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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상의 한 번 없이 큰 결정을 해버린 남편에게 서운해 집을 나왔습니다”

2016. 10. 20.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화(7) 안동 KBS홀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행복한 대화는 아름다운 내성천이 흐르는 안동에서 열렸습니다. 강연장으로 가는 길에는 붉게, 노랗게 물든 나무들이 가을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올 여름, 많이 무더웠는데 잘 지내셨어요? 계속 이어질 것만 같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벌써 추위가 도는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오늘 안개가 자욱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서울에서 소백산맥을 지나오다보니 단풍이 붉게, 노랗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어려움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한 때고, 즐거움도 영원할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한 때에 불과합니다.

인생이 즐거우니 괴로우니 하지만 지나고 보면 꿈과 같습니다. 좋은 꿈이라고 너무 좋아할 필요도, 나쁜 꿈이라고 너무 괴로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깨고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부터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죠. 그래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생은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됩니다. 자기 좋을 대로 사는데도 괴롭다면 왜 그런지 대화를 나누어 봅시다.”

안동에서는 네 분이 현장에서 질문을 하고, 영상으로 한 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 남편과 이혼 후 마음고생을 하시는 분의 질문과 이어진 대화를 소개해드립니다.  

“저는 결혼한 지 18년 된 주부입니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남편은 돈만 벌고, 저는 아이들만 키우며 대화 없이 생활한 지 1년 가까이 되어가는 가운데, 얼마 전 남편이 큰 조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남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는 걸 애들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큰형님한테 여쭤봤더니 “그건 삼촌이 알아서 하겠지.”라며 비웃었습니다. 남편한테 물어보니 “네까짓 게 뭔데 간섭이냐?”라고 욕을 했습니다. 

결국 조카는 저희 집에 와서 아들 방을 차지했고 고2, 중3인 우리 애들은 바닥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큰아이도 불만이 아주 많아 저러다 탈선하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런 큰 결정을 내게 상의하지 않고 자기네끼리 결정한 것에 화가 나서 저는 집을 나와 친정으로 와 버렸고 남편은 제 옷을 모두 박스에 넣어 택배로 보냈습니다. 

남편과는 헤어졌고 잊어야 하는데 하루에도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해서 제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합쳐 살기에도 너무 멀리 온 것 같고, 자꾸 좋았을 때만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미련을 버릴 수 있을까요?”

“같이 살려고 해요, 안 살려고 해요?”

“저는 다시 합치고 싶은데 남편은 더 이상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남편과 사이가 안 좋지만 어떻게든 한집에서 살아 보려고 했는데 이번에 큰집 조카가 내려오는 바람에 일이 다 틀어져 버렸어요.”

“나도 나를 바꿀 수 없는데 남편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어요. 남편을 그대로 두고 살 건지 말건지를 결정해야지, 바뀌면 살겠다 이러면 헤어지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고 평생 남편만 쳐다보고 괴로워하며 살아야 돼요. 남편은 굉장히 영리하네요. 조카 때문에 부인이 나가 버리니까 자기가 집을 차지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다시 한 번 들어갔었거든요. 내 집인데 왜 내가 나가야 하냐고 하니까 한번 나간 사람이 왜 다시 들어 오냐며 저를 쫓아냈어요.”

“그러게 왜 먼저 나왔어요?”

“처음 나올 때는 큰 형님하고 남편하고 작당해서 그런 큰 결정을 한 거에 대해서 화가 나서 도저히 그 집에서 살수가 없었어요.”

“집은 누구 명의로 되어 있어요?”

“남편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질문자 집이 아니네요. 법치주의 국가에서 남편 명의로 되어있으면 그 집은 남편 겁니다. 그래도 호적상 질문자가 남편의 부인으로 되어 있으니까 조카가 들어와서 사는 것이 마음에 안 들면 남편한테 이야기를 하고, 남편이 말을 안 들어주면 법원에 퇴거명령을 신청하면 됩니다. 아무리 조카라도 남이니까 이렇게 사는 것은 싫다고 주장을 하세요.”

“제가 그렇게까지는 못하겠어요. 남편 마음이 저보다 조카를 택하고 형수를 택했는데.”

“조카를 생각해서 그러는 게 아니고 공장에 사람이 필요한데 어쩌겠어요?”

“공장에는 사람 많아요. 조카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다른 직장에서도 두 달 정도 밖에 일을 못하고 계속 일을 그만 두곤 했어요.”

“삼촌이 다른 직장에서 적응 못하는 조카를 도와주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제 집에서 조카에게 숙식 제공해 주고 월급도 준다는 결정을 저한테 상의도 안하고 남편 혼자 내린 것에 화가 난거죠. 심지어 형님도 저한테 상의를 안 하고 비웃었어요. 어차피 남편과 헤어지긴 헤어져야겠죠. 애들도 지금은 아빠와 있는데 많이 힘든 것 같더라고요. 애들이 성인이 되면 같이 살고 싶어요. 제가 조그만 집도 사두었어요.”

“벌써 헤어질 준비는 단단히 했네요. 이혼을 하고 살 거예요, 그냥 별거하면서 살 거예요?”

“사실은 이혼을 한 상태로 살고 있었어요. 남편이 도박을 했었고 서로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한 지 10년 됐어요.”

“그럼 사실은 두 사람이 단지 동거했던 거군요. 동거라면 법적으로 질문자가 그 집에 살 권리가 없어요. 야박하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둘은 남남인데 그냥 동거한 거였고 남편은 질문자에게 나가라고 할 권리가 있고, 조카를 데리고 와서 그 집에서 살 권리도 있네요. 질문자와 의논할 필요가 없어요. 남자 친구, 여자 친구로 같이 지낸 것이고, 아무리 친하다하더라도 상대가 조카 데리고 와서 사는 걸 뭐라고 간섭할 권리는 없어요.

애들에게 누구와 살고 싶은지 의사를 물어 보세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아빠와 살 것인지, 엄마와 살 것인지 물어서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합니다. 엄마, 아빠가 애들 잡아당기면 좋지 않아요. 아빠와 살겠다면 아빠와 살면서 엄마에게 놀러올 수 있고, 엄마와 살겠다면 엄마와 살면서 아빠에게 놀러갈 수 있게 해줘야 해요. 

단, 아빠 집에 살기로 했으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아빠하고 살아야지, 중간에 엄마에게 오면 안 된다는 원칙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이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누구나 같이 살면 갈등이 생깁니다. 특히 사춘기이기 때문에 애가 게임을 한다든지, 늦게 들어온다든지 할 때, 아빠가 아이를 야단치면 아이가 “엄마한테 갈래!”하고 엄마한테 쪼르르 가버리고, 엄마하고 살다가 제 맘에 안 들면 “아빠한테 갈래!”하면서 애가 부모를 가지고 노는 일이 생기는데 이것은 교육상 굉장히 나쁩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아빠와 살기로 정했으면 아빠를 원망하며 아빠 때문에 못 살겠다고 엄마한테 오더라도 엄마는 아이를 아빠에게 돌려보내야 해요. “그렇지 않다.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 이혼한 것은 나하고 아빠의 문제일 뿐이다.”이렇게 얘기를 해야지, “네 아버지 나쁜 사람이다”라고 말하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자존감을 잃게 됩니다. 반대로 엄마와 살다가 엄마가 야단치면 애가 아빠한테 가버리지요. 그러니 비록 남편과는 이혼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좋은 엄마, 아빠가 되도록 협력하자고 서로 약속해야 합니다. 

그렇게 살다가 애들이 스무 살이 넘으면 그때는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으니까 하루는 엄마 집, 하루는 아빠 집에 살아도 괜찮지만 지금은 미성년자니까 보호해야 합니다. 두 부부는 서로 원수가 되더라도 아이의 엄마, 아빠로서는 서로 존중해주겠다는 굳건한 자세가 있어야 아이들이 똑바로 성장합니다. 

이런 관점만 가지면 두 부부가 이혼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애들이 아주 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인도 아니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 의논해서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의사에 따라서 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친정집에서 나와서 본인이 산 집으로 이사를 가시고,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 결정을 하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제가 말한 원칙을 지키고 살면 됩니다. 그렇게 연연해서 울 일이 뭐 있습니까. 결혼도 해서 살아보고 애도 낳아 보고 이제 혼자도 살아 보게 되니 다 좋은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짚어 주는 스님에게 감사했습니다.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가 끝나자 객석에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야기 하겠나’하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때로는 이런 말 한마디, 박수가 법문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잘 보내셨는지요. 가족과 친구들과 대화는 나누셨는지요. 소리 없이 혼자 힘들다면 함께 대화해보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내가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법륜 스님과 행복한 대화’는 계속 됩니다.   


다음 강연은 군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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