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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 법륜스님의 하루 2017.11.01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2017.11.01 대구 통일 즉문즉설


스님은 외국에서 오신 손님과 얘기 나누느라 새벽 4시에 회관에 돌아와서 오자마자 곧 아침 7시부터 조찬 미팅이 있었습니다. 어제 밤에는 밤을 지새운 셈입니다.

기획회의가 끝나자 오찬을 겸해서 전직 군대장님과 현재 한반도의 안보위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2시30분에 대구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도중 세종시에 들러 지인의 모친상에 문상을 하고 대구 강연장에 도착하니 겨우 강연시간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수성대 총장님께서 반갑게 마중을 해 주셨습니다.

강연이 열린 대구는 하늘이 높고 푸른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습니다. 수성대 캠퍼스는 짙어가는 단풍을 만끽하려는 대학생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벤치에서 커피도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참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그 평화가 깨지진 말아야 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즉문즉설과 통일 이야기가 진행될 장소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통일의병 자원봉사자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준비해나가는 모습이 활기차고 힘이 있어 보여 좋았습니다.

6시 30분부터 분주해지기 시작해서 7시쯤 꽤 많으신 분들이 강연장을 채워주셨습니다. 여느 즉문즉설과 달리 통일이라는 조금은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다루어서 청중들의 반응이 뜨겁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7시가 되자 비장함이 묻어나는 통일의병의 소개영상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통일의병 가족의 가녀린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된 연주는 가을밤을 더욱 운치 있고 아름답게 수놓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총 9명의 질문자가 있었습니다. 땅 문제로 가족 간의 갈등에 힘들어하시는 분, 스님의 정치적 성향이 궁금하다고 하셨던 분, 한미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과, 이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질문하신 분, 두 아들의 직장에 다니는 분이 몸도 마음도 지치는데 자식들과 이혼한 남편도 걱정이 된다고 질문하셨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많은 돈을 지원했다는데 그게 바람직 한 것인지 궁금해 한 분, 모든 세상사에 무감각하고 무관심한데 바꾸고 싶다는 분, 통일을 이루기 위해 본인의 역할을 물어본 분, 우리나라도 지방분권을 이룰 수 있는지 좋은 방안이 있는지 알고 싶은 분, 집에 겁 많은 새를 키우는데 사람을 두려워해서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한 분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한미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과, 이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스님의 의견을 물었던 문답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가 서로 ‘선제공격을 실시하겠다’, ‘참수 작전을 실행하겠다’ 막말을 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면 개인적으로 ‘이러다가 정말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전쟁은 안 일어난다’며 낙관만 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반면 외국에 사는 지인들, 호주에 사는 친구가 있어서 카톡을 통해 물어봤더니 정작 해외에서는 한반도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바라보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강 지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들 소식이 뉴스에 나왔는데, 그걸 보면서 ‘전쟁이 나면 적어도 저 정도의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포와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그보다 더 큰 비극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제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아무도 말할 수가 없어요. 각자가 느끼는 바가 있겠지만 수적으로 표현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일어난다, 안 일어난다’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요즘 일기예보를 봐도 ‘비 올 확률 30%, 60%’ 이런 식으로 표현하잖아요. 30%라고 하면 대개 안 올 거라고 기대를 하면서도 올지도 모르겠다고 준비를 합니다.

이런 건 또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해요. 30%라고 했지만 여전히 비가 오는 지역이 있고 오지 않는 지역도 있어요. 사실 그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확률로 표현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가령, 비 올 확률이 30%라고 하면 대부분 지역에서는 비가 오지 않지만, 비가 오는 지역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해요. 그러니 일기예보를 보더라도 이런 요인들을 잘 감안해서 대비를 해야 합니다.

대비를 했는데 비가 오면 ‘준비를 잘 했구나’ 할 것이고, 대비를 했는데 비가 안 오면 ‘괜히 준비했네’라는 말을 할 수도 있어요. 비 오는 일은 설령 준비를 안 해도 그냥 맞으면 되니까 그리 큰일은 아닐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전쟁은 그 확률이 5%만 되어도 비상사태에 돌입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일어나면 그 피해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에요.

6·25 이후 지난 70년 동안을 둘러보면 현재야말로 전쟁 위험이 가장 높은 때입니다. 물론 그 사이에 푸에블로 호 납치 사건(1968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1976년) 등 긴장을 고조시킨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전쟁 위험이 더 높습니다.

그러니 현재 우리는 지난 70년을 통틀어 가장 전쟁 위기가 높은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이 5%인지 10%인지는 말하기가 어려워요. 다른 사람들이 연구해놓은 것을 인용할 수는 있겠죠. 국정원 특보로 일한 사람이 쓴 논문은 전쟁 위험을 15%로 내다봤고, 오바마 정부 당시 CIA 국장을 지낸 분은 전쟁 위험을 20% 정도로 내다보고 있어요.

수치로만 따지면 여전히 전쟁이 일어날 확률보다는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수치면 초긴장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 확률은 앞으로 1, 2년 동안은 갈수록 높아질 거예요. 미국은 북한을 폭격할 준비를 거의 다 마친 상태입니다. 오늘이나 내일도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폭격이 가능할 정도라고 합니다. 북한의 핵개발도 거의 실용에 옮길 만큼 준비가 되어있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도 2년 내에 개발이 이루어질 거라고 합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등한 협상을 원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아무리 남한을 겨냥하고 서울 불바다설을 주장해도 미국에서 크게 동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차츰 미사일의 거리를 늘여서 일본까지 날릴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했고, 얼마 전에는 괌까지 보낼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었어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본토까지 보낼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면 미국이 자기들과 진지하게 협상을 하려고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자기들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는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에 그 싹을 없애려고 합니다.

즉 북한은 미사일 개발을 해야 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국은 미사일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에 없애겠다는 입장이에요. 이런 대치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조가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늦어도 2년 안에 일어날 거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군사적 충돌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한 달에 걸쳐 해외 강연을 하는 동안에도 우리 교민들 사이에서는 전쟁 위험이 큰데 아들을 군대에 보내도 되겠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어요. 우리는 무조건 군대에 가야 하니까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데, 교민들은 아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살지 않을 계획이면 군대에 갈 필요가 없고 나중에라도 한국에 와서 살게 될 것이라면 미리 군대에 가야 하는데 나중을 생각해서 군대에 보냈다가 전쟁이 터져서 목숨을 잃으면 안 되니까 고민을 하고 망설이게 됩니다.

프랑스나 독일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두고도 망설일 정도로 한반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자국 선수들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보낸다는 입장이에요. 최근에는 러시아도 조금 더 검토해보고 참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최국이니까 계속해서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외국에서는 올림픽 전에 충돌의 위험이 있는지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에요. 충돌이 있더라도 내년 3월 이후라는 확신이 있으면 올림픽 참가는 할텐데, 지금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으니까 재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럴 정도로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는 급박합니다.

이렇게 외부에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볼 정도면 우리 모두가 나서서 전쟁 위험을 줄여야 합니다.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국민통합을 이끌고, 전쟁반대 만큼은 여야를 막론하고 입장을 통일해야 합니다. 다른 정치적인 사안은 견해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안보 문제만큼은 하나의 입장이어야 해요. 그리고 미국 무기를 사는 방식을 두고는 다투더라도, 적어도 미국이 우리의 동맹국이라면 우리나라의 안전만큼은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피력해야 합니다. 북한이 도발하는 것은 문제지만 군사적인 충돌이 일어났을 때의 엄청난 위험을 감안해서 전쟁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말해야 해요.

그래도 지난 5월 조기 대선이 치뤄지면서 전쟁 위험이 조금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그 전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한국 정부까지 가세해서 긴장감이 더욱 높았는데, 대선 이후에는 적어도 한국 정부는 전쟁은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이제 미국과 북한만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한국 정부를 개의치 않고 미국이 독자적으로라도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를 두고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어요.

한국 정부는 우리의 동의 없이는 전쟁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을 움직이는 데에는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미국 본토에서 보내는 군대는 한국 정부와 의논하지 않고 혼자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에요. 물론 군사적인 행동 이전에 우리 정부에게 통보는 이루어질 것이에요. 그렇지만 허락을 구하는 사전승인제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통보가 이루어지고는 바로 군사적인 행동을 실시한다는 입장이겠죠.

그러니 미국은 우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도 독자적으로 군사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적 행동 조짐이 보이면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 역시도 미국이 공격할 조짐이 보이면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바로 이런 입장이 큰 위험변수입니다. ‘상대가 공격하는 경우에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그래도 덜 위험한 편입니다. 그런데 공격할 조짐에 의한 선제타격은 오해로 인해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합니다. 먼저 공격을 한 다음에 ‘상대방으로부터 조짐이 보였다’라고 말할 수 있는 모호함도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이것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크게 반응이 없는 편이에요. 좋게 말하면 면역력이 생긴 거예요. (청중 웃음) 나쁘게 말하면 안전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경전에 화택(火宅), 즉 ‘불난 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난 집 안에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이 나오는데, 밖에서 보는 부모는 애가 타지만 아이들은 장난감 갖고 노느라 불이 난 줄 모르고 있는 거예요. 지금 한국의 상황을 밖에서 보면 꼭 이와 같습니다.

호주에 사는 질문자 친구가 봤을 때 한국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니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정작 이 안에 사는 사람들은 정세가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고 태평인 거예요.

이것이 현실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당사국은 미국, 북한, 한국 이렇게 세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마찰을 겪고 있는 두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입니다. 주변국 중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적 대응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두 나라와의 외교를 통해 보다 강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해주기를 설득해야 합니다. 반면 일본은 군사적 대응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조금은 부추기는 입장입니다. 최근 아베 총리도 미국과 북한의 갈등을 이용해서 재집권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일본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해서 정권을 재창출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본의 입장은 전쟁을 반대하는 우리로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 일본과의 외교를 통해 가능하면 트럼프를 부추기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핵개발을 중지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합니다. 북한도 북한의 입장이 있으니 개발을 완전히 멈추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핵실험은 멈추는 방향으로 시도해봐야 해요. 개발 자체는 외부의 눈에 띄지 않지만, 드러내놓고 하는 실험들은 주변국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그런 실험만 멈추어도 큰 외교적 효과가 생깁니다.

북한은 지금껏 일본 홋카이도까지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했었는데, 최근에는 괌까지 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미국 본토까지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미국은 사드를 이용해서 공중에서 폭파시키려고 하거나 원점 타격을 하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원점 타격이라는 것은 미사일 발사대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에요.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북한은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공격에 돌입할 위험이 큽니다.

미국 사람들 중에는 자기들이 공격을 했을 때 북한이 미사일을 쏠지 안 쏠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중 못 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북한이 쏘면 풍비박산(風飛雹散)에 처하게 될텐데 그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하는 입장이죠. 그렇지만 우리가 아는 북한은 쏠 수도 있어요. 북한의 성질 자체가 ‘못 먹어도 고’를 하는 성격입니다. (청중 웃음)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재 상황은 아주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 시설들을 위성으로 관찰해서 750개 타격점을 지정해두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시·군·구가 250개 정도 되니, 750개의 타격점이면 한 지역에 평균 3개가 있는 꼴입니다. 한 지역에 3개의 타격점을 두고 현대식 첨단 무기로 공격을 한다면 이건 초토화시키겠다는 계획이에요. 이 정도로 준비를 하고 있으니 북한에서의 반격 여지는 거의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피해는 거의 없고 상대방은 초토화될 것이라는 군사적 확신이 아주 위험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장성들도 이라크의 후세인처럼 북한도 우두머리만 잡으면 나머지는 무장해제하는데 어렵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반면 북한의 지도층은 또 자기들의 능력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허장성세(虛張聲勢)라고 겉으로 드러나는 무기들은 가짜 무기이고, 자기들은 땅굴을 파고 숨어있으니 자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미국이 알지 못할 거라는 거예요. 그러니 얼마든지 반격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하면 북한이 위험할 것 같은데, 북한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실제가 어떠하든 스스로 이렇게 확신을 하고 있으면 미국이 압박을 가하더라도 북한은 고개를 숙이지 않겠지요. 마찬가지로 미국도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통한 초토화에 대한 유혹을 느끼기가 쉽습니다. 그런 확신이 쉽게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우려스러운 것입니다.

게다가 두 지도자의 성격 모두 물러날 줄 모릅니다. 트럼프도 그저 큰 소리만 치는 사람 같지만 전 세계가 합의한 기후 협약을 파기하는 걸 보면 예측하기가 어려운 사람이기도 해요. 오죽하면 공화당 상원 외교 위원장이 ‘트럼프는 미국의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말하겠어요. 최근에는 유네스코도 탈퇴하겠다고 하고, 얼마 전에는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에서도 탈퇴했습니다. 선거 공략이었던 멕시코 장벽도 많은 사람들이 말만 하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요즘 장벽을 쌓고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만들어놓은 의료보험제도도 없애려고 하고 있고, 미국 입국 조건도 더욱 까다롭게 만들어서 검색뿐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미국에는 왜 가는지, 가면 어디에 있을 것인지 등을 알아보는 면접을 하겠다고 해요.

이것이 미친 척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소위 ‘미치광이 전략’인데, 순전히 미치광이 전략인지 실제로 미치광이인지는 알기가 참 어려워요. (청중 웃음) 트럼프라는 사람 자체가 부동산 사업에서도 늘 미치광이 전략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김정은도 김일성이나 김정일과는 많이 다릅니다. 김정일은 그래도 신중한 편이었는데, 김정은은 드러내놓고 핵실험도 과감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이에 놓인 한국의 입장은 더욱 어렵습니다.

우리가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정부에게 가능하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열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거예요. 어떻게든 북한과 대화를 통해 상황을 풀어나가는 노력을 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외교 채널을 통해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을 설득해야 합니다. 일본 역시도 더 이상 트럼프를 부추기지 않도록, 이제 정권을 잡았으니 북한을 이용하는 것은 멈추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하니까 미국의 일각에서는 ‘한국의 진보 세력은 군사적 행동을 반대하지만 보수 세력은 군사적 공격을 찬성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보수 세력이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들려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안보에 있어서는 한반도에 전쟁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야 합니다. 북한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은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전쟁을 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해요.

이런 입장을 미국에 선명하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인이 함께 전쟁반대 의회결의안을 내고, 시·도의원들도 함께 모여서 결의안을 내어야 합니다. 나아가 종교인, 시민 사회인사들 모두 한 목소리로 결의안을 내어야 해요. 그래야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보수파가 조금 더 나서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진보 측에서는 보수 세력이 나설 수 있도록 장(場)을 마련해주어야 해요. ‘양키 고 홈’이라며 자극적인 시위를 하기 보다는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한반도에 전쟁만은 안 됩니다.’와 같이 간결한 메시지로 국민들이 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건 나라를 어떻게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야당 의원들을 만나보면 정부에서 야당을 끌어안고 가야 하는데 자꾸 적폐세력이라고 단죄하려고 하니 협조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에요. 아무리 정부에서 그런 입장을 취하더라도 우선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놓은 다음 국내 정치 문제를 다루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을 해도 우선 첨예한 이해가 걸린 문제다보니 자꾸 국내 정치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국가적인 과제에 대한 논의는 외면하는 편입니다. 한 쪽에서는 적폐청산이라고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자기들의 씨를 말리려고 한다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트럼프 방한 날짜는 다가오는데 아직 이렇다 할 합의가 도출되지 않고 있어요. 트럼프가 의회 연설을 하기 전에 우리나라 국회에서 ‘우리 국민들은 북한이든 미국이든 전쟁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분명한 결의안을 내놓아야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종교인들과 전 국회의장들을 비롯한 24명의 사회 원로들이 모여 성명을 발표를 하는 정도이고, 민중 단체들이 전쟁 반대를 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민중단체들이 준비하는 집회에는 중도, 보수 사람들이 참여하기가 어렵습니다. 메시지를 중립적으로 만들고 무엇보다 전쟁에 반대한다는 것을 중심 가치로 내걸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어요.

또 다른 대안으로는 민중 단체들의 집회가 열린 다음에 보수 세력들이 따로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같이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보수 세력만 따로 모여서 심지어 보수 세력도 전쟁만큼은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 나름의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만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수 세력조차 전쟁에는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들도 각자 가지고 있는 SNS를 통해 한반도에 전쟁만은 안 된다는 것을 많이 알리세요. ‘전쟁만은 안 된다’고 하면 또 일부에서는 ‘그러면 북한에서 핵개발 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으라는 것이냐’라고 항의할지도 몰라요. 결국 무력적인 방법에 반대하는 것이니까 ‘북한 핵개발도 멈추어라’는 메시지도 함께 써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전쟁 반대, 비핵 평화’의 메시지를 잘 녹여서 표현하면 진보, 보수 모두가 참여하는 국민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곳 대구에서도 주말을 이용해서 ‘평화를 위한 촛불’을 들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박근혜 적폐청산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에요. 적폐청산도 필요하지만, 전쟁이 일어날 때 생길 피해에 비하면 그 손실은 적은 편이에요. 전쟁이 일어나면 그 손실을 이루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다른 메시지를 섞으면 그 안에서 편이 갈릴 위험이 있어요. 그러니 전쟁만은 막아보자는 단일된 목소리로 우선 국가 위기 상황부터 넘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럴 때 각자 페이스북에 글도 올리고, 작은 집회라도 마련해서 참석하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보내서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야 합니다. 이제 입시철도 다가오는데 지금은 우리 아들, 딸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보다 전쟁 안 나게 하는 기도를 해야 해요. 산신, 칠성신, 땅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힘 있는 모든 신들에게 기도해서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청중 웃음)

이런 기도를 통해 국민의 정성이 집중되는 거예요. 옛날부터 민심이 천심,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전쟁만은 안 된다’는 마음을 모으면 하늘이 감동하고 전쟁을 막아내는 기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걱정만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행동이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걱정하는 동안 전쟁에 반대하는 글이라도 하나 쓰고, 걱정하는 대신 촛불이라도 하나 밝히는 것이 도움이 돼요.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마음으로 개개인들의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자칫하다가 전쟁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지난 50년 동안 산업화에 성공하며 피땀흘려 이루어놓은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난 30년간 투쟁해서 이루어놓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돼요.

전쟁으로 인해 소중한 인명에 해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에서 천대받는 것 보셨지요? (청중: 네.) 우리나라도 전쟁이 터지고 난민이 생기면 국제사회를 떠돌고 천대받는 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전쟁 후에 나라를 복구한다고 해도 그 사이에 중국이 우리 기술 수준을 모두 따라잡기 때문에 설령 복구한다고 해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위기를 생각한다면 우리 국민 하나하나가 일어나야 합니다. 늘 설마 설마 하다가 재앙을 초래합니다. ‘전쟁이 그리 쉽게 일어나나’하는 낙관적인 태도는 나쁜 게 아니지만 동시에 대비도 해두어야 해요.

우리가 반대를 해도 전쟁은 여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또 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난민 구조 등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서둘러 휴전할 수 있도록 국민운동을 해야겠죠. 늘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해요. 스님도 개인적인 상담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전쟁을 막는 것이 급선무예요.

어떤 사람들은 ‘전쟁은 그리 쉽게 나지 않는다, 천기(天氣)를 보니 전쟁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천기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주변의 상황을 잘 보고 노력을 해서 전쟁을 막는 게 중요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전쟁이 나지 않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물론 그럴 때 사람들의 숨겨진 노력을 보지 못하고 ‘거 봐, 전쟁 안 나잖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도 우선 전쟁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민 5천만 명이 단결하면 커다란 힘이 생깁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지금 여기에도 재미없어하는 사람들이 보이네요. (청중 웃음) 이러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일이니 우리 국민이 나서야 해요. 기독교식으로 이야기하면 이런 나태한 국민들에게 하느님이 시련을 주실 지도 몰라요. 전쟁이라는 시련이 터진 뒤에야 ‘주여,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라고 반성하겠죠.

일부에서는 그런 시련이 있어야만 우리 국민들의 각성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전쟁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너무 어리석으니 전쟁이라도 나서 그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야 한다는 입장인데, 국민들의 움직임에 대해 얼마나 절망적이면 그런 이야기까지 하겠어요.

그러니 우리부터 각성을 하고 전쟁 반대하는 운동에 앞장서면 좋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스님은 오늘의 강연을 정리하며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전쟁이 나면 모든 게 파괴됩니다. 그 위험성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겐 화를 낼 필요가 없지만 이 나라의 엄마로서 위험을 막는다는 확고한 관점을 가지고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평화 촛불집회와 같이 작지만 우리의 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노력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 해보고 그 다음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강연이 마치고 오늘의 질문자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11. 5. 광화문에서 평화의 촛불을 들고 싶습니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의 손에 손을 잡고. 그리고 스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적이었고 주인이 된 마음으로 평화의 촛불에 동참하도록 지인들을 독려하겠습니다.”

질문자는 한층 가벼운 얼굴로 답변해주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영희, 임승윤(글) 이용석(사진) 조태준(녹취) 박효정(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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