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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당장 자퇴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만류합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를 고민인 학생이 법륜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게다가 친구도 없고 교수님과도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부모님은 자퇴를 만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어떻께 마음을 갖는 것이 지혜로운 길일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요리를 전공하는 대학생입니다. 전문대를 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실습보다는 이론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제게는 많이 힘듭니다. 휴학을 망설이다가 2학년이 되었는데 갈수록 수업이 어려워지고 무엇을 하는지도 몰라서 학교에 다닐 의욕이 없습니다. 친구도 없고 교수님과 사이도 좋지 않습니다. 제 맘 같아서는 당장 자퇴를 하고 싶은데 부모님은 휴학을 하더라도 이번 학기는 마치라고 하십니다.”

 

- 법륜 스님 : “취직하고 사회생활 하다 보면 자격증이나 능력만 갖고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고 학벌 중심의 평가에 기분이 상하거나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저 사람은 대학 나왔다고 승진하고 나는 밀리는구나 싶으면 ‘에이, 학교나 다시 다녀야겠다!’ 하고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아주 자퇴해버린 게 아니라 휴학 상태에 있다면 그런 경우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하겠지요.

 

스트레스가 심해서 병이 될 지경이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 정신적인 압박이 심하다면 그깟 몇 백만원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돈은 하나도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당장 오늘로 그만둬버리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도가 아니라 다만 어찌할지 고민하는 수준에서는, 일단 이번 학기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그렇게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 내 마음이 열두 번도 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지내면서, 시간을 내어 수련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서 자기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기 바랍니다.

 

‘나는 아웃사이더다’하는 생각에 빠져 있지만 말고 친구들에게도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 보세요. “안녕?”, “잘 있었니?” 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되, 인사를 받고 못 받고 하는 것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꽃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면 꽃이 아니라 나에게 좋은 일이 아닙니까. 산을 보고 “산아, 잘 있었니?” 바다를 보고 “바다야, 안녕?” 하는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잘 지냈느냐, 교수님에게 안녕하셨느냐고 그저 인사 정도를 건네면 됩니다.

 

만약 그 정도도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것 같으면 당장 오늘로 학교를 그만두는 편이 낫습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니까요.

 

다만 그만큼 본인의 결심이 확고하고 부모님의 뜻과 다르게 학교를 완전히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말고 집에서 나와 완전히 독립을 해야 합니다.

 

남들이 200만원 받을 때 150만원 받겠다고 하고 남들이 150만원 받을 때 100만원 받겠다고 하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에게서 독립해서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나가면 됩니다. 스무 살 넘은 성인이니 자기 인생을 자기가 책임지며 당당하게 살아나가세요. 불안해 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내 미래를 위해서 조금은 더 신중하게 판단해보고 싶은 생각이 남아 있다면 자꾸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일단 그냥 학교에 다녀보십시오. 지금의 목표는 한 달 남짓한 동안 ‘그저 학교에 다니는’ 일입니다. 지금 당장 밖에 나가 아르바이트를 한대도 한 학기 등록금 벌기는 어림없는 일입니다. 학교 다니는 것이 오히려 돈 버는 일 아닙니까?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교수님과 사이가 좋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불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 것은 다 포기해버리세요. 지금 내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 목적은 나중을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에이, 이거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하고 학교를 그만둬버릴 수도 있고, ‘이게 내 복인 줄을 몰랐구나. 열심히 학교에 다녀야겠다’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까 저럴까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저절로 마음이 정해지게 될 겁니다. 그동안의 압박감으로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번 극복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법륜스님의 새책 <인생수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은 말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행복하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즉문즉설과 함께 쉽고 재미나게 엮어져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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