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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이 와중에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이라니요?" 법륜스님의 답변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 제15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에서 <갈등의 대한민국, 화합과 통합의 길 찾기>라는 주제로 강연이 있었습니다. 




제15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은 지난 9월 22일부터 12주 과정의 커리큘럼을 갖고 매주 목요일마다 다양한 강의와 토론을 펼쳐오고 있는데요. 3주 전, 지난 10월에는 경주역사기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지난번에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죠?” (모두 웃음) 



3주 만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수강생들의 웃음 속에 많은 것들이 묻어 있었습니다. 


“네. 오늘의 주제는 갈등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하는 주제인데요. 갈등이란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있는 겁니다. 사람이 모이면 견해 차이가 생기고, 이해관계 때문에 다투게 됩니다. 그러면 안 만나면 되잖아요. 그런데 왜 사람은 서로 만나서 다투며 살까요? 그것은 함께 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함께 있으면 또 갈등이 생깁니다. 그 원인은 이해관계와 하나는 견해차이입니다. 이해관계로 다투는 것을 욕심, 견해차이로 다투는 것을 성냄이라고 합니다.”



스님은 먼저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과 견해 차이에 따른 갈등을 철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개인 간의 갈등에서부터 사회적인 갈등까지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로 이해를 도왔습니다. 



집중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강의기 진행되었는데요. 1시간여의 강의 후 스님에게 질문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의 중에 들었던 의문이든, 평소에 들었던 의문이든 무엇이든 질문해도 좋다는 말에 수강생들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하야, 탄핵 정국에 묻히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통일에 관한 질문이 있었는데요. 혼란한 틈을 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질문과 문답을 소개해드립니다. 



“요즘 하야, 탄핵 정국에 맞물려서 간과되고 있는 문제가 한 · 일 군사정보보호협정입니다. 언론에서도 조금씩만 다루고 있어서 그에 대한 정보도 충분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어떻게 풀어야할지 궁금합니다.”  


1. 국정혼란 틈타 속전속결 가서명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명박 정부 당시 비공개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려다가 하루 전에 들통이 났는데, 국민여론이 너무 나빠서 보류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계속 추진해오다가 지난 14일에는 일본에서 가서명을 했어요. 17일 차관회의, 22일 국무회의 통과 후 대통령이 서명해 버리면 발효가 되는 겁니다. 이건 파장이 큽니다. 


2. 필연적인 중국과의 마찰, 북한 핵 실전 배치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드 배치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건 중국을 자극하게 되고, 그러면 중국도 우리에게 이제 노골적으로 얘기하게 되겠지요. 북한이 핵개발 하는 건 중국도 반대해요. 그러나 북한이 무너지는 것도 중국이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은 한국과 미국과 협력하여 북한 핵 개발을 저지하는 북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붕괴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 저지하는데 필요한 만큼만 제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어쨌든 한국이 일본이나 미국 쪽으로 너무 기울어지는 걸 막으려고 박 대통령이 방중 했을 때 칙사 대접을 했습니다. 그래도 안 되니까 결국 북한을 껴안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북한 핵 폐기’ 전략도 북한제재 국면에 구멍이 뚫리게 되니까 우리의 전략을 관철시키기가 어려워진 거예요. 미국의 북한 핵 폐기 전략도 실패했다고 봐요.


그럼 전략을 북한 핵 대응전략으로 바꿔야 되겠지요. 우리도 핵을 개발하자든지, 전술 핵을 배치하자든지, 사드를 배치하자든지, 이런 건 북한 핵 대응전략인데, 이건 그 자체로 북한 핵을 용인한다는 얘기예요. 그럼 또 우리는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 거냐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한국의 대북정책은 어쨌든 북한 핵 폐기전략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바마 정부 8년간 북한을 내버려둔 무시 전략의 결과, 결국 대북 핵 폐기전략은 실패한 거예요. 이건 미국도 지금 다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되냐면, 하나는 군사적으로 대응하자고 나오고 있지요. 다른 하나는, 북한 핵을 우리가 용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개발한 걸 자꾸 없다고 해봐야 안 되니까, 우선 핵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한 양보안을 내놓아야 된다는 겁니다. 이건 얼마 전에 미국 국가정보국(DNI) 클래퍼 국장이 “핵 폐기전략은 실패했다. 이제는 군사 작전을 하든지 과감한 협상안을 내놓든지 해야지, 북한 핵 무기 위험도가 점점 높아지는데 계속 미련을 갖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고 한 얘기와 같은 맥락입니다. 


3.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중지 되어야합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렇게 서두를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실 국민감정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국정농단사건’이라는 혼란 속에서 그냥 속전속결로 넘어가고 있는 거예요. 이 협정은 중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야당은 지금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국면의 초점이 흐려질까 걱정되어서 성명서 하나 내고 말았어요. 시민단체도 최순실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국민여론이 발칵 뒤집어져서 각의에서 통과되기로 한 날 중지됐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개적으로 막 진행이 되고 있어도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시민단체 관계자 몇 명만 얘기하는 수준으로 그냥 넘어가고 있는 겁니다. 


오늘 하루만 보면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1년, 2년, 3년 이렇게 지내 놓고 보면 큰일이에요.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를 합방시킬 때 1905년에 을사조약 맺고, 1907년에 군대해산 하는 식으로 순서를 밟았잖아요. 한·일 합방을 1910년 8월 22일에 결정하고, 25일에 발표를 하려 했는데 28일이 순종황제 등극 4주년이었어요. 그래서 조정의 연기 요청을 받아서 28일에는 순종황제 등극을 축하한다며 외교관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여는 등 난리를 피우고 8월 29일에 합방을 했습니다. 씁쓸하지요? 



4. 누구를 위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인가 -미국의 對중국봉쇄전략


미국이 對중국전략에 있어서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 요구했던 것은 2가지입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과 한·일 간에 군사협력관계를 갖는 것이에요.


미국은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아시아전략으로 일본을 재무장 시키고 군사 안보 역할을 상당히 넘겨주었습니다. 미국 혼자 힘으로는 벅차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지요. 벌써 10년 전부터 ‘조셉 나이 보고서’(2007년 발표된 ‘제2차 아미티지 보고서’의 공동저자. 하버드대 교수)에 따라 일본 재무장을 진행해 왔어요.


일본은 미국의 이러한 필요를 받아들이고 거기다 자기들의 요구도 얹어서 같이 풀어나갔습니다. 그것은 패전 70주년을 기해서 일본이 갖고 있는 패전국가로서의 멍에를 벗고 정상국가화하려는 것입니다. 그동안 일본은 자기 나라 군대에 ‘국군’이라는 말도 못 쓰고 그냥 ‘자위대’라고 했는데 이제는 공격도 할 수 있는 군대와 국방부도 만들고, 승전국 미국이 패전국 일본에게 강요했던 헌법을 개정해서 일본을 완전하게 정상국가화 하려는 거예요.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재무장화’인데, 일본 입장에서는 ‘정상국가화’인 거죠. 일본 입장에서 볼 때 과거 패전국가로서 맺었던 종속적 미·일 동맹에서 자주적 미·일 동맹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일본이 하나의 자주국가로서 미국과 당당하게 상호이익을 위해 동맹을 재정립한 거예요.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방어를 위해 일본을 이용하는 한편, 여러 가지 전략적 안보 태세를 갖추었습니다. 그러자 중국도 미 항공모함에 대한 공격 또는 방어를 위해 미사일 둥펑(東風)을 배치했습니다. 이에 대응해서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에워싸는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인도’와 중동으로 ‘터키, 우크라이나, 발틱 3국,’ 까지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MD 체제 (Missile Defense)입니다. 


MD체제 중 지금까지 한국이 빠졌어요. 왜냐하면 한국이 MD체제에 참여하게 되면 중국과 적대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지금까지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망체제 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를 구축했어요. 그런데 미국은 계속 한국이 MD체제로 들어와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었습니다.


또 미국은 중국 방어를 위해 한·미·일 군사동맹체계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과 미국의 군사동맹은 맺어져 있지만 한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은 일체 이루어지지 않고 있잖아요.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도 군사 동맹을 맺어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할 때 작전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보는 겁니다.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 때도 요구했고,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외교적 실례가 될 정도로 한·일간 군사협력을 요구했습니다. 그래도 박근혜 정부가 초기에는 그걸 잘 막아냈어요. 그런데 결국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겁니다. 


5. 한국이 처한 어려움


이 문제가 한국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북한 위협에 대해서 긴밀히 협력해야 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팽창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한·미 간 군사협력을 강화해야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에 적대적인 건 우리의 이해에 안 맞잖아요. 그리고 한·일 간 과거사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 동족인 북한을 상대로 한·일 간에 군사협력을 한다는 건 우리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습니다. 


또 중국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은 원래 있었지만, 한국이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어서 중국의 안보에 부담을 준다면 그건 중국으로서 굉장히 불쾌한 일일 것입니다. 국익이라는 건 안보문제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따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가능하면 한·미 간 동맹관계를 강화하되, 한·중 간 협력도 돈독히 하는 식의 입장을 유지해 왔는데, 지금 한·일 간 군사협력을 하게 되면 한·중 간에 갈등이 깊어져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고 통일로 가는 길에 중국의 협력을 얻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북한 도발에 대한 미사일 방어망이 이미 준비돼있습니다.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킬 체인(Kill Chain)도 있고, 저고도 방어망도 있고, 고고도 방어망은 사실 바다에 있는 이지스함(AEGIS)에 SM3 요격미사일을 설치만 하면 됩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고고도 방어망이 필요 없다고 판단해서 이지스함에 설치를 안 했을 뿐이에요.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주장하는 근거는 일본에서 북한 군사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경우, 일본의 이지스함에 있는 레이더들과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거지요. 


어쨌든 결국 일본이 언제든 한반도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그런 쪽으로 하나씩, 하나씩 더 나아가는 상태예요. 


6.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일본과 관계를 단절하거나 미국을 반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가 미국이니까 우리는 앞으로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견고히 해야 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동맹은 한국 전쟁 후 한국을 미국이 구해준 상황에서 맺어졌어요. 사실 말이 동맹이지 종속적 동맹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도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미동맹은 한국이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맺는 자주적 한·미동맹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은 한반도에 있어서는 한국의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의 국익’이라는 건 뭘까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게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통일의 가능성도 열어야 된다는 것이지요. 동맹국인 미국이 이걸 막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이번만큼은 미국이 한국의 이해를 좀 우선 해 달라. 나머지는 우리가 미국의 전반적인 이해에 협력을 하겠다’는 관점을 분명히 하기만 하면 충분히 관철시킬 수가 있습니다.


다음 주로 예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통과된다면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사건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각성을 해야 하는데, 지금 국가상황이 워낙 위중하다보니 다들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서두를 일도 아닌데 서두르는 걸 보면, 이 자체가 ‘권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정국 상황이 이렇다보니 막 묻어서 넘어가려는 것 같은데, 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봐야한다고 봅니다.”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의 눈빛은 한층 더 진지해졌습니다. 한일 합방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는데요. 내용이 다소 무겁고, 어렵지만 꼭 알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시간이 다 되어 추가 질문은 받지 못하고, 스님은 강당을 나왔습니다. 수강생들은 이어서 오늘 강연을 들은 내용에 대해 조별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국에서 촛불이 밝혀지고 있는 지금,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또 다른 중대한 국가 사안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공감하고, 공유하고 댓글 다는 것으로도 촛불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럼 행복한 하루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