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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괴로워하면서 통일운동 하면 안 돼요." / 법륜스님의 하루 20171111

"괴로워하면서 통일운동 하면 안 돼요."

2017.11.11 제 6차 통일의병대회


아침 7시 30분이 되자 전국에서 새벽부터 출발한 통일의병들이 무열왕릉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무열왕릉에서 통일의병대회를 시작하는 이유는 오늘날 남북이 통일하기 위해서는 무열왕의 업적에서 배울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무열왕릉 앞에 250여 명의 대중들이 모두 도착하자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송수신기로 대중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먼저 이곳 무열왕릉에 온 이유와 법흥왕에서부터 진흥왕, 선덕여왕, 무열왕에 이르기까지의 업적이 지금의 남북 통일에 시사하는 점을 스님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다음은 황룡사지를 가기 전 황룡사 역사박물관에 들러서 스님은 황룡사의 유래와 규모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박물관을 나와 고려시대에 몽골의 침입으로 소실한 황룡사지 9층 목탑이 자리했었다고 하는 넓은 터에 직접 가보았습니다. 늦가을이었지만 아침에 춥던 날씨는 낮이 되니 제법 따뜻해서 법문을 듣고 함께 기도를 하기에는 맑은 날이었습니다.

황룡사지에는 민족의 역사와 의병의 역사를 상징하는 28개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통일의병대회를 장엄하고 있었습니다. 가운데에는 청룡과 황룡의 깃발이, 왼쪽으로는 한나라로부터 시작해 배달나라, 단군 조선,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발해, 고려, 조선, 대한민국, 북한을 모두 계승하는 마음을 담아 통일코리아 깃발을 그 마지막에 세웠고, 오른쪽으로는 다물군, 고구려 부흥군, 백제 부흥군, 고려 항몽의병, 임진의병, 병자의병, 동학혁명군, 을미의병, 정미의병, 독립군, 순국열사, 산업역군, 민주투사를 모두 계승하는 마음을 담아 통일의병 깃발을 그 마지막에 세워서 통일에 대한 염원을 표현했습니다. 펄럭이는 깃발 속에는 통일의병들의 역사 의식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어서 저 뒤에 9층 목탑을 보라고 하면서 우리도 당시의 신라인들처럼 통일 발원 기도를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마치고 이어서 28개의 깃발을 앞세우고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염불을 하면서 황룡사 9층 목탑지 주위를 돌았습니다.


긴 행렬이 질서정연하게 나란히 줄을 서서 관세음보살을 염하며 황룡사지를 나와 선덕여왕릉이 있는 낭산으로 향했습니다. 낙엽이 바스라지는 길을 걸으며, 스님이 먼저 노래를 부르자 대중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선덕여왕릉에서는 모두들 삼삼오오 자리를 펴고 앉아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싸 온 도시락을 꺼내 함께 나눠먹으며 행진을 하느라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선덕여왕릉에 앉아 선덕여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사천왕사로 내려와 사천왕사를 짓게 된 배경과 교훈을 들었습니다.

죽고난 뒤에도 용이 되어 나라를 보호하겠다고 했던 문무대왕처럼,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하는 통일의병들의 간절한 마음이 역대 조상신과 제석천, 사왕천, 팔부신장에게도 전달이 되어 이들의 옹호 속에서 하루 빨리 남북 통일이 성취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이렇게 경주역사기행을 모두 마치고 다함께 버스를 타고 동국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이어서 법륜 스님의 ‘통일의병이 길’을 주제로 한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밥도 많이 먹고, 많이 걷고, 의자도 폭신하니 잠이 솔솔 오겠죠? 제가 조용조용 법문할 테니 푹 주무세요. (모두 웃음)

여러분 모두 통일의병이 되어서 이곳에 왔는데요. 의병이란 뭘까요? ‘의병’이란 역사 속에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기 책임이 아닌 데도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선 사람을 말합니다. 원래 나라를 지키는 건 군인과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에요. 그렇게 하라고 그 사람들한테 월급도 주고, 지위도 주고, 무기도 주고, 훈련도 시켜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이런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못 지킵니다.

그래서 나라를 빼앗길 정도가 되면 사실 아무 책임도 없는 일반 백성들이 나섭니다. 선비나 농민이나 어부나 사냥꾼과 같이 전문지식도 없고, 훈련받은 바도 없고, 지위도 없고, 또 정부로부터 임명을 받은 바도 없지만 자기 돈으로 밥과 옷을 해결하고, 무기도 사서 자기 목숨 걸고 나라를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의병이라고 합니다. 이 ‘의병’이란 말 한 마디에 모든 게 다 포함되어 있어요.

‘관군’, 즉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자들, 그들이 평상시에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이유는 위기가 닥치면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뜻인데, 그들은 평상시에 잘 먹고 잘 살다보니까 위기가 닥치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게 아니라 총칼을 버리고 도망을 가버려요. 그런데 의병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사람들인데도 위기가 닥치면 오히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단 말이에요.

의병 중에 가장 유명한 의병은 언제 등장한 의병일까요? 임진왜란 때 싸웠던 사람들입니다. 그때는 특히 스님마저도 나서서 싸웠잖아요. ‘승병’이라고 했지요. 남한산성이나 북한산성을 누가 지켰는지 아세요? 다 승병이 지켰어요. 그 다음으로 유명한 의병은 한말에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일어났던 을미의병과 군대가 해산되자 일어났던 정미의병입니다. 그때는 기울어가는 나라를 잃지 않으려고 의병이 일어났던 건데, 결국 나라를 잃자마자 그 중 일부는 바로 나라 밖으로 나가서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나라 안에서 의병으로 싸우고 나라를 잃게 되자 나라 밖으로 나가서 독립군으로 싸운 거죠. 이들을 우리가 의병이라고 합니다.

현재 한국은 많이 발전했음에도 지구상에서 전쟁의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되어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2대 분쟁지역이 바로 중동과 한반도이고, 현재는 중동보다도 한반도가 더 전쟁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기 체제를 지키겠다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미국은 그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절대 용납 못하겠다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계속 핵 개발을 고집하면 군사적 공격이라도 하겠다’고 나오고, 북한도 맞대응해서 ‘우리도 공격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지금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매우 높아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통일의병이 하고자 하는 일은, 첫째, 이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놓은 대한민국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둘째, 성장 동력이 소진된 현재의 한국이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입니다. 남북한 경제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이 그 유일한 길이에요.

즉 북한 개발이라고 하는 통일의 길은 우리를 10~20년은 더 먹고 살게 해 줄 투자처가 되어줄 것입니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에다가 지금 남한에서는 사향산업이 되어가고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결합을 하면 북한은 다시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 그리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청년들의 일자리도 많이 생길 수가 있지요.

그런데 그 희망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게 바로 지금 한반도의 위기 국면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선 이 위기부터 막아내고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일은 원래 정부가 해야 되지만 정부가 그런 일을 하도록 우리도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전 정부처럼 정부조차도 이 일을 안 하면 ‘하라!’ 라고 얘기해야 되고, 정부가 스스로 하겠다고 하면 힘을 보태야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의병을 만든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평소에는 늘 수행하면서 자기를 행복하게 해야겠지만. 통일의병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알고 계셔야 합니다.

우리는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길을 가야 됩니다. 농사를 짓든 빨래를 하든 결혼생활을 하든 혼자 살든 의병활동을 하든, 어떤 상황에도 늘 자기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수행자인데, 우리는 그런 수행자라는 바탕 위에 환경운동도 하고, 통일운동도 하고, 평화운동도 해야 하는 거예요. 성질을 버럭버럭 내거나 괴로워하면서 통일운동을 하면 안 됩니다.

수행자로서 의병운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항상 정토회 정회원이라면 수행이 바탕입니다. 아시겠지요?”

(대중들) “예.”

“그래서 매일 정진하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 혼자만 정진하면 된다’는 소승수행자가 아니라 ‘이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 즉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된다’는 대승수행자입니다. 단지 내가 괴롭지 않는 삶을 사는 것만 아니고 이웃의 괴로움도 덜어주는 대승수행자로서 통일의병 활동을 해야 합니다.

현재 계획은 연말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전쟁반대 평화실현’의 촛불을 밝히는 행사를 하려고 합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되 수도권은 서울 한 군데에서만 하고요, 지방은 대구, 부산, 울산, 광주, 대전에서 하니까 여러분은 의병으로서 의무적으로 참여하셔야 합니다.

통일의병은 참여가 의무사항입니다. 의병인데도 참여 안 하면 나중에 의병 자격이 상실됩니다. 소집명령을 내렸는데도 안 왔기 때문에요. 여기 동의 안 하시면 의병 임명장을 반환하고 사퇴를 해야 합니다. (모두 웃음)

우리가 지난 11월 5일에 광화문에서 평화집회를 시작했는데, 이후 각 지역별로 6번의 행사를 한 뒤 12월 23일에는 다시 서울에서 모이기로 했어요. 그때가 크리스마스이브 즈음이기도 하니까 예수님 오신 것도 축하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대회를 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만 하지 않고, 정토회가 있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뉴욕, 워싱턴DC, LA, 시드니, 방콕, 파리, 런던, 베를린에서도 같이 할 거예요. 그래서 연말을 기해서 추위에 덜덜덜 떨면서 우리가 얼마나 평화를 원하는지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의병 여러분들은 바로 그런 일을 하려고 자원 입대한 사람들입니다. 아셨지요?”

(대중들) ”예.”

“‘내가 평화를 지키는 군인이구나’ 하는 자기 입장을 가져주세요. 얼마 전에 의병 중 한 분이 ‘아들아, 너는 총을 갖고 나라를 지켜라. 엄마는 피켓을 들고 나라를 지키겠다’ 라고 하는 말을 듣고 제가 정말 감동했어요. 전방에서는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고, 우리는 후방에서 피켓을 들고 나라를 지키고, 스님은 목탁을 쥐고 나라를 지키고 이렇게 해야 하는 겁니다. (모두 웃음)

이렇게 해서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하면, 전쟁 위기만 극복하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전쟁 위기를 극복하면 평화 실현이 굉장히 용이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점은 ‘전쟁하자’는 것이고, 좋은 점은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거예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테이블 위에 올려는 놨는데, 그 해결방식에는 전쟁과 평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적인 것보다는 군사적인 방식을 선호하는데, 우리가 ‘군사적인 방식은 안 된다’고 자꾸 주장하면 결국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쟁의 위험이 높아진 반면에 평화 실현을 위한 협상의 기회도 높아졌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이 상황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전쟁의 위험은 낮추고 협상의 기회를 높일 계기로 삼는다면, 어쩌면 한국전쟁 이후로 65년간 하지 못했던 한반도 평화체제를 올해나 내년, 즉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 내에 구축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도 있겠죠. 트럼프 대통령한테 우리가 노벨평화상을 주는 쪽으로 해야 되지 않을까요?” (모두 박수)

(대중들) “예.”

“이건 우리가 힘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고 정성으로 해야할 일입니다. 알았지요?”

(대중들) “예.”

“천지기운이 바뀌어서 원이 성취되도록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영험이 있다는 황룡사탑에 가서도 기도하고, 사천왕사에서도 기도했잖아요. 스님이 평소에 남한테 부탁 잘 안 하는데, 급하기는 급해졌나 봐요. (모두 웃음) 저도 막 부탁하는 거 보면요. 위기가 그만큼 심화됐다는 겁니다.

우리 후손들이 살 나라이고, 여러분들이 살 나라이니까, 개인적으로 바쁘더라도 힘을 보탭시다. 전쟁난 뒤에 여러분들이 겪을 고통의 1000분의 1만 여기에 보태면 전쟁을 막을 수가 있어요. 전쟁을 막는 게 현명하지, 일어난 뒤에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러니 이 문제를 느긋하게만 보지 말고, 그렇다고 두려워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떻게 해결할까’ 라는 관점에서 보고 함께 힘을 합쳐봅시다.” (모두 박수)

스님의 법문을 다 듣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통일의병으로 거듭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2차 통일의병대회를 모두 마친 후 각 지부별로 스님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통일이 미래의 희망이다” 라는 문구의 현수막 앞에서 모두들 함박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정말로 통일이 우리의 미래임을 오늘 스님 말씀을 통해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볼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의병대회를 마친 후 스님은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가다가 배리 삼체석불이 있는 삼불사에서 차를 잠깐 멈췄습니다.

“이곳 단풍이 아주 유명한데 일찍 져버렸구나. 벌써 말라버렸네.”

빨간 단풍을 손에 들고 살펴보면서 스님은 아쉬워하며 돌아내려왔습니다.

저녁 공양을 하는 중에는 오늘 의병대회를 하면서 있었던 사례를 들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의병대회 중에 송수신기 밧데리가 나가서 교체를 하려는데 미리 준비를 해 두지 않고 있었더라. 새 기계라서, 밧데리 충전 시간을 미리 알지 못해서 그렇다고 이해는 할 수 있는데, 어떤 일을 하더라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았을 때 과보가 하나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백, 천으로 과보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 않느냐.”

문수팀 행자님들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과 ‘한 가지 과보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백, 천으로 과보가 나타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스님의 이야기를 새겨들었습니다.

저녁 공양을 마치자, 스님은 내일 새벽에 있을 가을불대특강수련 법문 일정으로 문경수련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내일은 문경수련원에서 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윤준호, 이창동, 전기돈, 김국화,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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