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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대한민국이 저성장, 부패 문제를 모두 극복하려면?" 법륜 스님의 답변

오늘은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 강연이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렸습니다. ‘법륜 스님과 행복한 대화’는 행복이 주제라면,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는 통일을 주제로 하는 즉문즉설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인생 상담을 하는 분도 있었는데 스님은  ‘강연 후에 통일의병이 돼야 해요’하고 웃으면서 자세히 답해주었습니다. 오늘은 통일 즉문즉설이니 만큼 통일에 관련된 질문을 소개해 드립니다. 



“저희 집사람은 고향이 북한인 실향민입니다. 집사람은 결혼 전부터 장인 장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고향에 가보고 싶어 했는데, 결국 장인 장모님은 돌아가셨고 집사람은 자신을 원망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어려운 시절에 고도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저성장이 문제가 되고,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관료화와 부패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어 걱정됩니다. 이런 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 사회는 교육이나, 복지, 안보 문제, 그리고 질문자의 말씀처럼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나 검찰개혁 문제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 국내만 보면,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온통 문제밖에 없는 것 같은데, 한국 밖에서 한국을 보면 그래도 대한민국이 괜찮은 나라예요. 그러니 ‘밖에서 봐도 한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것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히 우리의 문제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안에서도, 밖에서도 문제로 보이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뭘까요? 베트남 사람이 한국을 봤을 때, 중국인이, 아니면 인도인이 봤을 때, “한국은 저게 문제야” 하는 게 뭘까요?” 


(청중들 대답) “교육?” 


“제 생각엔, 전쟁의 위험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볼 때, 한국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나라입니다. 남북한의 긴장이 그만큼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인도의 어느 도시에 있는 사립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아니?’ 라고 물으니, 안대요. 어디 있냐고 물으니 그건 잘 모른데요. 그래서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요’ 했더니,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까요?’ 그 다음은 ‘North Korea에서 사람들이 굶어죽는다는데 사실이에요?’ 라고 말해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문제와 북한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는 문제는 인도의 초등학생들도 걱정하는 문제라는 겁니다. (청중 웃음) 



서글프지만 남북한 갈등과 전쟁 위기는 이제 더 이상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고, 인류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면 우리의 문제를 푸는 걸 넘어서, 세계의 문제, 곧 인류의 문제를 푸는 것이 됩니다.


전쟁이 발생하면 우리들의 상상 이상으로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은 어차피 뒤쳐진 나라니까 개발하려면 다 새로 건설해야 하는데, 우리는 한 번 부서지면 새로 건설하는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 겁니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는 그 사이 우리보다 성큼성큼 앞으로 가겠지요. 우리가 4, 5년 지나서 복구해봐야 그땐 이미 늦어요. 특히 중국은 우리보다 규모도 큰데 기술까지 앞서가 버리면 우리가 중국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건 시간문제일 수도 있어요. 지난 과거 천 년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 즉 안전’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면 전쟁만 안 일어난다면 우리는 계속 발전할 수 있는가? 아닙니다. 왜? 분단 상태에서 남한만으로 발전하기에는 지금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성장 동력이 거의 다 소진됐다 이 말입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박정희 대통령 약 18년 동안 연 11% 성장했어요. 전두환 대통령 7년 동안은 10% 성장했고, 노태우 대통령 5년 동안은 9% 성장 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5년 동안은 7%, 김대중 대통령 5년 동안은 5%, 노무현 대통령 5년은 4% 성장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모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렸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최소 연 7% 성장을 하겠다' 라고 했어요.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5년 동안 3% 성장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몰라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아니에요. 성장 동력이 점점 소진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3%로 성장률이 떨어진 거예요. 박근혜 정부에서는 4% 성장률을 내걸었는데, 지금은 계속 2% 성장대 입니다. 내년 되면 더 떨어질 겁니다. 앞으로 누가 되든지 1% 넘기면 잘 하는 거고, 곧 제로성장 시대가 될 거라는 우려들이 많아요. 


이게 다 성장 동력이 소진됐기 때문인데, 원인은 뭘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국민들이 어느 정도 잘 살게 됐기 때문에 험한 일은 안 하려고 합니다. 또 월급이 적은 일도 기피하니까 이런 일들은 외국인들에게 맡겨야 하죠. 기업들은 국내 인건비가 비싸다며 밖으로 나가니까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그러니 세금 걷을 일이 없어지죠. 반면에 사회 전체 생활수준은 올라가고, 젊은이는 줄어드는데 노인들은 늘어나니까 사회보장분야 지출이 점점 늘어납니다. 또 남북한의 긴장상태가 고조되니까 국방비도 늘어납니다. 


경제적으로 신기술은 일본과 미국을 못 따라가고, 저임금은 중국에 밀립니다. 게다가 요즘은 중국이 우리 기술력을 따라잡거나 어떤 것은 앞지르고 있어요. 한때 우리의 자랑이었던 조선업이 거의 망할 지경에 있는 것처럼, 전자산업도 앞으로 별로 전망이 없습니다. 석유화학 공업도 점점 어려워질 겁니다. 미국 디트로이트시가 자동차 공업이 망해서 폐허가 되듯이 울산과 거제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선택은 두 가지에요. 우리 역사 천 년 만에 이만큼이라도 잘 살아본 적은 처음이잖아요. 이만큼 잘 살아봤으니 이제 여한이 없다 하고, 제로성장시대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어요. 또 하나는 지금까지 해놓은 게 너무 아깝지 않냐, 여기서 그래도 조금 더 발전하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 그러면 어떤 길이 있냐.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바로 남북한 경제통합, 즉 통일밖에 없습니다. 


북한 개발이 곧 성장의 길이 됩니다. 북한에 철도 놓고, 도로 건설하고, 주택개량하면 토목공사, 건설 경기가 살아나겠지요. 철강 들어가고 시멘트 들어가면 제철공업도 살아나겠지요. 물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투자’입니다. 그냥 술 마시거나 골프 쳐서 없애버리는 것과 다른 거죠. 경기가 돌아가면 소비가 촉진되겠죠. 소비 시장이 넓어지니까 제주도 귤도 더 팔리고, 진영 감도 더 팔릴 겁니다. 지금 우리 기술과 시스템만으로도 북한 개발을 시작하면, 앞으로 한 10-20년 정도 먹을 것이 생깁니다. 독일의 경우, 동독을 개발 하는데 거의 20년 이상 걸렸거든요.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성장의 동력을 북한 개발 특수에서 찾는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해요. 가령 북한 개발에는 중소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투자를 하고, 대기업은 북한 개발보다는 그들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어쩌면 인류 문명의 전환 앞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학교 교육도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더 이상 암기하고 베껴서 시험 치는 교육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나 일을 하면서 스스로 창의성을 키우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교육혁명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나간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이 있습니다. 경제도 살리고, 일자리도 생기고, 중국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요. 



북한은 자기가 죽을 바에야 너도 같이 죽자고 덤비는 상황이에요.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반도의 불안정을 없애야 우리 경제가 안정이 되고, 남북 관계 긴장이 낮아져야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사드 배치 할 이유도 없어지고, 무기를 많이 구입할 필요도 없습니다. 좋은 방향을 두고 나쁜 방향으로 갈 이유가 없습니다. 통일은 고구려 발해 멸망 이후 동아시아에서 변방으로 떨어졌다가 이제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천 년만의 기회입니다. 통일한국이 중국과 일본이라는 앙숙 사이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 중국, 일본, 한국의 협력관계로 이루어진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 수도 있고, 동아시아 공동체 시대로 나아가면 그 중심에 한국이 설 수 있습니다. 


남북한이 분단된 상태에서 관계가 더욱 악화되어 싸우면 동아시아는 남북한 때문에 세계 최고의 분쟁지역이 됩니다. 그것은 동아시아의 불행이고, 세계의 불행입니다. 평화통일은 우리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복이고 세계의 복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한 번 나서 봅시다.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놓은 이 만큼의 것을 무너뜨리기 아깝잖아요. 우리 자손들은 유라시아 기차를 타고 유럽으로 수학여행도 가고, 자전거 타고 중국도 갈 수 있도록, 유럽 청년들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가 과거 천 년의 한을 풀고, 미래 백 년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화통일로 가야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평화통일이 국민과 국가의 사명으로 되어 있잖습니까. 우리 함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봅시다.”



인도 초등학생이 한국에 대해 걱정하는 질문은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한편으로 통일 이후 한국의 새로운 희망을 꿈꿔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연 마지막에는 함께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마쳤습니다.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오라... 



※ 국민행복 프로젝트 2016년 즉문즉설 강연이 '법륜 스님과 행복한 대화' 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10월 4일부터 12월 1일까지 전국 30여 개 도시를 찾아갑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 확인하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