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문즉설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을 차별하는 시어머니가 미워요.” 법륜스님의 답변

법륜 2016. 11. 4. 15:15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 설명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5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가졌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 시어머니의 집을 명의이전해 간 아주버님 부부를 보니 너무 밉다는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삼 남매를 두셨는데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계십니다. 아주버님 부부는 교사, 교감으로 살 만한 분들입니다. 얼마 전 어머니가 살고 계신 아파트 명의를 아주버님 앞으로 이전했어요. 시누이가 나중에 상속받으면 세금으로 다 빠져나가니 미리 처리해야 한다며 장남 앞으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나중에야 어머니는 후회가 되었는지 저희 부부에게 하소연을 하셨는데 그때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화가 나는 건 남편이 이 일에 대해 반발을 못한다는 거예요. 시댁 식구들 보기도 싫고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옛말에 배고픈 건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배고픈 게 아니라 배 아픈 거예요. 사촌이 논을 샀다 이거예요. 형님이 가져갔다는 사실에 배가 아파서 화가 나 있는 거예요. 서양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지요. ‘헝그리(Hungry)는 참을 수 있지만 앵그리(Angry)는 못 참는다.’ 질문자는 지금 앵그리 한 거예요. 그런데 이치를 따지면 질문자 빼고 가족 중에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어요.



왜냐하면 어머니는 자기 재산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주던 그건 어머니 자유예요. 어머니의 재산을 강제로 뺏거나 사기를 쳤으면 죄가 되지만 누구든지 어머니 동의를 얻어서 가져갔다면 형님이 아니라 이웃집 아저씨라도 죄가 안 됩니다. 남편은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는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달라고 할 걸' 하는 마음에 배가 아파서, Angry가 돼서 이렇게 괴로운 거예요.(모두 웃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그 유산은 장손이든 딸이든 관계없이 무조건 N분의 1로 나누게 되어 있습니다. 질문자에게도 명백히 권리가 있습니다. 당시에 형님이 몰래 이전했다면 따질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다른 형제의 동의 없이 부모 재산의 명의를 이전할 수 없어요. 만약 몰래 도장을 새기거나 딴 데 쓴다는 거짓말로 도장을 만들어 이전했다면 사기죄가 돼요. 형제가 공갈 협박을 해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그것은 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형제간에 논쟁할 필요도 없고 변호사를 고용해서 재판하면 무조건 3분의 1을 가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것은 어머니 사후에 적용되는 질문자의 권리인데 지금으로서는 질문자에게는 아무 권리가 없습니다. 어머니 재산이면 어머니가 누구에게 주던 거기에 따른 세금만 내면 돼요. 상속세가 증여세보다 세율이 조금 더 높다고 합니다. 형님이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서 먼저 가져갔으니 문제 될 것이 없고, 질문자는 문제제기를 할 수 없어요. 배 아프고 아쉬운 건 이해가 되는데 질문자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심지어 어머니가 형님에게 돌려 달라 하는데 형님이 안 돌려줘도 아무 죄가 안 됩니다. 이미 재산이 아들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재판을 해도 집니다. 그걸 자꾸 아쉬워하면 자기 어리석음 때문에 자기가 괴롭고 형제간에 마음 상하고 관계만 안 좋아지는 거예요. 대학 나왔어요, 고등학교 나왔어요, 중학교 나왔어요?”


“대학 나왔어요.”


“대학 나온 사람이 그것도 몰라요.(모두 웃음) 저는 고등학교 다니다 관두었는데도, 질문자는 젊고 저는 늙었는데도, 질문자는 세속에 살고 저는 절에 사는데도, 그런 저도 아는데 질문자가 그걸 모르다니 너무 무지하네요.”



“어차피 아파트는 넘어갔고, 배 아픈 것도 사실인데요. 나중에 제사를 모셔줄 큰아들이라는 이유로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을 차별하고 딸과 아들을 차별하는 어머니의 그런 사고방식이 괘씸합니다.(모두 웃음) 그래서 어머니도 그 전처럼 편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만약에 어머니는 절에 다니고 질문자는 교회 다닌다고 질문자가 어머니를 괄시하면 종교차별을 하는 겁니다. 딸, 아들 차별하는 건 어머니가 살던 시대의 문화고 평등한 건 지금의 문화예요. 질문자는 지금 문화차별을 하는 겁니다.(모두 웃음) 무슬림 가서 무슬림 문화를 비난하고 인도 가서 힌두 문화를 비난하며 종교를 차별하듯 문화차별을 하는 거예요. 이것도 현대사회의 세계시민으로서 교양이 부족한 것에 속합니다.(모두 웃음) 질문자의 마음은 이해하는데 이건 자신이 극복해야 할 인식이지 누가 잘못한 건 아닙니다. 


 '내가 어리석었구나, 내가 이해를 못했구나' 하고 탁 내려놓으면 나도 좋고 관계에도 좋습니다. 꽁해서 계속 쥐고 있으면 무엇보다 내가 괴롭고, 가만있는 남편이 바보 같아서 갈등이 생기고, 시어머니를 볼 때마다 괘씸한 마음이 듭니다. 형님이나 시댁 사람들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데 계속 질문자만 기분이 나빠요. 이렇게 화를 일으키고 화근을 계속 키우게 됩니다. 


어른들 간에 갈등이 생기면 그 아들, 딸인 사촌지간에도 왕래가 힘들어집니다. 아이들까지 나쁜 영향을 받습니다. 기분 나쁜 건 이해되는데 질문자에게는 항의할 권리가 없고, 가족 중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어요. 


나는 땅에 떨어진 돈을 모르고 지나갔는데 내 뒷사람이 탁 줍는 것을 보고 기분 나빠서 ‘아! 내가 조금만 잘 살펴볼 걸' 하는 심정과 같아요. 이해는 하지만 그 생각을 붙들고 있으면 나만 괴롭습니다. 이해했어요?”


“문화적 차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탁 이해가 됐어요. 감사합니다.” (청중 웃음, 박수)



“네. 내가 욕심을 내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질문자의 얼굴이 환해지자 청중석에서도 시원스러운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문화의 차이라고 답한 부분에서 많이 분들이 공감을 했는지 여기서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강연이 끝나갈 무렵, 강연장 한쪽 구석에 앉아 스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스님도 이를 알아보고 “어쩐 일로 오셨어요?”라고 하자 남 지사님은 “강연 들으러 왔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오랜 시간 강연을 듣고 있었던 겁니다. 



무대에 올라온 남 지사님은 “스님의 ‘인생수업’ 책을 읽고 가족과의 갈등이 많이 해결되었다” 며 감사 인사를 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스님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국정 혼란과 관련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남 지사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남 지사님은 “협치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협치는 말로는 안 된다. 권력을 나누는 것에서 협치가 시작된다” 라며 헌법 개정의 필요성과 지방 분권 강화를 주장해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대화를 마친 후 스님은 우리나라의 행복도를 높이는 일을 함께 해보자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소득이 높든 낮든, 사실 궁극적 목표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닐까요?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지난 반세기 동안 300배나 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300배 행복해졌나요? 30배 행복해졌어요? 3배 행복해졌어요? 우리나라 1인당 GDP는 세계 28위인데 행복도는 117위라고 합니다. 우리가 양적 성장만 했지 질적 성장을 못했다는 얘기예요. 


저의 목표는 서양 사람에게 ‘당신들이 물질적으로 우리보다 잘 산다고? 그래도 행복도는 우리가 높다’ 하고 자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행복도가 세계 10위까지는 올라가야 합니다. 이런 취지로 ‘행복학교’라는 것을 열었으니까 많이 신청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나날이 행복하세요.”


스님 말씀을 듣고 오늘도 많은 분들이 행복을 얻어갔습니다. 그리고 행복학교에도 많은 분들이 신청해서 앞으로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일을 함께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오늘은 정토회 강원 경기동부 지부가 준비한 하반기 마지막 강연이었습니다. 곳곳에서 강연 준비를 했던 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촐하게 축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봉사자들은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는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전한 후 케이크 컷팅과 함께 기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최근에 나라가 어수선해서 모두의 마음이 심란한데, 스님은 정토회 봉사자들에게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활기차게 활동하자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마음이 좀 심란하죠? 그래서 우리라도 이렇게 심란한 마음을 좀 아우르고 추스를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첫째, 행복학교를 열어서 종교가 있든 없든, 교회에 다니든 절에 다니든, 그런 것 따지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가지고 이웃들과 함께하는 나눔을 장을 마련해 봅시다. 


둘째, 우리가 4년 전에 투표만 제대로 했으면 이런 불행이 안 올 텐데, 그때 너무 지역감정에 치우치거나, 진보 보수라는 자기 이념에 너무 치우치거나, 어느 종교를 가졌느냐에 너무 치우치거나, 이렇게 자꾸 이념이나 지역, 정에 치우치다 보니까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야 되느냐’ 하는 입장을 제대로 못 가졌습니다.  


지금도 화를 내거나 성질을 낸다고 해서 이번 사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국정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국정 공백이 생기면 혼란이 야기되니까요. 그러나 현재의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서는 국민이 동의를 안 하잖아요. 그런 의사를 적극 표현해줘야 합니다. 댓글을 달든지, 좋아요를 눌리든지, 집회에 나가든지, 이렇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줘야 민의가 왜곡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욕설은 안 되고, 폭력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법을 지켜가면서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감정으로 따지면 욕도 하고 싶고, 막 싸우고 싶지만, 그런 감정들은 조금 진정시키면서 우리들의 의사를 잘 표현하는 것이 우리들의 미래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다음에 선거할 때는 나만 투표를 잘 할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투표를 좀 잘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것은 사람도 문제가 있지만 제도 자체가 승자 독식 구조로 되어 있는 문제도 큽니다. 지금이야말로 이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이제는 우리 국민이 일어서지 않고는 이런 변화가 누구 한 사람에 의해서 오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분들도 다 겪어봤잖아요. 이제는 우리 스스로 우리들의 행복을 만들 가는 것이 필요하고, 우리 스스로 우리나라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좋은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되지 않겠어요? 개인도 나쁜 습관을 자식에게 내려주고 싶지 않듯이 우리 사회도 나쁜 문화를 후손들에게 내려주면 안 되잖아요.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더 좋은 문화를 우리가 만들어서 전해줍시다. 누구나 행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마련도 해주고, 수행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렇게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국민운동을 같이 해봅시다. 알았죠?”


“네!”



정토회 봉사자들은 열렬한 환호로 스님의 당부에 응답했습니다. 특히 우리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사회 변화의 토대가 된다는 말씀이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하루만큼은 사회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댓글을 남기고, 이 글을 주위에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수원 즉문즉설 강연을 마친 후 오후 4시부터는 수원시청에서 한국 JTS와 수원시의 극빈 계층 후원 협약식이 열렸습니다. 법륜 스님은 한국 JTS의 이사장인데요. 한국 JTS는 여러 지자체와 협력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외 계층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협약식이 수원시청에서 열렸습니다.