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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 결과를 수용해야 합니다.



질문자 지금 광화문에서는 매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탄핵 반대를 하는 친박 진영의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갈수록 두 집회가 대결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어요. 친박 진영에서는 촛불집회의 배후에 북한의 사주를 받은 종북 세력이 있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79%는 탄핵을 지지하고 있고, 소수인 15%만이 탄핵 반대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소수의 탄핵 반대 세력이 갈수록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으면서 이념 갈등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촛불집회가 이념 대결의 장이 아니라 국민과 주권자들의 혁명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까요?




질문자가 생각할 때는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북한이 뒤에서 사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질문자  제 생각에는 (북한에서) 전혀 사주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태극기 흔드는 사람들은 뒤에서 누가 돈을 대주니까 저렇게 참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좀 들어요, 안 들어요? 


질문자 그런 의심이 좀 듭니다. (모두 웃음)


남의 일에 대해서는 ‘돈 대줘서 온다’ 이렇게 의심이 들고, 내 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러는 거네요. 질문자부터 그런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화합이 되겠어요? 


물론 촛불집회가 처음 시작될 무렵에는 참여한 사람들 중에 운동권 사람이 주도를 하고 민주노총 사람들도 있었겠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북한의 사주를 받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촛불집회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예요. 하지만 친박 진영 입장에서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비판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사주한 거다’라고 유언비어를 퍼뜨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반대로 질문자가 생각할 때는 ‘태극기 집회에 도대체 왜 사람들이 나오는 걸까’ 싶지만,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돈 받고 나오는 것 같다’ 하는 의심이 자연적으로 드는 겁니다. 이 때 ‘전부 다 돈 받고 왔다’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만약 참석자 중에 돈 안 받고 온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떨까요? 


질문자  억울할 것 같아요.


설령 돈 받고 온 사람들이 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을 무조건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가령 ‘저 사람들은 돈 받고 동원된 사람들이고, 우리는 순수하다’ 라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저 사람들은 북한에서 사주를 받은 사람들이고, 우리는 나라를 위한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사고입니다. 일부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북한에 사주해서 오거나 다 돈 주고 데려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상대를 험담하는 것에 너무 치중해서는 안 됩니다. 


여론조사를 하니까 탄핵 찬성은 79%이고, 탄핵 반대는 15%가 나왔다고 그랬는데, 5천만 명 중에서 15% 정도면 몇 명에요? 


질문자  750만 명이요.


750만 명에서 10명 중 1명만 집회에 나와도 75만 명이 모일 수가 있는 거예요. 이것은 결코 소수가 아니에요. 탄핵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소수이지만 무시해도 될 만한 소수는 아닙니다. 너무 ‘자기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일이든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것이 이 세상이니까요. 


수십 번 여론조사를 했는데도 이 정도의 여론이 나왔다는 것은 ‘탄핵을 지지하는 세력이 훨씬 많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는 다수의 의사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입니다. 그러므로 다수가 지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합니다. 


만약 탄핵 인용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탄핵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법이 살아있다’, ‘재판관이 정의의 편에 서 있구나’ 라고 말할 겁니다. 그런데 반대 세력은 ‘대한민국의 재판관이 다 썩었구나’ 이렇게 말할 겁니다.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탄핵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재판관이 국민의 뜻을 거슬렀다’ 라며 거센 저항을 할 것이고, 반대 세력은 ‘사법부의 승리다’ 라고 말할 겁니다. 


우리는 같은 나라에 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나면 그 내용이 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 결과를 수용해야 합니다. 물론 판사도 사람이니까 틀릴 수는 있어요.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법이 이렇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법을 일단 따라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 법이 반드시 정의롭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법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먼저 그 법을 따른 후 그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이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뜻을 법 절차에 따라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승복을 못하겠으면 이의신청을 하고, 그래도 안 받아들여지면 다음 선거에서 이겨 다수가 되어 법을 개정하면 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렇게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켜줘야 합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면, 결국 혁명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헌정 질서를 무시한다는 것은 결국 혁명을 하겠다는 것인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일일까요? 지금 국민의 79% 이상이 탄핵을 지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탄핵이 기각되면 그 결과를 수용해야 합니다.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말 속에는 ‘부당하게 생각한다면 이의신청을 할 수가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절차적 민주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으니까요.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탄핵이 기각되지 않으면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대응하겠다’ 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지켜야 할 헌법 절차를 무시하는 불법적 행위입니다. 


서로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자세를 가진다면 생각이 달라도 결국 통합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를 나쁘다고 말하고, ‘종북주의자다’, ‘돈 받고 한다’ 이렇게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일부 그런 사람들이 한두 명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러나 집회에 참석한 사람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뜻을 광화문에 나가서 표현할 수도 있고, 대한문 앞에 나가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유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이쪽에서 볼 때 저쪽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저쪽에서 볼 때 이쪽은 나라를 완전히 말아먹는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 관점을 가진다면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탄핵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를 가진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질문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