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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탄핵 표결 D-day, 어떻게 지켜봐야 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

2016.12.09 15기 평화리더쉽아카데미 수료식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스님은 밤새 비행기 안에서 쪽잠을 잔 후 새벽 4시 2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15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이 평화재단에서 있었습니다. 지난 9월 22일 개강하여 12월 8일까지 총 12주 동안 우리사회 각계각층의 리더들의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번 기수는 특히 혼란스런 시국 속에서 갈등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통일 한국의 비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생생하고 치열한 공부를 해왔습니다. 수료생들은 오늘 스님을 모시고 졸업 특강을 청해 들었습니다. 


오늘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있는데요. 수료식에서 스님은 ‘탄핵 표결 결과를 어떤 관점을 갖고 지켜보면 좋을지?’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들려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탄핵 정국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물론 ‘탄핵이 될 확률이 더 높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예측이 맞은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좋든 나쁘든 늘 예상을 빗나가는 역풍이 불었어요. (모두 웃음)


저는 ‘어찌 되어도 좋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먼저 국민들이 원하는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그저 기뻐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 낡은 물은 지나갔으니 새 물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진지하게 내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승리에 도취되거나 보복적인 자세를 갖는다면 우리는 어느 순간 또 건설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파괴만 하는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승리했다고 생각한다면,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패자의 아픔과 죄인의 고통까지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이 있어야 합니다. 더 이상 쓰러진 자를 단죄하는 데에만 에너지를 쏟지 말고, 어떻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서 통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세월호 사건처럼 이번 일이 다시 진보·보수며 좌우 논쟁으로 치달아서 ‘국민적 합의’라고 하는 이 강렬한 에너지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가 마음을 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다수 국민의 바람을 거슬러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너무 크게 실망할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주권을 위임한 국가기관이 대통령과 국회 두 곳입니다. 어느 곳이 더 문제가 많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악과 차악 같은 곳인데,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국회마저도 해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점쟁이처럼 ‘될까? 안 될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요. 되면 좋고 안 되면 나쁜 것은 ‘올바른 전략’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되면 좋고 안 돼도 좋다는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내일 탄핵이 안 된다면 더 큰 힘으로 한국 사회를 더 근원적으로 혁신하는 열망으로 오히려 이 문제를 조금 더 근본적으로, 조금 더 길게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이 열기가 울분이나 낙담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고 합니다. 지난 10여 년 가까이 우리가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나날이 벌어지면서 많은 실망과 울분을 참아왔는데, 지난 6주는 우리에게 해방의 공간이 되어 말할 자유와 행동할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에너지가 혼란으로 가지 않고 건설로 갈 수 있도록 여러분들 각자 자기 있는 곳에서 잘 마무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말씀을 드립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님의 말씀을 경청했습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고 어떤 상황도 절망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에 희망이 느껴졌습니다.


또 스님은 오늘 수료하는 분들이 졸업과 동시에 어떤 마음 자세를 갖고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격려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난 6주는 한국 사회에 있어서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4.19혁명은 경험을 해보지 못했지만 80년 ‘민주화의 봄’ 시기는 저도 지켜봤고, 87년은 주로 시청 앞에서 대단위 집회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민중으로부터 분출돼 올라온 이런 열기들이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10년 안에 이 열기가 몇 번 분출했습니다. 광우병 문제로 인해서 촛불집회가 열렸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겪었고, 세월호 사건이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그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애도를 했었습니다. 그런 불행한 사건마저도 얼마 못가서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되어 극렬한 대립의 산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 현실 앞에서 ‘우리에게 정말 새로운 변화는 불가능한가?’ 이렇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2년 반 만에 다시 거대한 봇물이 새로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들마저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국민의 열기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는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제성장은 점점 둔화되고, 민주주의는 점점 후퇴하고, 남북관계는 점점 나빠지고, 청년들에게 희망은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대한민국은 외견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 속에 사는 국민들이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점점 늘어나는 사회는 아니었습니다. 남이 보기에 좋은 사회였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좋은 사회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이런 민중의 실망이 분출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에너지가 단순히 불만을 토로하고 세상을 파괴하는 쪽으로 가지 않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더 크게는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된다는 남북 합의를 이루어 평화가 확실히 뿌리내리길 바랍니다. 지난 70년 간 우리가 겪은 고통의 가장 큰 근원인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희망이 보이는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희망을 만들고자 12년 전에 평화재단이 창립됐고, 8년 전에는 평화리더십 아카데미가 출범했습니다. 올해를 계기로 해서 평화재단 또는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도 이제 활동이 좀 달라지리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는 겨울의 모진 북풍에 얼어 죽지 않고 봄을 맞을 준비를 했다면, 이제는 따뜻한 봄날을 맞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의 삶은 여러 영역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주권자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의 주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치를 불신하고, 정치에서 소외되었습니다. 마치 왕조시대의 백성들처럼 심리적으로 억눌리는 상태를 지속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정치의 영역에 시민으로서 눈을 떠야 합니다. 우리가 대통령과 국회에게 위임해준 국가 권력이 제대로 행사되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하고, 위임된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회수해야합니다. 국가의 주인으로서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참된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돼야 할 것입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우리가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이다. 우리가 사는 남한이 통일의 주체다. 통일 대한민국이 동아시아 공동체의 주체다. 이 동아시아의 공동체가 인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하는 세력이다’ 이런 자부심과 희망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런 내일을 바라보고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이렇게 공부를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인식의 폭을 넓힌 것에 불과합니다. 이제 수료식을 마치고 나면 그동안 각자 쌓아온 경험과 기술과 지식, 그리고 여기서 배운 연대감과 비전을 가지고 통일 대한민국의 주역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노래로 불리었던 ‘아시아의 등불’, ‘동방의 등불’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통일 대한민국을 여러분들이 건설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이웃 나라들과도 공동 번영하는 희망의 주역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오늘 수료식에서 여러분께 전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한국에 와서 사는 중국 동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는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희망을 가지고 왔는데 한국 사회가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붕괴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됩니다. 한국에 와서 생활하는 우리가 어떻게 한국 사회를 바라봐야 하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러분들이 한국에 올 때 한국에 굉장히 큰 기대를 갖고 왔기에 한국에 와서 실망들을 많이 했을 겁니다. 한국 사회는 여러분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좋은 점만 있는 사회는 아닙니다. 어느 정도냐면 백만 명이 광장에 모여 저렇게 한 달 내내 아우성을 쳐도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사회입니다.(모두 웃음) 



또 한국 사회에 지나친 실망을 했다면 그것 또한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5주 동안 백만 명이 광장에 모여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고함을 쳐도 잡혀가는 사람 하나 없는 이런 세상이 또 어디 있겠어요? (모두 웃음) 


백만 명이 모여도 사고 하나 없고, 잡혀가는 사람 하나 없고, 쓰레기 버리는 사람 하나 없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좋은 사회입니까?



이처럼 한국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나라도 아니고,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나라도 아닙니다. 우리는 저 아우성 속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고, 저 아우성 속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봅니다.


그런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지만 문제가 좀 있으니까 이건 개선을 해야 해요.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바탕 위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갖는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우리 힘으로 건설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여기서 배운 것들을 내년부터는 사회 속에서 좀 실천해 주십사 하고 간곡히 부탁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열정이 담긴 간곡한 말씀에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인사 말씀을 한 후 오늘 수료하는 한분 한분에게 수료장과 개근상, 정근상을 각각 나눠 주었습니다. 그리고 환한 웃음으로 ‘함께 통일한국을 향해 나아가자’는 무언의 말씀을 하듯 수료생들의 손을 꼭 잡아 주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도 자신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보고 어떻게 에너지를 쏟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우리나라의 미래도 마찬가지겠지요. 스님 말씀처럼 이제는 따뜻한 봄날을 맞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우리나라가 피워낼 꽃을 응원합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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