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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법륜 스님의 송년 메세지 "올 한해 안 죽고 살았다면 대성공"


회사든 직장이든 전국에서 송년회 모임이 한창이죠? 직장인들은 매일 벌어지는 술자리에 몸도 고단할 법도 할 텐데요. 그런데 ‘송년’의 진정한 의미는 어떤 뜻일까요?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송년회에 임한다면 더 뜻깊은 연말연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법륜 스님의 송년 메시지입니다. 



- 법륜 스님 : "송년이라고 하면서 왜 이렇게 특정한 날을 정하고 끝을 맺으면서 살까요? 인간이 살기 쉬우라고 이렇게 정했습니다. 나날이 똑같은 날이면 어떤 오류나 실수가 있어도 그걸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해요. 그런데 사람은 빚을 계속 짊어지고 가기 싫잖아요. 세상에서는 범죄 기록도 몇 년마다 한 번씩 털어버리잖아요. 그래서 날짜를 정해놓고 이 날짜를 기해서 지나간 것은 다 털어버리라는 취지입니다. 그러고 나서 처음 하듯이 새로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털어버리는 것은 언제가 가장 좋아요? 죽을 때입니다. 죽을 때 가만히 보세요. 좋아하는 사람이나 미워하는 사람이나 다 잊어버리고 가라고 하지요. 이 세상에서 있었던 일 다 털어버리고 딱 빈 마음으로 저 세상으로 가서 새로 시작하라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들 이사 갈 때도 다 털어버리고 가고 싶죠? 이사를 갈 때나 이것 저것 털어버려지지 그냥은 털어버려지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빚도 가끔씩 청산하잖아요. 이렇게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자 이런 의미가 있어요.


송년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올해 것은 다 털어버리고 내년에는 새로 시작한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올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상처받은 일이든 기쁜 일이든 연말을 보내면서 다 털어버려야 돼요. 그리고 새해에는 새로 시작합니다. 돌아보면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이 있죠. 그러나 다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겁니다.


그런데 다 털어버리고도 빙 둘러보면 다시 주워 갈 것이 생길까요? 안 생길까요? 작년 것 중에서 주워 갈 만한 것이 있더라도, 일단 먼저 버리고 나서 다시 주워 가야 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실 안 주워 가는 게 제일 좋지만, 그래도 우리는 중생이니까 몇 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 털어버리고 몇 개는 주워 가도 괜찮아요. 이렇게 하라고 송년회를 하는 겁니다. 술 먹으라고 송년회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친구 지간에 원수진 사람이 있으면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다 털어야 되니까 악수를 해야 돼요. 오늘까지만 미워하고 내일부터는 미워하지 말아야 해요. 여러 가지 상처 있는 것도 오늘로 정리해 버리세요. 올해가 뱀띠 해 였으니까 뱀이 허물 벗듯이 다 털어버리고 새해에는 새롭게 시작해 봅시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그 무엇이든 한해를 보내면서 다 놓아버리고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을 합시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때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최소한 3일은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365일 새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마음 자세를 잘 가다듬어서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래서 옛부터 정초기도를 하는 겁니다.


올해 1년을 돌아보면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하셨죠? 그 중에서 제일 잘한 게 뭘까요? 


첫째, 안 죽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올해 안 죽고 살아남은 사람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청중들 모두 두 손 번쩍) 


올해에 죽은 사람 수가 수십만명 되겠죠? 거기에 안 낀 것만 해도 굉장한 일을 하셨어요. 


둘째, 팔이나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 신세 안 진 것만 해도 큰 일 하셨어요. 병원 신세 진 사람은 그런 가운데도 안 죽고 살았다 이렇게 생각하셔야 하고요. 올 한해 교통사고 안 나고 한해를 보냈다, 저는 이것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고가 나도 열두 번 더 날 상황인데 그래도 큰 사고 안 나고 한해를 보냈습니다. 대성공입니다.


셋째, 사람이 살다보면 괴로울 일이 많이 있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올해 이런 일 겪은 사람 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다들 잘 사신 거예요. 그런 일 있더라도 부처님 법 만나서 별 것 아니다 하며 이겨내었다면 그것도 대성공이에요. 오늘 성공한 사람 많네요. 


이렇게 몸 건강하고 마음 건강하면 이보다 더한 복은 없습니다. 올해는 아주 축복 받은 해입니다. 그 외에는 다 소소한 것들입니다. 즉 결혼하려다가 못했습니다, 이건 더 좋은 사람 만나려고 그런 겁니다. 마음에 안 들어서 헤어졌다, 그건 앞으로 더 괴로울 일이 있을 것을 미연에 방지한 거예요. 


여러분들이 죽고 싶다고 해도 그거야 말로 지나놓고 보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입니다. 여러분들 나이 들어서 숨 넘어갈 때쯤 돌아보면, 누구하고 결혼했다 이런 게 별로 중요할까요? 사실은 지나놓고 보면 다 별거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맨날 목숨을 겁니다. 이런 깨달음은 내년에도 잘 주워서 가야 합니다.


한해를 마무리할 때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 순간순간에는 난리를 피웠는데 지나놓고 보니까 별일 아니구나. 이런 것을 미리 알면 얼마나 살기 좋을까요? 제가 어릴 때 구슬치기해서 구슬 따는 데에 사활을 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때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다면 집에 갈 때는 구슬을 다시 다 친구들에게 돌려줬겠죠. 


지금 잘 한 것이 나중에 돌아보면 잘 한 것이 아니고, 지금 손해 난 것이 나중에 돌아보면 꼭 손해 난 것이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가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는 것입니다. 인생은 그 땐 잘 몰랐는데 돌아보면 잘 보여요. 그게 문제예요.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보면서 그 노하우를 가지고 지금 바로 그걸 알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수행의 과제가 '지금 여기 깨어 있어서 있는 그대로를 보라'입니다.


화내고 짜증 낼 때도 '1년이 지난 뒤에도 돌아보면 이 일이 과연 짜증낼 일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짜증낼 일이 아닐 거예요. 그 순간을 보낼 때는 그렇게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별일 아니구나, 이것을 한해를 보낼 때마다 몇 번 경험하면 바로 그 순간에 '이거 별거 아니다'라고 알게 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덜 괴로워하고 덜 근심 걱정하고 살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이렇게 털어버리는 연습을 해야 진짜 죽을 때 잘 털 수 있어요. 해마다 잘 연습하면 죽을 때도 잘 털고 갈 수가 있습니다. 아무 연습을 안 하면 진짜 털어야 될 때 못 털게 됩니다.  


부모가 고등학교까지 밖에 안 시켜줬다, 이런 것들을 상처로 짊어지고 있으면 스스로에게 유익하지 않아요. 그런데 뭣 때문에 그걸 움켜쥐고 있으세요? 움켜쥐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에요. 버려야 해요. 뭐가 좋다고 간직하고 있어요? 털어버려야 된다. 그렇게 자기를 가볍고 편안하게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송년을 맞아서 이렇게 다 털어버리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일 많이 했다고 항상 칭찬만 들을 수가 없어요. 불교 신자가 계속 늘어나면 기독교 신자가 줄겠죠? 그런 것처럼 한쪽에서 열심히 하면 다른 쪽에서는 손해를 보는 게 이 세상이에요. 그래서 ‘나는 좋은 일만 했다, 나는 나쁜 짓은 안했다’ 그렇게만 생각하시면 안 돼요. 내가 누구에게 어떻게 어떤 피해를 줬는지 나는 알 수가 없어요. 나도 모르게 상처 입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해를 보내면서 ‘나로 인해서 상처 입은 사람들께 다 참회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셔야 합니다. 앞으로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또 아이들한테도 ‘나 때문에 지난 1년 간 마음고생 많이 했지? 미안하다’ 또 ‘너로 인해서 지난 1년 간 참 행복하게 살았다. 참 좋았다. 고맙다’ 이 두 가지 인사를 하셔야 해요. 하나는 죄송하다 하는 인사와 하나는 고맙다 하는 인사, 이 두 가지 인사를 하면서 1년을 잘 청산하시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올해 보다는 미안하다는 소리를 덜 하고 살 수 있도록 상처를 좀 덜 주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좀 더 들을 수 있도록 한번 살아봅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조금씩 개선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좋은 상태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2014년을 알차게 마무리할 법륜 스님의 깨달음 이야기, <지금 여기, 깨어있기> 새책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세계 100강 중에 탈고하신 그 책! 지금 만나실 수 있습니다.


[책소개]
http://m.jungto.org/view.php?p_no=41&b_no=65705&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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