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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진로 선택, 부모님 말씀 거스르자니 죄스러운 생각이..


즉문즉설은 질문하는 당사자의 고민과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거나 보편화시키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20대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진로 선택’일 겁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불확실할수록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특히 요즘 청년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아서 부모님이 정해준 길로만 살아오다가 뒤늦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나선 방황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장에서도 청년들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 진로 고민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정해준 길대로 착실하게 살아왔지만 정말 내가 가고 싶은 길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한 청년이 법륜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 질문자 : “올해 스물여덟입니다. 저는 부모님한테 효도 하고 싶어 그분들이 원하시는 방향에 맞춰 진로를 정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넌 그게 되어야 해’라고 해서 세뇌를 당한건지 정말 내가 이게 하고 싶은 건지 의구심이 계속 듭니다. 또 부모님 말씀을 거스르자니 죄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 법륜스님 : “나이가 스물여덟이면 성인입니다. 그러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됩니다. 누구를 때리거나 죽이는 것,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는 것,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는 것, 사기 치거나 거짓말하거나 욕하는 것, 술이나 담배 같은 데에 중독되는 것,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이 다섯 가지를 제외하고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부모님한테는 ‘그 동안 잘 길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감사인사 드리고 끝내면 됩니다. 스무 살이 넘으면 자식은 부모 말 안 들어도 되고, 부모도 자식을 도와주지 않아도 됩니다.


흔히들 부모가 하는 말은 자식 잘 되라고 해주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잘되라고 했는데 잘못된 게 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할 때에도 그 부모가 말렸습니다. 부처님께서 부모 말을 들었으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또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러 독립 운동하러 갈 때, 부모가 알았으면 말렸을 겁니다. 안 의사가 그 부모 말을 들었으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부모님한테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는데 핵심은 그게 아닙니다. 밖에 가면 남이 밥 먹여주고, 용돈 주고, 재워주지 않습니다. 부모와의 관계를 성인 대 성인으로 보았을 때, 부모가 스무 살 넘은 자식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을 주고 학비를 준다면 이거는 지원을 해주는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누구든지 지원해주는 사람은 간섭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부모가 간섭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지원을 받는 사람은 당연히 지원자의 눈치를 살펴서 요구조건을 들어줘야겠지요. 


그런데 질문한 분은 지금 지원은 받지만 눈치는 안 보고 싶은 겁니다. 그것은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태도입니다. 그러니 죄스러운 생각이란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만약에 어떤 남자와 결혼하려고 하는데 부모가 반대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부모는 당연히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는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건 부모 의견이고, 부모의견을 듣든지 본인 맘대로 하든지 그건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부모를 원망하거나 욕할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부모 말을 안 듣고 결혼을 하면, 부모로부터 지원도 못 받으니까 손실이 생깁니다. 내 뜻대로 하려면 그런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부모의 동의도 받고 경제적 지원도 받으며 좋은 관계도 유지하려면, 부모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대를 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많은 생각들을 세뇌당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길들여지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꽤 있습니다. 이걸 스스로 자기 눈 떠서 알아차려야 합니다. 성년이 된다는 것은, 그런 세뇌된 데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게 깨달음입니다. 이런 알아차림이 없으면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돌다가 외로이 죽습니다. 그러니 내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합니다.


부모는 인생을 많이 살아봤으니까 안정을 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본인이 안정을 원하면 부모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이의 특징은 도전 아닙니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젊은이가 안정을 추구하면 애 늙은이가 됩니다. 그러면 일치감치 인생이 끝난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다 애 늙은이가 되어 사회의 성장 동력이 멈춰가고 있습니다. 도전하고 정의를 찾아 자기를 희생하는 게 젊은이한테서 없어지니까 사회 전체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해 보세요.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게 젊음의 특권입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법륜스님은 판단의 기준을 분명히 해주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다섯가지 행위를 제외하고는 스무살이 넘었으면 무엇이든지 해도 괜찮다. 그 기준을 명확히 해주니 복잡한 고민이 너무나 단순 명쾌해져 버렸습니다. 부모님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는데 사실은 지원은 받지만 눈치는 안보고 싶은 이기적인 태도임을 짚어준 부분도 정곡을 찔러준 느낌입니다. 부모가 반대하는 길을 가게 되면 부모의 지원을 받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씀에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그에 따른 책임과 과보가 따르는 것이죠. 문제는 그 과보를 받기 싫어하는 마음이 우리들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이겠죠. 질문한 청년이 스님 말씀처럼 도전하는 삶을 마음껏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법륜스님의 새책 <인생수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은 말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행복하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즉문즉설과 함께 쉽고 재미나게 엮어져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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