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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통일이 밥 먹여 줄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

많은 젊은이들이 남북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통일, 통일...' 하시면 정작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 건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12일 평화재단 교육원에서 주관한 경주워크샵 강연에서 한 청년의 질문에 법륜 스님이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 질문자 : "요즘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면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렇게 문제 많은 북한과 꼭 통일해야하나, 통일 안 하고도 지금 잘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스님, 왜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하나요? 통일이 과연 밥 먹여 줄까요?" 


- 법륜 스님 : “지금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저하되고 있고 국제 관계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안보는 미국이 지켜주었고 경제는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계속 성장을 했는데, 지금 중국과 미국이 갈등을 일으키니까 이제 한발을 떼야 되잖아요. 그러나 지금 경제도 뗄 수 없고 안보도 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래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혼란을 겪으면서도 발전해 왔고, 발전한 것을 되돌아보면 이런 긍정적인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안보도 지킬 수 있었고 경제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도 계속 성장할 것이냐? 그렇지가 않습니다. 미래에는 국제관계도 어려워지고 국내의 상황과 요구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돌파구를 뚫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첫째, 전체적인 사회시스템을 바꾸면서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과 훈련, 즉 창조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짧은 시간에 될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면 한 10년 20년 단기적으로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양적 확대를 갖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통일입니다. 북한 개발이라고 하는 양적 확대를 통해서 시간을 벌어나갈 수가 있습니다. 이런 필요성을 생각한다면 남의 나라와도 손을 잡고 남의 나라를 흡수해서라도 이 모순을 풀어야 되는데, 이 통일 문제는 숨통을 틀 수 있는 돌파구가 됩니다. 지금까지는 분단이 우리에게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통일의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단기간에 숨통을 틀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통일만이 비전이다’ 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얘기는 북한민주화라든지, 북한주민의 고통을 해결한다든지 하는 윤리 도덕적이거나 남을 위한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통일 밖에 길이 없습니다. 너무 이기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타적인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이기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지만 자기 이익도 챙길 줄 모르면 바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미래에 희망을 만들려면 통일 이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둘째, 정치적으로도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에 우리가 묶이게 되면 결국 중국은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러시아, 북한과 결합해 북중러 삼각 동맹을 형성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북방 삼각과 남방 삼각이라고 하는 옛날에 냉전 구도 비슷하게 형성되어, 그 둘의 충돌지점이 한반도가 됩니다. 크게 보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하위 변수로 전락하여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여 남과 북이 충돌하는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통일은 고사하고 안보 유지도 어렵게 됩니다. 


미중의 갈등이 심해지면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경제는 하루 아침에 몰락합니다. 만약에 북한 미사일이 인천 공항에 두발만 떨어져도 우리 경제는 휘청거리게 됩니다. 우리가 북한의 평양을 그보다 백배 초토화시킨다 하더라도 그것과는 아무런 관계 없이 우리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밥 좀 잘 먹고 힘 좀 있다고 ‘저 놈 까불면 때려 버릴거야’ 이런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미중의 세력 충돌에서 우리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통일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분단된 상태로는 미중의 하위변수로 전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남북이 만약 통일이 된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통일된 한반도는 세계 10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국가가 됩니다. 미중에 비해서는 굉장히 작은 세력이지만, 균형을 이루는 저울추로서는 굉장히 큰 추가 됩니다. 통일된 한반도가 미국과 협력하느냐 중국과 협력하느냐는 동아시아의 정세를 바꿀 만큼 중요해지기 때문에 통일 한국의 외교적 위상은 굉장히 커지게 됩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한국이 평화의 중심을 잡음으로 인해서 미중의 충돌을 오히려 막아낼 수 있습니다. 즉 한국의 평화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의 평화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동아시아의 경제적 협력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통일된 한국은 일본과 중국을 견인해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추진할 충분한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가 있습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하면 좋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할 수 밖에 없고 안 하면 안 되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이익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이익도 함께 가져옵니다. 그래서 한반도의 통일이 일본, 중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서 동아시아의 경제 협력을 강화시킨다면 동아시아의 경제 규모가 유럽과 미국에 버금가거나 더 큰 경제 규모를 만들게 됩니다. 그러면 문명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 갔다가 21세기 후반기에 가면 동아시아로 넘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경제적 규모나 군사력 갖고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수준도 높여야 합니다. 통일을 기초로 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추동함으로 해서 문명의 중심 역할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이뤄 놓은 역량은 통일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일된 한국은 동아시아의 집단 안보체제를 추동해 갈 역량도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지난 50년 동안 선배들이 만들어 온 것입니다. 이것은 고구려 멸망 이후 천년 만에 도래한 다시 동아시아의 중심 국가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천년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발해 멸망 이후에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우리가 얼마나 찌그러졌었습니까. 심지어 식민지 지배까지 당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다시 희망을 가지고 한번 도전해 볼 수 있지 않느냐 싶습니다. 


동쪽에 치우진 작은 나라인 신라는 가야와 협력을 잘 유지함으로 해서 강대국인 고구려와 백제와도 당당히 힘을 겨루는 나라로 성장했고, 결국 고구려와 백제를 제치고 민족사의 주인공으로까지 등장을 했습니다. 그 당시 신라가 세계정세를 읽고 당나라와 협력을 한 것은 신라의 입장에서는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된 것입니다. 그것처럼 지금까지는 종속된 성격의 한미 동맹이었다면 이제는 자주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미국과 건실한 동맹 체제를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종미도 아니고 반미도 아닌 새로운 자주적 입장에서의 한미 동맹을 견고하게 해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신라인들이 가야를 포용하듯이 남한이 북한을 포용해내는 것이 지금은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