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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어릴 적 왕따 당한 기억으로 지금도 힘들어요

어릴 때 왕따를 당한 기억은 커서도 상처로 남아 인생을 살아가는데 계속 영향을 주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왕따 당한 기억을 떨쳐버리고 홀가분하게 인생을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한 학생의 질문에 법륜 스님이 지혜로운 길을 일러주었습니다.

 

 

- 질문자 : “재수하는 학생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와 떨어져 일본 유학을 갔습니다. 제가 비만이었던 데다 일본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그곳 아이들은 눈앞에서 저를 흉보고 놀렸습니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일도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들로 지금까지 우울증과 거식증에 걸려 고통 받으며 자책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수행해야 병을 고치고 장래에 도움 되는 길을 갈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법륜 스님 : “좋은 뜻으로 유학을 보냈는데도 결과는 이렇게 잘못되어 버렸습니다. 부모가 자식 잘못되라고 나쁜 마음으로 그랬던 건 아니지요. 이게 바로 어리석음이라는 겁니다. 사람에게 진짜 중요한 게 무언지를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만 잘하면 성공한 인생으로 잘살게 될 거라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돈이나 학벌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속에 엄마에 대한 사랑이 가득차야 아이가 속이 허하지 않고 당당한 사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이런 문제는 사회의 흐름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개인적으로는 부모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잘못된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이제 이 병은 나의 문제가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그것은 시작의 문제이고, 지금은 나의 문제가 되었으니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내 몸에 강제로 마약주사를 놓아서 마약에 중독되었다고 합시다. 원인을 따져보자면 당연히 주사를 놓은 사람이 나쁘지만 그렇다 해도 이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나입니다. 주사 놓은 사람에게 아무리 빌어 봐도 해결이 나지 않습니다. 엄마가 나를 일본에 안 보냈으면, 일본 아이들이 나를 왕따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얘기 해봐야 지금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 생각해봅시다. 10살 남짓한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성숙하고 지혜로울까요? 아무것도 모른 채 말하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전학 온 아이가 한국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면 열심히 한국말을 가르쳐주며 챙겨주기보다 놀리고 흉보기가 일쑤이지요. 어린 아이들은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남의 사정과 마음을 다 알면 그건 어른이지 아이가 아닙니다.

 

질문자가 그 아이들 입장이었대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렇게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철없는 아이들이 한 행동에 상처를 입으면 나만 손해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한 행동을 두고 내가 오랫동안 그 아이들을 미워했던 것에 대해서 그 아이들에게 참회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어머니에게 참회해야 합니다. 어머니는 결코 나쁜 마음으로 유학을 보낸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행동했듯이 그때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린 내 눈에는 어머니가 뭐든 다 아는 신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그때 어머니는 서른 남짓한 젊은 여자일 뿐이었습니다. 어머니 나름으로는 자식 잘 되라고,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해주려는 마음으로 했던 일입니다. 그래도 나를 유학 보낼 때는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키우려 했던 것 아닙니까? 어머니가 나를 사랑해서 보내셨던 거구나, 그런데도 나는 내가 힘들다고 어머니를 미워했구나, 하고 참회하세요.

 

지금 그 상처를 씻어내지 않으면 앞으로도 몸과 마음이 점점 더 나빠집니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이 그때 기억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으면 이 고통에서 한 걸음도 벗어날 수가 없어요.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지 못한 채 오로지 내 입장만 생각하는 데서 이 상처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처지로 돌아가,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며 그들을 오해하고 미워한 것에 참회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기도하다 보면 무의식의 세계가 편안해지고 조금씩 상처가 치유되어 다른 일들은 저절로 좋아질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공부는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법륜스님의 새책 <인생수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은 말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행복하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즉문즉설과 함께 쉽고 재미나게 엮어져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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