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즉문즉설

“N포 세대, 통일에 관심 갖기 어려워요.” 법륜 스님의 답변

2016.12.02 즉문즉설 <청년, 평화 그리고 통일>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스님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안철수 의원실과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초청으로 청년들과 함께 ‘청년, 평화 그리고 통일’을 주제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며칠 전 즉문즉설에서 만났던 중국동포들의 고민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중국동포들은 한국 내에서 부정적 이미지와 시국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올 때는 많은 기대를 하고 옵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면 실망을 많이 해요. 지금 대한민국은 1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주권을 돌려달라고 아우성 쳐도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문제가 많은 나라입니다. 이렇게 보면 실망스런 나라죠. 그런데 또한 100만 명이 거리에서 마음껏 소리를 낼 수 있는 나라기도 합니다. 100만 명이 모여도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다친 사람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만약 중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천안문 사태 때처럼 탱크로 밀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 위에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건설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그것처럼 분단도 지금 우리에게는 가장 큰 불행인 동시에 통일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통일 코리아를 꿈꾸며 나아가봅시다.”


긍정 위에 비판을 가져야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씀에 박수갈채가 쏟아지면서 강연이 시작됐습니다. 


스님은 어떤 질문이나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마음껏 해보라며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30대 여성 분은 아들이 군대 가기 전에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평범한 시민이 통일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저에게는 일곱 살, 다섯 살 아들 둘이 있는데 이 아이들이 커서 군대 갈 시기가 되기 전에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게 제 간절한 소망입니다. 저는 직장인인 동시에 두 아들의 엄마일 뿐이지만, 제가 일상에서 통일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여러분께 제가 솔직하게 고백할게요. 제가 통일 운동을 20년 동안 해 보니 민간차원에서는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모두 웃음) 


 



왜냐하면 통일은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문제가 종합적으로 운용되어야 해결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통일을 하려면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합니다. ‘통일로 가는 길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필코 새로운 나라를 건설 하겠다’는 비전과 결단이 있어야 가능해요. 남북한이 모여서 축구대회를 한다거나, 금강산 관광을 허용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두 번째, 북한은 미래에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할 유일한 상대인 동시에 현재는 가장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입니다. 완전히 모순적이지요? 우리가 아무리 미국과 친하다 해도 미국과 통일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 적대국가인 동시에 우리와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유일한 국가가 바로 ‘북한’이에요. 이런 모순적인 현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의 위협에 대응할 공고한 국방정책도 있어야 하지만 그런 정책들을 공격적인 관점에서 세워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현실적 위협이 있기 때문에 방어태세는 확실하게 갖추고 있어야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통일은 남북한끼리 대화만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에요. 남북 간 대화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지만 거기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이해, 또 러시아와 일본의 이해까지도 다 조율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통일문제는 곧 외교문제입니다. 그것도 작은 나라들과의 외교문제가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 큰 패권국인 G2, 즉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외교가 통일에 있어서 관건입니다.  


마지막으로 통일문제는 곧 경제문제입니다. 북한개발을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이 필요합니다. 개발에 드는 재정은 단순히 소비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성격도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개발은 우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이와 같이 통일을 향한 비전제시, 국방정책이나 경제정책 수립 등은 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 질문자나 저와 같은 민간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아까 ‘통일을 위해서 민간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모두 웃음)  


“그렇다면 스님께서 만나본 정치인 중에서 평화통일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저에게 알려주실 수는 없나요?” (모두 웃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하시면 안 되지요. (모두 웃음)


대신 결론적인 말씀을 드릴게요. 통일을 위해서 민간인이 할 일은 별로 없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바로 ‘통일을 추진할 정부를 구성할 권리’가 있습니다. 통일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그 정부를 구성할 권리는 바로 우리 국민에게 있다는 거예요. 통일을 가장 확실하게, 또 평화롭게 추진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우리가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를 구성하는 겁니다. 그건 헌법에 보장되어있는 국민의 권리입니다. 


다음 선거 때 여러분께서는 어떤 사람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시대를 앞당기는 데에 있어서 적임자인지 잘 보고 선택하신다면 저는 그게 바로 민간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통일운동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모두 박수)  


 



스님이 20년 동안 통일운동을 한 결과 알게 된 사실을 질문 하나로 알 수 있었네요.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질문에서는 한 청년이 통일이 중요한 것은 알겠지만 요즘 청년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 통일에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며 막막한 심정을 꺼내놓기도 했습니다. 

 

 



“22살 청년입니다. 요즘 청년을 표현하는 신조어 중에는 연애, 출산, 결혼을 포기한다는 뜻의 ‘3포 세대’, 더 나아가 ‘5포, 7포 세대’가 있습니다. ‘88만 원 세대’, ‘헬조선’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르러서, 다들 스펙을 쌓기 위해서 여념이 없어요. 청년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생존을 위해 싸우느라 평화통일을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질문자에게 하나 물어볼게요.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을 했던 수많은 민족 지사들의 생활이 다 안정되어 있었을까요? 살기 어려웠을까요?” 


“살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네. 요즘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유행하던데, 조선 말기에도 ‘이게 나라냐’고 한탄할 정도였어요. 요즘은 그때보다는 나은 겁니다. 당시에는 ‘나라’라는 게 도대체 백성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백성을 착취하고 핍박했잖아요. 그러니 백성들이 압록강, 두만강 건너 중국으로 가서 황무지를 개척하며 살았던 거예요. 이미 그렇게 고향 떠나간 그분들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관계없는 심정일 수 있지요. 

 

그런데 나라가 망하자 그 나라에서 녹을 먹던 관리들이 제일 먼저 나서서 나라를 되찾으려해야 할 텐데 그런 관리들 중에서는 아무도 나서서 독립 운동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오히려 나라로부터 온갖 핍박을 받아서 제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분들이 나서서 독립운동을 했지요. 당시 연해주나 연변에 흩어져 살던 우리 조상들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니까 독립자금으로 쌀 한 되라도 내고, 귀한 아들들을 독립군으로 보냈습니다. 그분들이 그렇게 싸워주신 덕분에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던 거예요. 


그렇다고 그 당시 사람들이 전부 다 독립운동을 한 것도 아닙니다. 전 국민이 다 광화문으로 나와야만 이 국정혼란이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100만 명이 광화문에 나왔다면 전 국민의 2퍼센트인데 효과가 있었어요. 그런 것처럼 모든 청년이 다 전적으로 통일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일제 시대에 공부 잘 해서 학교선생, 경찰, 판․검사 등이 된 사람들도 있어요. 그 개인 나름대로는 착실히 살아서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독립이 되자 자신의 성공이 오히려 친일세력이라는 실패의 인생이 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 길보다 나라를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독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성공’보다 더 근본적인 일이 바로 모두의 성공인 독립이니까요.


 



금 경제침체와 국정혼란 속에서도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개개인이 스펙을 쌓아서 어서 빨리 공무원 한 자리라도 차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바로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를 개선하는데 동참하는 게 오히려 우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더 빠른 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현실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면 불평만 하기 쉬워요. 그것도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의 해결책만 내놓다보면 이 문제는 계속 되풀이하게 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연애를 하는데도 돈이 필요하고, 또 돈이 없어서 연애를 잘 못한대요. 연애를 하려면 돈이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해요. 어떤 청년이 공부도 해야 되고, 연애도 하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은데 다 할 수가 없대요.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랑 술집에서 술 마시면서 공부 이야기를 하면 셋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광화문에 나가더라도 촛불 들면서 공부도 하고, 피켓 들면서 시국 토론도 할 수 있잖아요. (모두 웃음) 


 



이렇게 같이 하면서 모든 과정을 즐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너무 심각하기만 하면 오래하지 못해요. 사람들이 시국 이야기 하면서 괴롭다고도 하는데, 시국이 안 좋으면 개선하려 하면 되지, 괴로워할 일은 아니에요. 다람쥐나 토끼도 괴롭게 살지 않는데, 왜 사람이 괴롭게 살아야 할까요?


젊은이들도 사회를 보고 한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개혁이 필요하면 그에 맞는 정치적인 활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젊은이들이 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왔지 기성세대가 대신 개척해 준 역사가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들 앞에 놓인 문제들도 여러분 스스로 해결 해나가야 해요. 


그것이 정치적인 문제라면 정치가들이 대신 해결해주기를 기다릴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정치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기성세대들에게 ‘젊은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주세요’하는 것은 일종의 노예근성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관점을 갖고 ‘정치적인 행위’를 해야 해요.


‘정치적인 행위’라는 것은 꼭 국회의원이 되거나 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개인의 삶에서는 많은 문제들이 서로 연관되어 함께 작용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예요. 


국가가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을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우리 개개인의 삶이 달라집니다. 가령 22조원을 4대강 사업에 쓸 것인지, 아이들의 교육에 쓸 것인지에 따라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그러니 그런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국민들이 감시를 잘 해야 합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의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최순실씨의 공덕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웃음) 


 



왜냐하면 지난 2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들은 정치적으로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상관없이 자신의 스펙 쌓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렇게 세상에 관심이 없다가 이번 사태가 불거지니까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중, 고등학생도 나오고 초등학생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단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경상도 제 고향에 있는 80대 할아버지들까지도 의식이 확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을 수입해오라는 할아버지도 계셨어요. (모두 웃음)


최순실씨 같은 사람들을 역행보살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그릇된 악행의 결과로 세상사람들을 깨우치게 하는 거예요. (모두 웃음과 박수) 즘처럼 남 눈치 안보고 자기 견해를 마음껏 이야기할 때가 얼마만입니까. 예전에는 이슈가 될 것 같은 이야기는 스스로 조심하게 되고, 혹시나 도청하는 건 아닌가 하고 움츠러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걱정이 전혀 없잖아요. (모두 웃음)


 



그러니 젊은이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밝히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기회를 혼란스럽게 놔두지 말고요. 1961년 5․16 군사정변 때처럼 예상치 못한 세력이 장악하게 한다든지, 1987년 때처럼 민주세력이 분열되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해요. 


그럴 때, 아무리 답답해도 욕설하거나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자기 의사를 조리 있게 말하고, 길거리에 나가서도 악을 쓰기 보다는 즐기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어요. 지금 정국을 보면 자칫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보입니다. 즐거워야 오래갈 수 있지 괴로우면 중간에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긍정적인 바탕 위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기성세대가 늘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다가 청년들에게 갑자기 알아서 하라고 하니 난감하지요?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뀔 때는 늘 청년들이 일어나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왔어요. 


동학농민혁명을 봐도 다 젊은이들이 중심이었고, 4․19혁명 때도 젊은이들이 중심이었고, 87년 민주항쟁 때도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젊은이들이 들고 일어나서 에너지를 모을 때 비로소 사회가 바뀝니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통일도 꿈꾸어봤으면 합니다.” (모두 박수) 




청년들보다 더욱더 기운 차 보이는 스님의 열정적인 강연에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특히 동학농민운동, 독립운동, 4.19혁명, 87년 민주 항쟁 등 청년들이 주축이 되었던 역사적 경험들을 상기시켜 주자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모든 기성세대는 한 때 젊은이였고 지금 젊은이들도 기성세대가 되겠지요. 한 때 뿐인 젊음, 누구나 행복하고 신바람 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이 삼포하는 헬조선이 아니라 새로운 통일 코리아를 꿈꿔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