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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꿈을 위해 학교를 자퇴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해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2018.04.13. 행복한 대화 (언양)

"꿈을 위해 학교를 자퇴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해요"

2018.04.13. 행복한 대화 (언양)


맑은 하늘과 쌀쌀한 바람이 상쾌한 아침을 열었습니다. 제법 많이 자란 예쁜 연둣빛 잎사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우리를 반기는 듯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울주 군민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강연장으로 들어왔습니다.

강연장이 있는 언양 청소년수련원은 1층에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어 많은 사람이 운동을 마치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곳입니다.

3층 강연장 입구부터 행복학교 봉사자들이 행복학교 접수를 하며 친절하게 안내를 했습니다.

스님은 강연장으로 들어오시는 길에 1층 입구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울주 군수로 나온 김용주 님, 시의원으로 나온 이만영 님과 인사를 나누고 3층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강연장 180석이 다 차기 시작하고 스님은 벚꽃 얘기로 여는 말씀을 한 후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총 6명이 질문했습니다. 재혼하면서 종교가 달라 불화가 있어 기독교로 개종을 해 봐도 부부 관계가 좋아지지 않다는 분, 2년 전 사별한 아내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고 싶은데 사후세계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70대 남자분, 고등학교 자퇴를 생각하는 학생인데 아버지를 설득 못 해 힘들다는 10대 여학생, 1년 전 정리해고로 실업자인데 가족들은 직장을 구하기를 원해서 괴롭다는 40대 남자분, 대인관계가 불안하고 힘들다는 30대 여자분, 천수경을 읽을 때 잡념이 많아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궁금해 하는 60대 여성분 등, 많은 분이 살면서 생기는 의문들을 솔직하게 꺼내놓았습니다.

오늘은 고등학교 자퇴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 관계에 놓인 학생의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교에 가려고 하는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두드러기도 나고, 습관성으로 체하는 현상도 지속되고, 자주 찾아오는 참기 힘든 우울감 때문에 스스로 ‘우울증인가?’하고 의심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울기도 하고 괴로운 시간이 이어져서 한 번 더 아버지를 설득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설득인지 궁금합니다.”

“이미 자퇴를 했어요?”

“아니요, 아직 안 했어요.”

“그러면 오늘 학교에는 왜 안 갔어요?”

“오늘 개교기념일이에요.” (모두 웃음)

“학교는 왜 다니기가 싫어요?”

“제가 스스로 선택한 방법으로 공부하면 저 자신에게 더 맞게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학교에서 못하는 다른 도전들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어떤 도전이요?”

“저는 나중에 글 쓰는 일과 영상편집 일을 하고 싶어요.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평소에 글을 쓸 시간이 많이 없고 영상편집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돈을 벌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스님이 만약 질문자의 아버지였다면 ‘좋아, 학교에 안 가도 되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일에 한 번 도전해 봐’라고 말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에 안 가면 학비도 안 들어서 좋고 (질문자와 청중 웃음) 직접 돈 벌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건 좋아요. 그런데 제가 질문자의 아버지가 아닌 게 문제예요. (모두 웃음) 스님의 의견을 물어보는 거라면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질문자와 비슷한 나이였던 고등학교 1학년 겨울에 절에 들어가서 스님이 되었어요. 그런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 치고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더 반대할까요, 출가해서 스님 되는 것을 더 반대할까요? (청중 웃음)”

“출가해서 스님이 되는 것이요. (질문자 웃음)”

“지금 부모님께 이야기를 해보면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 치는 것을 더 반대할 것 같아요, 스님이 되는 것을 더 반대할 것 같아요?”

“스님이 되는 것이요.”

“네, 출가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더 심할 거예요. 저도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그런 어려움도 다 이기고 스님이 되었는데, 검정고시에 대한 반대가 뭐 그렇게 큰 문제라고 그래요? (질문자 웃음) 그냥 가기 싫으면 학교에 안 가면 돼요. (청중 웃음)

하지만 저는 스님이 되고서도 학교는 계속 다녔어요. 그러니 질문자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면서도 학교는 다닐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학교 갈 시간에 다른 걸 더 하고 싶어요.”

“저도 학교 가는 시간에 참선하고 염불하고 싶었지만, 학교에는 계속 다녔어요.”

“네...”

“다른 일을 병행하니 성적은 조금 떨어져요. 질문자 입장에서는 학교 공부보다 더 흥미가 느껴지는 다른 게 있으니까 학교 공부를 그만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 수 있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이 대학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고등학교는 졸업하기를 원합니다. 부모님의 심정은 그런 거예요. 그래서 저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생활은 절에서 했지만, 학교는 계속 다니기로 한 거예요.

질문자도 자기가 원하는 꿈을 가지고 사는 것은 좋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이 학교를 관두고 검정고시를 한다고 하면 불안해요. 그러니 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앞으로 2~3년 남은 학교를 계속 다니는 건 어떻겠어요?”

“...”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더 하고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지해요. 그건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부모님도 입장이 있으니까 남은 기간은 그냥 학교에 다니는 건 어때요?”

“그래도 아버지를 한 번 더 설득해보고 싶어요.”

“아버지가 설득이 잘 되겠어요?”

“... (질문자 웃음)”

“스님같이 그 생각에 동의하는 아버지를 두었다면 괜찮겠지만 지금 그렇지 않잖아요. (청중 웃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설득되면 다행이고 스님도 그 길은 응원해주고 싶지만, 만약 아버지가 설득되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안 되어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하니까...”

“아버지가 설득 안 되면 그래도 아버지 말 안 듣고 학교를 관둘 생각이에요, 아니면 그냥 아버지 말을 따를 생각이에요?”

“...”

“질문자는 성년이에요, 미성년이에요?”

“미성년이에요.”

“미성년자는 자기의 생각과 뜻은 가질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을 자기가 내리나요, 보호자가 내리나요?”

“보호자요.”

“네, 만 18세가 되면 스스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자기의 견해를 밝힐 순 있어도 최종 결정에는 부모님의 동의를 구해야 해요. 그 나이가 만으로는 18세, 즉 한국 나이로는 20세예요.

스님이 될 때도 스님이 되고자 하는 것은 당사자의 자유지만, 20세 미만의 사람이 스님이 되고자 하면 반드시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20세가 넘으면 부모의 뜻과 관계없이 본인이 하고자 하면 할 수 있어요.

결혼도 마찬가지예요. 20세가 넘은 사람들이 결혼하고자 하면 당사자들만 동의하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세 미만의 사람들이 결혼하려고 하면 반드시 부모님들의 동의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되지 않습니다.

질문자도 자기의 뜻을 아버지에게 말씀드리는 것은 좋지만, 아직 20세 미만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의 권한은 아버지에게 있습니다. 그 부분을 인정하고 대화를 해야 해요.”

“그런데 아버지가 제 이야기를 전혀 안 들으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 들으려고 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질문자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그래도 20세 미만일 때에는 최종 결정의 권한이 부모님에게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 남북정상회담도 다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북미대화도 이루어질 것 같은데, 북한과의 전쟁 문제에 있어서 최종 결정은 누가 할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크지만, 북한과의 문제에서는 그 최종 결정권이 미국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제의 많은 부분은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과의 전쟁 문제는 미국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자꾸 미국을 설득한다고 하고, 남북정상회담도 북미회담으로 가는 디딤돌이라고 표현하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질문자에게도 좋은 뜻이 있지만, 최종 결정권이 부모님에게 있기 때문에, 그것은 존중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반대해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요청할 수는 있어요. 대신 그 과정에서 화내고 짜증 내거나 아버지를 미워하면 안 돼요. 결정 권한이 아버지에게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인정하고, 다만 자신의 뜻을 계속 전달하는 건 괜찮고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자기에게 최종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직 2, 3년을 기다려야 해요.

다시 말하면, 질문자가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뜻은 아주 좋지만,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호자의 최종 결정권 또한 존중해야 합니다. 대신 나의 뜻을 계속해서 요청할 수는 있어요.

만약 질문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서 당장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해도,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서도 지금 당장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고 부모님은 반대하는데도 자기 마음대로 학교에 안 가거나 하면 소위 문제아가 돼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문제아가 되고 싶지는 않잖아요?”

“네.”

“그러니 나에게 주어진 권한과 부모님에게 있는 권한을 잘 알고 대화를 시작해야 해요.

스님의 경험으로 보면, 학교에 다닐 때 가장 주된 것은 공부이고, 두 번째 중요한 부분은 인간관계를 맺는 삶의 현장이라는 점이에요. 질문자가 검정고시로 대학교에 간다고 해도, 학교에서 맺는 인간관계의 경험은 하진 못해요. 질문자 삶에서 고등학교 친구라는 부분은 없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경험상 학교에서 공부하지는 않더라도 가방 메고 학교에는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맺은 인간관계는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영향을 미칠 때가 많아요.

그렇게 가방 메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거예요. 또 이왕 학교에 갔으면 딱히 할 일도 없는데 공부하면 되잖아요? (청중 웃음) 어차피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는데, 놀면 뭐해요? (청중 웃음)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정도는 꼭 시험을 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꼭 알아두어야 하는 정도의 내용이에요. 요즘 학생들이 힘이 드는 건 공부 내용보다는 시험을 치고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것에 너무 얽매여 있기 때문이지, 내용 자체는 시험을 치르지 않더라도 혹은 대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살면서 필요한 내용이에요.

예를 들어서, 요즘 기후변화가 큰 이슈인데 지구는 온난화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겨울은 예년보다 추울 때가 많아요. 이런 현상을 이해하려면 온난화로 인한 극지방 제트기류의 변화를 이해해야 해요. 또 다른 예로,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이웃 나라인 한국보다 왜 태평양 건너 미국에 더 큰 피해를 주었는지를 이해하려면 해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중국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가 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는지를 알려면 편서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런 정도의 내용은 농사를 짓든, 스님이 되든, 간호사가 되든, 글 쓰는 사람이 되든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내용이니 배워두는 게 좋아요.

요즘은 다들 고등학교, 대학교 나오지만 공부를 시험을 치기 위해서 하기 때문에, 지식이 쌓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대학교를 나왔다고 하는데도 이것, 저것 물어보면 중학교 정도의 지식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공부를 필요해서 한 것이 아니라 시험을 치기 위해서 했기 때문에 시험 기간에만 바짝 하고 끝나면 휴지통에 버리는 공부가 되기 일쑤인 거예요. 그렇게 되면 실제로 쌓이는 지식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등수나 성적에 구애받지 말고,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내가 앞으로 가질 직업과 관계없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니까 배워두는 게 좋아요. 배워두는 게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그리고 학교 다니면서 맺는 친구 관계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재산이 됩니다. 돈만 재산이 아니라 인간관계도 모두 재산이에요. 사람이 재산입니다. 검정고시로 대학교에 가게 되면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그 길을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과정에서 인적 재산을 놓치게 됩니다. 그러니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에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은 괜찮아요. 그리고 아버지에게 허락을 얻으면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괜찮아요. 그런데 학교에 계속 다니게 되어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그것은 낭비가 아니다, 게다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 그것도 괜찮아요.”

“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함께 공감하며 웃고 박수치는 사이 어느덧 정해진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모르는 사람임에도 삶의 형태와 공감은 비슷하다는 것을 강연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질문자에게 소감을 인터뷰했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잘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져서 좋았습니다.”
참석자에게도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다양한 고민을 차근차근 단계별로 설명하시며 질문자가 억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해하게 만드시는 혜안에 감탄하며 들었고, 강연장에 와서 스님을 직접 뵈니 사람들이 왜 이해하고 위로받는지 더 잘 알았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위해 수고해준 봉사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언양은 조그만 소도시라 사람들이 순박한 것 같아서 더 정감이 갔습니다. 160석 규모의 강연장에서 질문자와 청중들은 더 친밀감을 느끼며 차분하고 소란스럽지 않아 집중도가 좋았습니다. 스님의 고향이라 주변 상황도 더 잘 아시니 공감대 형성이 더 잘 이루어졌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신인숙, 이성주, 조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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