안 온다고 초조하고 불안하면 어떻게 됩니까? 결국 ‘사람들아, 아파라!’ 하는 얘기잖아요.(모두 웃음) 의사로서 역할이 좀 적으면 본분인 수행자로 돌아가서 고요하게 정진하고, 또 의사로서 역할이 좀 많아서 환자가 하루에 100명, 200명씩 오면 그걸 ‘힘들다. 귀찮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세상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니까 내 건강이 유지되는 한, 즉 밥 먹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환자를 돌봐야 합니다. ‘약속 때문에 가야 되는데 환자가 온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돼요. 의사로서는 가장 중요한 약속은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거니까요. 그런 마음이라면 실수로 오진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돈을 벌기 위해서 보험을 속이거나 과잉진료를 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겠지요. 그렇게 해서 자신이 행복하고, 나아가 자신이 가진 기능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쓰지 않고, 세상 사람과 함께 나누는 쪽으로 쓴다면 ‘수행자답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첫째, 수행자들의 모임인 이 정토회 모임에서 여러분의 재능을 이용해서 봉사할 수가 있겠지요. 옛날에는 우리가 행사할 때는 행사만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안전에 대한 기준이 자꾸 높아지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우리가 어렸을 때는 수학여행갈 때 의사가 따라가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하다못해 등산을 가더라도 응급사고에 대비하도록 하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도 ‘경주남산순례’를 간다거나 하면 어쨌든 대중이 많이 모일 때는 응급환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여러분들이 봉사를 할 수 있겠지요.

둘째, 정토회 관련기관인 두북수련원이나 문경수련원 주위 분들을 도울 수도 있겠지요. 즉 매년 노인잔치를 연다거나 노인들한테 반찬을 만들어서 갖다 준다거나 청소를 해 주고 있어요. 그렇게 우리 정토회 주위에 계시는 분들에게 할 수 있는 만큼은 하자는 의미에서 여러분들의 의료봉사가 필요합니다.

셋째, 우리가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법회도 하고 있거든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의료지원, 이것이 제가 볼 때는 제일 필요합니다. 외국인들은 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면 진료비가 많이 나오니까요. 또 외국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국인도 아닌 분들도 있어요. 누구겠어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국적이라도 가졌기 때문에 괜찮은데, 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이 바로 중국에서 온 조선족입니다. 조선족은 같은 민족이고 같은 한국말을 쓰는데도 국적은 중국국적이다 보니까 외국인으로 분류가 되지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정토회 일반모임 중에 계급계층별 모임으로써 탈북자들을 위한 모임이라든지 중국조선족들을 위한 모임이라든지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모임이 있습니다. 이런 모임을 지원하는 일은 사실 정토회보다는 JTS 차원에서 구호활동으로써 하고 있는데요, 의료인모임이 안정화되어서 정토회 밖을 대상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이런 활동들이 있겠습니다.”

스님은 의료인으로서 수행자의 자세와 의료인정토회에서의 쓰임,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격려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최근 안전문제, 연명치료문제, 북한동포 및 조선족을 위한 의료지원에 관련한 문제에서도 말해서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김진석 총무님께서 의료인정토회의 사업진행 방안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정토회 내의 행사에 의료지원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며 회원들께서 뭔가 하나라도 더 얻어갈 수 있는 단체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의료인정토회 회원들 모두 한분한분 나와서 소속법당과 자기소개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속법당에서 중요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의료인정토회에 참여하여 힘을 실어주시는 도반들의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앞으로 의료인 정토회의 앞날에 기대감과 희망이 보이는 소중한 시간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의료인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활기찬 출발을 약속했습니다. 스님과 악수를 하는 회원들의 밝고 즐거운 표정에서 앞으로 의료인정토회의 미래가 보였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도경화, 김창연, 권은하, 이연아, 정란희,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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