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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천성은 타고나서 절대 변하지 않는 건가요?” / 법륜스님 즉문즉설

천성은 타고나서 절대 변하지 않는 건가요?” / 법륜스님 즉문즉설

 

질문자 아이를 봐도 그렇고 어른을 봐도 그렇고, 사람은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그릇이 다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두고 천성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경험적으로 보면 그릇이 늘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리 고난을 겪어도 그릇이 늘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천성이라고 불리는 그 그릇은 정말 타고난 그대로 살게 되는 것인가요? 경험이나 고생을 했을 때 늘어날 수 있나요?”

 

법륜스님 . 이렇게 한번 얘기해 봅시다. 사람의 키가 태어날 때 너는 몇 미터까지 자라라하고 정해져 있을까요, 정해져 있지 않을까요?”

 

정해져 있어요. 정해져 있지 않아요.”(청중 웅성임, 다양한 대답)

 

이런 건 정해져 있다고도 말할 수도 있고 정해져 있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어요. 같은 사람이라도 영양 공급이나 이런 걸 잘 하면 달라질 수 있잖아요. 영양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 1미터 50센티미터가 될 수도 있고 잘 하면 1미터 80센티미터가 될 수도 있겠죠. 후천적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으니까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란다 해도 사람의 키가 3미터를 넘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없어요.”(청중 대답)

 

그러면 이 사람이 아무리 해도 3미터 키는 못 넘는다하는 건 정해져 있어요, 정해져 있지 않나요?”

 

정해져 있어요.”(청중 대답)

 

, 정해져 있어요.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정해져 있다’, ‘정해져 있지 않다이런 말을 쓸 뿐이고 존재 자체는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안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에요.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예요.”

 

다만 다를 뿐

 

어린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이해심이 풍부한 아이들이 있고, 어른인데다가 고생도 많이 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갈머리가 없다, 속이 좁다, 그릇이 종지만 하다이렇게 표현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질문자가 그걸 두고 좋다, 나쁘다하고 보는데 그건 좋고 나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거예요.

 

얼굴 생긴 게 서로 다른데 우리는 그걸 두고 잘 생겼다’, ‘못 생겼다라고들 말해요. 사실은 두 사람의 얼굴이 다른 거예요. 그런데도 이 사람은 잘 생기고 저 사람은 못 생겼다고 말하는 기준이 뭘까요? 기준이란 본래 없는 거예요. 객관적으로는 서로 다를 뿐이에요. 그런데 주관적으로는 잘 생겼다거나 못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

 

존재 자체는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닌데 우리가 인식을 할 때는 크다고 인식을 할 수도 있고 작다고 인식할 수도 있어요. 존재 자체는 잘 생긴 것도 없고 못 생긴 것도 없지만, 우리가 인식을 할 때는 그 사람의 인식 습관에 따라서 잘 생겼다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고 못 생겼다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만약에 사람이 객관적으로 평가가 된다면 서로 사귀다가 내가 에이, 나쁜 인간이다하고 헤어진 남자는 모든 여자가 관심을 안 가져야 하잖아요. 그런데 나와 헤어진 남자를 다른 여자가 사귀고요,(모두 웃음) 나도 다른 여자와 헤어진 남자를 만나고요.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

 

그런 것처럼,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잘했다, 잘못했다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잘했다고도 할 수 있고 잘못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의 키를 150센티미터를 기준으로 하면 잘 먹이면 그 기준을 넘길 수 있고 못 먹이면 못 넘긴다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3미터를 기준으로 하면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3미터는 넘길 수가 없으니까 그건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예요. 반드시 노력한다고 된다거나 노력한다고 안 된다는 게 아니에요. 어느 게 꼭 맞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뭘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노력하면 된다라는 말을 쓸 때도 있고 노력해도 안 된다라는 말을 쓸 수도 있는 거예요.

 

, 여기 두 사람을 보세요. 이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청중 대답)

 

다른 사람이죠? 그런데 옆에 개가 있어서 개하고 이 두 사람을 비교한다면 이 둘은 같은 사람이에요, 아니에요?”

 

같은 사람.”(청중 대답)

 

같은 사람이죠? 두 사람을 두고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때는 둘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고 어떤 때는 둘은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잖아요.

 

파란 콩과 노란 콩을 두고 비교하면 서로 다른 콩이에요. 그런데 팥하고 비교할 때는 색깔이 파랗고 노랄 뿐이지 둘 다 같은 콩이에요. 콩하고 팥은 서로 다르지만, 채소하고 비교할 때는 둘 다 같은 곡식이에요. 채소하고 콩은 다르지만, 돌멩이하고 비교하면 같은 식품이에요. 그러니까 용어를 같다라고 쓰기도 하고 다르다라고 쓰기도 하는 거예요. 그러면 이 둘은 정말 같은 걸까요, 다른 걸까요? 사실은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에요. 인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같다고 인식될 때도 있고 다르다고 인식될 때도 있다는 거예요. 이해하시겠어요?”

 

.”

 

이 기준이란 것을 이렇게 잡으면 괜찮고 저렇게 잡으면 나쁘고, 그래서 지금 헷갈리는 거예요. 스님도 지금 스님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만약 스님이 결혼을 했는데 지금처럼 집에도 안 들어오고 매일 무료 강연이나 다니면 부인이 볼 때는 좋은 남자예요, 나쁜 남자예요?”

 

나쁜 남자요.”(청중 대답, 웃음)

 

그래요. 스님은 좋은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니에요.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좋게 보기도 하고 나쁘게 보기도 하는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좋다’, ‘나쁘다하는 건 다 어떤 기준에 따라 생긴 거예요. 이 기준을 내려놓으면 사물은 그냥 다를 뿐이에요. ‘믿음이 다르다’, ‘사상이 다르다’, ‘사람이 다르다’, 이렇게만 볼 수 있어요.”

 

.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기준을 내려놓으면

사물은 다만 다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