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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지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제가 싫습니다.”





행복하십니까?

'국민 행복 프로젝트 2016 법륜스님과 행복한 대화' 두 번째 강연이 충남 홍성에서 열렸습니다. 강연이 저녁 시간이라 강연장 주변은 노을빛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질문은 몸이 건강하지 못해 마음마저 부정적이어 진다는 여성의 사례입니다.






“16년 전 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팔꿈치의 유리조각을 미처 다 제거하지도 않은 채 봉합수술을 했어요. 사고 이후 허리, 목, 등이 다 아파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고통스럽게 지낸 날이 많았습니다. 3년 전에는 현기증으로 쓰러져 머리뼈가 골절됐어요. 그 후 머리가 흔들리는 두통, 이명, 가슴 두근거림, 현기증이 있습니다. 자궁도 좋지 않고요. 이렇게 아픈 곳을 다 말씀드리자면 끝이 없을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어릴 때의 기억과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폭행과 폭언을 심하게 하셨어요. 지금도 아버지 생각을 하면 힘이 듭니다.” 






“육체적 통증은 누구나 다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명상한다고 통증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건 육체에서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내가 어릴 때 경험한 어떤 마음의 상처 때문에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것은 치유가 가능해요. 


여기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관점은 ‘통증이 있지만 내가 살아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통증 없이 살면 제일 좋겠지만, 이미 통증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었어요. 그러니 ‘통증 없이 죽을래? 통증이 있더라도 살래?’ 이 관점에서 내가 선택을 해야 해요. 통증 없이 살면 제일 좋지만 제일 좋은 건 존재하는 현실이 아니에요. 


 ‘통증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에만 자꾸 매달리면 괴로움이 돼요. 육체적으로 통증이 있고 정신적으로도 괴로워집니다. 그러나 통증이 있긴 하지만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내면 육체적 통증만 있지, 정신적 괴로움은 없습니다. 






다음으로 아버지가 안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건 이미 다 지나가버린 일이에요. 지나가 버린 것을 계속 붙들고 있을수록 현재의 삶이 자꾸 불행해집니다. 


옛날의 영상은 가능하면 안 보는 게 좋아요. 이건 안 보고 싶어도 자동으로 자꾸 틀어져요. 자동으로 틀어지는 건 내가 컨트롤할 수 없지만, 틀어지더라도 내가 꺼버리면 됩니다. 끈다는 건 다른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 이렇게 현재의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게 필요합니다. 


질문자가 불교 신자라면 ‘부처님, 살아 있어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면 ‘주여, 살아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기도하면서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늘 가지면 됩니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이 정도 사고를 당했을 때 죽을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 의사가 수술을 잘 했으면 좋았겠지요. ‘시골이었고 의사가 제대로 처치를 못 해서 통증이 생겼다’ 이렇게 생각하면 의사가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그 의사가 있어서 안 죽고 살았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어릴 때 아버지가 엄격하고 야단을 많이 치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아버지가 있었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버지 없이 자란 사람이 들으면 ‘그래도 너는 아버지가 있었잖아!’ 이렇게 말할 겁니다. 


밖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우리 가족한테는 엄격해서 상처가 됐다고 하지만 밖에서도 욕을 먹고 집에서도 욕을 먹는 인간이 나아요? 밖에서라도 칭찬 듣고 집에서 욕 먹는 게 나아요?(모두 웃음) 





어떤 관점을 갖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 관점을 바로잡는 게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거예요.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수 있으면 비록 병든 몸이지만 웃을 수가 있습니다. 


저는 나이가 예순 넷이지만 웃을 수 있고, 혼자 살지만 웃을 수 있고, 미국에 가서 영어 한 마디 못해도 웃을 수가 있습니다. 영어 잘하는 다른 사람보다 제가 더 행복하니까요.(모두 웃음) 다른 사람은 영어만 할 줄 알지, 행복하지 못해요. 아니면 결혼만 했지, 행복하지는 못해요.(모두 웃음)  저는 아프면 약 먹고 끙끙대며 지내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합니다. 질문자도 이런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강연이 끝난 후 질문자를 만나보았습니다. 

“스님께서 제 고통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마음에 위로가 됐어요. 힘들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저를 컨트롤하고 싶어요. 항상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살아보려고 해요. 저는 기독교인인데 불교대학 가을학기에 입학했어요. 저를 인정하고 토닥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질문자의 촉촉한 눈과 미소를 보면서 제 마음도 같이 따뜻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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