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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고3 수험생인데, 학과 선택을 못하겠어요.” 법륜스님의 답변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행복한 대화는 경기도 일산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있었는데요. 지나놓고 보면 큰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수험생들에게는 결전의 날이었겠지요. 입시 틈바구니 속에서 고생한 수험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오늘 즉문즉설은 진로를 고민하는 고3학생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은 고3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진로 고민을 상담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성년으로 지혜롭게 사는 법, 부모가 자녀를 교육할 때의 자세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 학과 선택,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저는 고3 수험생입니다. 제가 이번에 지원한 학과는 호텔경영학과와 항공서비스학과인데요. ‘호텔리어(Hotelier)’와 ‘승무원’은 취업준비과정이 매우 달라서 둘 중 한 대학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되요. 그런데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게 호텔리어인지, 승무원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선택하기가 어려워요.” 


“질문자는 둘 중에 어느 걸 더 좋아해요?”


“저는 서비스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호텔리어도 승무원도 둘 다 서비스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선택을 못하겠어요.” 


“그래도 둘 중에 하나 고르라고 하면 어느 게 더 좋아요?”


“지나가는 승무원을 보면 승무원이 정말 하고 싶어지고, 오늘처럼 이렇게 호텔에 오면 호텔리어가 정말 하고 싶어집니다.” (모두 웃음)


“그러면 여기서 나갈 때 호텔리어 언니한테 한 번 물어봐요. 그리고 승무원 언니한테 가서도 물어보고요. 어떤 걸 물어보느냐면, 호텔리어와 승무원을 지원할 수 있는 나이가 각각 몇 살까지인지 물어보세요. 그래서 더 어린 나이에 지원해야 되는 쪽을 먼저 해 보고, 안 좋다 싶으면 나머지를 나중에 해 보세요.(모두 웃음) 그 순서대로 해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더 어린 나이에 지원해야 되는 게 승무원이라면 먼저 항공서비스학과를 전공하고, 호텔경영학과는 부전공하는 겁니다. 일단 20대 때는 항공서비스를 먼저 해보고, 그걸 해 보니까 재미가 있으면 그걸 계속 하고, 막상 재미가 없으면 호텔서비스로 바꾸면 됩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경우에는 학교 다닐 때 남보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돼요. 질문자가 ‘둘 다 하고 싶다’는 건 욕심이 많다는 건데, 그렇게 욕심이 많으면 몸이 좀 피곤한 거예요. 그러니 하나를 전공하고, 하나는 부전공하면 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만 더 여쭤 봐도 될까요?”


“공짜라고 계속 묻는 거예요? 해 보세요.” (모두 웃음) 



# 스무 살 이후 부모님과의 관계



“저희 부모님도 오늘 같이 오셔서 뒤에 계시는데요, 제가 부모님께 외박을 허락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아빠가 무척 보수적이시거든요.” (모두 웃음)


“질문자는 한국 나이로 성년이 되는 때가 언제예요?”


“내년 10월이에요.” 


“그럼 내년 10월까지는 일단 부모님께서 허락 해주시면 나가고, 허락 안 해주시면 안 나가면 됩니다. 왜냐하면 질문자는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20살이 되면 친구들과 많이 놀고 싶거든요.”    


“질문자가 20살이 넘으면 외박하고 싶을 때 외박하면 돼요.” 


“부모님께서는 허락을 안 하겠다고 미리 단칼에 잘라서 말씀하신 상태예요.”   


“그래도 질문자가 성년이 되면, 외박하고 싶을 때 하면 됩니다.(모두 웃음) 그 대신 손실이 좀 따릅니다. 부모님께서 질문자를 집에서 내보낸다든지 할 수도 있지요.(모두 웃음) 



미성년자는 최종결정권이 본인에게 있는 게 아니라 부모인 보호자한테 있어요. 옛날 왕조시대 때에도 왕이 미성년자일 때는 결정권이 본인이 아니라 어머니께 있었습니다. 왕이라도 미성년자일 때는 자기가 어떤 결정을 못 합니다. 부모가 그 미성년자의 보호자이기 때문이에요. 만약 부모가 안 계시면 다른 사람이 보호자가 되는 것이고요. 보호자는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미성년자는 보호자의 최종결정을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어요. 


대신 자녀가 성년이 되면 부모는 자녀를 더 이상 돌볼 의무가 없어집니다. 부모님께서 내일이라도 ‘너는 오늘 성년식 치르고 나서 내일 딱 집을 나가거라.’ 하면 질문자는 집을 나가야 해요. 안 나가려면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되고요.(모두 웃음) 


20살이 넘으면 부모와 자식은 성인과 성인으로서 사회계약 관계입니다. 질문자 마음대로 살고 싶다면 부모의 지원이 끊기는 각오를 해야 하고, 부모의 지원을 기대한다면 부모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돼요. 직장에 나가는 건 직장에서 돈을 주니까 일해 주러 나가는 거잖아요? 그럴 때 직장에서 나한테 시키는 게 좀 마음에 안 들어도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해요? 안 따라야 해요?” 


“따라야 해요.” 



“그렇죠. 왜냐하면 직장과 직원은 계약관계이니까요. 그런 것처럼 부모와 자식도 자식이 성인이 되면, 성인과 성인의 계약관계가 되는 거예요. 질문자도 성년이 되면 아버지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질문자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어요. 대신 질문자도 아버지의 지원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해요. 부모님께 학자금을 받아야겠다면 그만큼 부모님의 의견을 수용해야 됩니다. 부모님께 밥을 얻어먹거나 부모님 집에서 잠을 잔다면 그만큼 부모님의 의견을 들어야 되는 거예요. 


부모님은 성년이 된 질문자를 지원해 줄 의무가 없는데 왜 계속 지원해 주는지 알아요? 부모님 말을 잘 듣는 질문자를 보는 재미로 지원을 해 주는 거예요.(모두 웃음) 


스스로 계산해 보세요. 요즘 서울에서 지금 질문자가 자고 있는 방 하나 얻으려면 한 달에 최소 50만 원은 줘야 하잖아요. 게다가 식사비, 의류비, 학자금 등등 계산해 보면 한 달에 100만 원은 넘게 들 거예요. 질문자는 몇 번 잔소리 듣고 100만 원을 버는 게 낫겠어요? 아니면 커피숍에 가서 시간당 최저임금 6,000원 받고 일하며 독립하는 게 더 낫겠어요? 


질문자가 계산해 보고 지혜롭게 선택하면 됩니다. ‘아버지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된다’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억압하며 살 필요도 없고, ‘아버지, 왜 잔소리를 하세요?’ 라고 불평하며 살 필요도 없습니다. 질문자가 성인이 되면 부모님과 질문자는 사회 계약관계이니까 질문자 스스로 생각해 보고 결정하면 되는 거예요.” 


“감사합니다.”(모두 웃음과 박수) 



질문한 고3 학생이 활짝 웃자 청중들도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침 청중석에는 질문한 고3 학생의 부모님도 함께 자리했는데요. 스님은 부모님을 위해서도 자녀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 부모가 자식한테 자꾸 화를 내면 아이의 심리는 억압이 됩니다. 


“부모는 어린 자녀를 야단치거나 어린 자녀에게 화를 낼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밥 안 먹는다’라고 하면 ‘그래? 쌀도 없는데 잘 됐다’ 라고 하면서 밥상을 치우면 됩니다. 뒤늦게 아이가 ‘이제 밥 달라’ 하면 ‘치워버렸는데, 어쩌지? 네가 찾아서 먹어라’ 하면 됩니다. ‘아까는 밥 주니까 안 먹더니 왜 또 달라고 그러냐? 귀찮다!’ 라고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엄마가 자식한테 자꾸 화를 내면 아이의 심리가 억압이 됩니다. 아이 심리가 억압이 되면 아이는 나중에 커서 저항을 합니다. 자식이 저항을 하면 부모가 금방 알아차려야 해요. ‘아, 아이의 심리가 억압이 되어 있었구나’ 하고요. 심리를 억압하는 건 좋은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최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 때 국민들은 이번 사건만 가지고 분노하는 게 아니에요. 그 전부터 여러 사건 때문에 분노하긴 했지만 약간 두려웠거나 눈치가 보여서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심리가 억압이 되어 있다가 이제야 한꺼번에 분출된 겁니다. 여러분도 화를 한 번 참고, 두 번 참고, 세 번 참다가 터뜨릴 때는 세게 터뜨리게 되잖아요. 그런 것을 봐도 억압은 좋은 게 아닙니다. 


아이에게 밥 먹으라고 잔소리 할 필요도 없고, 아이가 밥 다시 달라 한다고 성질 낼 필요도 없어요. 다만 ‘밥 준비됐다’ 라고만 알려주고, 아이가 와서 안 먹으면 치우고 나가면 됩니다. 아이가 ‘밥을 다시 달라’ 라고 하면 찾아 먹으라고 하고요. 그런 상황이 반복될 때, 아이 버릇을 고치겠다고 ‘넌 밥 먹지 마라’ 라고 하면 안 됩니다. 그건 부모자식 간에 부모 말 좀 안 들었다고 아이에게 밥을 안 주는 건 보복에 속합니다.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면 부모가 조금 희생을 해야 합니다. 부모도 저녁을 안 먹고 굶으면 돼요. 아이가 ‘엄마, 밥 줘’ 라고 하면 ‘아이고, 엄마도 배고픈데 네가 밥 좀 해라. 엄마가 지금 아프다’ 하고 누워있는 겁니다. 아이가 ‘엄마, 내가 밥을 어떻게 해?’ 라고 하면 ‘그래도 너는 안 아프잖아. 엄마는 아프다’ 라고 하면 됩니다. 그렇게 저녁을 굶으면 돼요.(모두 웃음)


이튿날 아침에도 아이가 ‘엄마, 아침밥은?’ 하면 ‘엄마는 아직도 아프다’ 면서 계속 누워있으면 돼요. 이건 보복이 아니잖아요. 엄마는 밥 먹으면서 아이한테는 ‘내 말 안 들었으니까 너는 먹지 마라’ 하는 것과 다릅니다. 그렇게 한 3일만 굶으면 아이가 ‘엄마, 잘못했어요. 앞으로 밥 잘 먹을 테니까 빨리 일어나세요’ 라고 할 거예요. 그러면 ‘네가 그렇게 반성을 하니까 엄마 병이 싹 나았다’ 면서 일어나면 됩니다.(모두 웃음)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 할 때도 아이를 야단치면 안 됩니다. 말을 안 듣는 아이는 나쁜 아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어리석어서 그런 거니까요. ‘어리다’는 말은 ‘어리석다’는 말에서 나온 거거든요. 엄마는 어리석은 아이를 깨우쳐줘야 되고, 선생님은 어리석은 학생을 깨우쳐야 되는 것이지, 나쁜 아이, 나쁜 학생이라고 벌을 주면 안 돼요. 그렇게 하면 아이들 교육이나 교화가 안 됩니다. 일단 어른이 명령하면 그냥 복종하다가 나중에 힘이 생기면 저항하는 게 반복됩니다. 왜냐하면 아이의 심리가 억압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심리를 억압하면 안 된다는 말씀에 청중들도 공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교육열이 높은 일산 지역에서 열린 강연이여서 그런지 스님의 말씀이 더욱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 정치인은 뭐하나요? 


특히 오늘 강연에는 김종인  전 대표님(더불어민주당, 현 국회의원)도 참석해 맨 앞자리에 앉아 스님의 말씀을 경청했습니다. 스님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라고 묻자, 김 전 대표님은 “스님 강연 들으러 왔습니다” 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김 전 대표님을 무대 위로 안내한 후 몇 가지 질문을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이야기하며 김 전 대표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이 분개해 있습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은 하야를, 3분의 1 이상은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이 정도까지 표현해주었으면 이제 뒷수습은 정치인이 해야 하는데, 이것까지 국민이 해야 할까요? 전부 다 국민들이 할 것 같으면 국회의원은 왜 뽑아서 월급을 주고, 차까지 대 줄까요? 국민들이 주말마다 지방에서 올라와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한다고 보십니까?” (청중 박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청중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스님이 속 시원히 표현해 주는 것 같았나 봅니다. 



김 전 대표님은 “거국내각이 합리적 대안이지만 대통령은 하야할 뜻이 없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정당들은 서로 타협하기 어렵다. 결국 법대로 탄핵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데, 길어지면 내년 7월에나 되어야 탄핵이 가능하다.” 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지금 국민의 열기가 7월까지 기다릴 수 있겠느냐” 고 되물었고, 청중들은 다시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에 김 전 대표님도 “결국 국민을 믿을 수밖에 없다. 국민이 강하게 지적하면 정치인들은 변한다. 국민들이 감시의 눈초리를 놓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발전할 수 있다.” 라고 국민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스님은 김 전 대표님의 마지막 말을 이어 받아 국민의 주권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 결국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지도자는 없습니다



“우리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주권자예요. 여러분, 즉 국민이 자기 권력을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나라를 위해서 잘 사용하라’고 위임을 한 겁니다. 그들이 권력을 잘못 쓰면 회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상도에서는 새누리당 말뚝만 보고도 찍어주고, 전라도에서는 민주당 말뚝만 보고도 찍어줬잖아요. 이것은 주권자로서의 자기 권리을 제대로 행사한 게 아닙니다. 국민이 먼저 주권자로서 권리행사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국정농단 사태도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주어진 권리를 방치한 결과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똑바로 행사해서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계속 대통령만 욕할 게 아니라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최근 사태에 대한 해결법에 대해 사실 저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들이 이 정도로 의사표현을 했으면 이제는 정치인들이 사태를 수습해야 되는 것 아닌가’ 했는데, 김 대표님은 ‘정치인들이 해결을 못 할 거다’ 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니 이 사태도 결국 누가 해결해야 합니까? 국민이 해결해야 합니다. 


대통령도 알고 정치인들도 알 수 있도록 우리가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해서 그들이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지도자는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나라를 위해서 여러분들의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오늘은 웃음소리보다 박수소리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잘 물든 단풍은 땅으로 떨어지고 내년이면 새로운 싹이 트겠지요. 입시의 관문을 넘어 갓 성년이 되는 청년들도 따뜻한 봄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어지러운 시국을 국민들이 함께 잘 헤쳐 나가 세상으로 돋아나는 청년들이 행복한 대한민국에서 마음껏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은 점점 추워져도 봄은 올 겁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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